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시인의 숲(명시의 향기~)

봄바람 / 정몽주

가을비 우산 2014. 1. 22. 15:55

 

 
 飮 酒 - 술마시다. (봄바람) 정몽주  
  

客路春風發興狂 나그넷길 봄바람 부니 미친듯 흥이 나서 (객로춘풍발흥광) 每逢佳處卽傾觴 멋진 경치 볼 때마다 매번 술잔 기울였지 (매봉가처즉경상) 還家莫愧黃金盡 집에 돌아와 부끄러 말라, 돈을 다 썼다고 (환가막괴황금진) 剩得新詩滿錦囊 새로 지은 시들이 비단 주머니 가득하니 (잉득신시만금낭)
포은(圃隱) 정몽주 선생은 워낙 유명하신 분이지요.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도 일편단심은


변하지 않겠다는 시조는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고, 선죽교에서 이방원에게 암살당한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려의 충신' 하면 떠오르는 분이지요. 그런데 충신의 이미지가 하도

강하다보니 포은 선생이 뛰어난 문장가요 학자였다는 사실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끔 아쉽죠.

소개드린 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시절에 여행길에 오르니

저절로 흥이 납니다. 그러니 멋진 경치를 만나면 핑계 삼아서 술잔을 기울일 수밖에요. 이렇게 흥청망청

놀다보니 여비를 몽땅 써버린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도 새로 지은 시가 주머니 가득 들었으니

괜찮다는 마지막 구절은 피식 웃음을 짓게 합니다.

술만 마셨지 시 지었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라고 반문하시면 곤란합니다. 옛날 선비들에겐 경치

좋은 곳에서 술 마시게 되면 시 몇 수 짓는 것은 응당 뒤따라 행하는 일이었거든요. 요즘 놀러가서

사진 찍는 것이 당연하듯이요. 그렇다면 마지막 구절이 변명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겠죠?

우리들이 사진을 보며 추억을 되새기듯이 옛 사람들은 지어놓은 시를 읽으면서 기억을 떠올렸을테니까요.

편리함은 모르겠으나, 운치라는 면으로는 옛 사람들을 따를 수 없습니다.

 

부연설명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