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나도 한번 만들어봐? (요리·펌)

이야기가 담긴 추억의 추석 요리

가을비 우산 2014. 9. 6. 11:11

아나운서 최윤영
솔향기 가득한 할머니의 콩 송편

"송편은 흔하디흔한 추석 대표 음식이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특별한 요리다. 추석 즈음이면 늘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송편을 빚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이 아주 드물지만, 살아 계실 때는 추석 때마다 꼭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먹었다. 할머니는 주로 콩으로 소를 만드셨는데, 콩이 통째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밤빵 속의 하얀 앙금 같은 느낌이었다. 온종일 송편을 빚어야 해서 힘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얀 콩소의 부드러운 맛과 솔향기가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재료
멥쌀가루 4컵, 울타리콩 250g, 꿀 1큰술, 소금·솔잎 약간씩, 참기름·뜨거운 물 적당량

만들기
1 멥쌀가루는 소금과 함께 체에 쳐서 뜨거운 물을 한 숟가락씩 넣어가며 버무려 익반죽한다. 2 울타리콩은 끓는 물에 무르게 삶은 다음 찬물에 담가 껍질을 벗기고 건져서 물기를 뺀다. 3 절구에 ②의 울타리콩을 담고 꿀을 넣어 곱게 빻는다. 밤처럼 차지게 반죽해 콩소를 만든다. 4 ①의 반죽을 떼어 손가락으로 가운데 홈을 판 다음 ③의 콩소를 넣고 갸름한 모양으로 송편을 빚는다. 5 김이 오른 찜통에 잘 씻은 솔잎을 깔고 ④의 송편을 넣어 반투명 상태가 되도록 20분간 찐 다음 식혀서 참기름을 발라 채반에 담아둔다.

배우 서태화
어머니가 해주신 이북 음식 온반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 끝날 때쯤엔 항상 남은 전들을 활용해 온반을 만들어 먹었다. 평양 출신인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으로, 구수한 닭 육수에 두툼한 녹두빈대떡이며, 생선전 같은 전류를 넣고 밥과 함께 말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온반과 함께 꼭 해 먹던 요리가 하나 더 있는데, 김치와 돼지고기를 전으로 부친 김치행적이다. 김치를 씻어서 돼지고기에 붙여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부치면 명절 내내 먹었던 느끼한 전과는 다른 개운한 맛이 난다. 지금도 가끔 해 먹는 이 메뉴들은 얼마 전 TV 방송에서도 직접 요리해 보였을 만큼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다."

재료
밥 1공기, 흰 살 생선전 16개, 녹두빈대떡 1장, 식용유 적당량, 닭 육수(중간 크기 닭 1/2마리, 대파 잎 부분 3대, 마늘 5톨, 양파 1개, 생강 1톨, 국간장·청주 2큰술씩, 생수 16컵) 8컵, 양념장(국간장·송송 썬 대파·생수 3큰술씩, 다진 홍고추 2큰술, 다진 청양고추·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만들기
1 차례 지내고 남은 흰 살 생선전과 녹두빈대떡을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노릇하게 데운다. 2 닭은 깨끗하게 씻어 냄비에 담고 나머지 분량의 닭 육수 재료를 넣어 센 불에 20분, 약한 불에 40분 이상 푹 고아서 체에 밭쳐 맑고 뽀얀 국물만 받아낸다. 닭고기는 건져서 뼈를 발라내고 먹기 좋게 찢는다. 3 볼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4 전골냄비에 ②의 닭 육수를 붓고 ①의 흰 살 생선전과 녹두빈대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넣고 끓인다. 5 ④의 국물이 끓으면 밥과 ②의 닭살을 넣고 잠시 끓이다가 불을 끄고 ③의 칼칼한 양념장을 곁들인다.

그린 테이블 셰프 김유진
어머니와 함께 만들었던 막걸리약과


"추석 하면 언니들보다 예쁘게 빚을 줄 안다며 으스댔던 송편과 약과를 만들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약과는 어머니와 함께 하루 종일 걸려 만든 음식이다. 어머니의 약과는 특이하게 막걸리를 넣었는데, 요즘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처럼 딱딱하고 기름진 것이 아니라 맛이 담백하고 포슬포슬했다. 보통 밀가루로만 반죽을 만들면 딱딱해지기 쉽지만 막걸리의 발효 때문에 부드러웠던 것 같다. 정사각형 모양의 반죽을 예쁜 감꽃 모양으로 만들어 식용유에 튀기고 조청을 묻히는 과정은 꼬박 하루가 걸렸다."

재료
박력분 4컵, 찹쌀가루 3/4컵, 막걸리 1/2컵, 생강 10g, 식용유 5큰술, 참기름 4큰술, 흑설탕 3큰술, 계핏가루 1작은술, 튀김용 식용유 2컵, 잣가루 약간, 조청시럽(조청 1/2컵, 매실청 3큰술, 생강 끓인 물 1큰술, 생수 1/4컵)

만들기
1 박력분과 찹쌀가루를 섞어 체에 두 번 내린다. 2 볼에 막걸리를 붓고 생강을 갈아서 넣은 다음 흑설탕을 넣고 잘 섞어 면포를 이용해 국물만 짜낸다. 3 볼에 ①의 가루와 ②의 재료, 식용유, 참기름, 계핏가루를 넣고 주걱으로 자르듯이 반죽한다. 4 ③의 반죽을 밀대를 이용해 1cm 두께로 밀어 4×4cm 크기로 썬 다음 각 면의 가운데 부분을 오므리며 감꽃 모양을 만든다. 5 ④의 반죽을 비닐로 덮어 30분 이상 휴지시킨 다음 가운데 부분에 꼬치로 모양을 낸다. 6 튀김용 식용유를 150℃로 달군 다음 ⑤의 약과를 넣고 센 불에 우르르 끓이다 불을 줄여 은근하게 튀겨낸다. 7 냄비에 분량의 조청 시럽 재료를 넣고 끓인 다음 ⑥의 약과를 넣고 버무린다. 체에 밭쳐 시럽기를 말끔하게 뺀 뒤 잣가루를 뿌린다.

CJ푸드빌 한식 총괄 셰프 권우중
가족과 함께하는 조랭이 떡 들깨탕

"몇 년 전 부모님이 가평의 한적한 마을로 내려가신 뒤 우리 가족은 명절마다 귀한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보게 됐다. 오랜만에 만난 자식들에게 부모님은 보양식으로 능이오리탕과 능이솥밥을 자주 해주신다. 가마솥에 유황오리와 옻나무, 황기, 능이버섯을 넣어 국물을 우려내고, 건져낸 능이버섯을 채썰어 지은 밥을 먹으면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산간지방이라 능이나 개암버섯류를 쉽게 채취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을에는 뿌리채소를 많이 활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연근과 토란을 넣은 조랭이 떡 들깨탕을 추천하고 싶다. 여기에 백화고버섯을 넣는데 구하기 어렵다면 다른 버섯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에 조랭이 떡을 넣어 끓이면 농도가 걸쭉해지므로 처음 국물에 들깨가루를 개어 넣을 때 약간 묽게 농도를 맞추는 것이 포인트다."

재료
조랭이 떡 300g, 표고버섯 5장, 토란·연근 150g씩, 껍질 벗긴 들깨가루 1/4컵, 소금 약간, 쌀뜨물·국간장·까나리액젓 적당량, 들기름 1큰술, 생수 4큰술, 멸치 국물(국물용 멸치 한 줌, 다시마(15×15cm) 1장, 대파 2대, 마늘 5톨, 생수 12컵) 8컵, 고명(두부 50g, 대파 잎 부분(15cm) 1대)

만들기
1 냄비에 국물용 멸치를 넣고 볶다가 생수를 붓고 대파와 마늘을 넣어 끓인다. 다시마를 잘라 넣고 한소끔 끓여 5분 뒤에 건지고, 멸치와 향신 채소는 25분 정도 더 끓인 다음 체에 밭쳐 맑은 국물만 8컵 정도 만든다. 2 토란은 껍질을 벗겨 소금을 약간 넣고 끓인 쌀뜨물에 데치고 연근은 어슷하게 토막 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친다. 표고버섯은 부드럽게 불린 뒤 2등분한다. 3 볼에 껍질 벗긴 들깨가루를 넣고 생수를 약간 부어 갠다. 4 조랭이 떡은 물에 헹궈 건진다. 5 냄비에 ①의 멸치 국물을 붓고 끓으면 ②의 토란과 연근, 표고버섯을 넣고 끓이다 ③을 넣고 멍울 없이 푼다. 6 ⑤에 국간장과 까나리액젓으로 간하고 ④의 조랭이 떡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마지막에 들기름을 뿌린다. 7 고명 재료 중 두부는 1×1cm 크기로 썰어 달군 팬에 노릇하게 굽고 대파는 잘게 송송 썰어 고명으로 올린다.

요리연구가 이보은
외할머니의 선물 밤초와 수정과


"외할머니께서는 살아생전 추석마다 밤초를 만들어주셨다. 송편 소를 만들고 남은 밤을 으깨서 꿀에 버무려 밤 모양으로 만든 간식으로 쫀득하고 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였는지 외할머니는 이 밤초와 감말랭이를 추석뿐 아니라 가을 무렵에 늘 만들어두셨다가 말 잘 듣는 아이에게 선물로 주시곤 했다. 추석엔 손님상에도 내놓았는데, 어른들을 위해서는 계피를 넣어도 좋다. 밤초와 함께 가을 무렵에 늘 집에 있었던 수정과는 어린아이 입맛에도 진한 계피 향과 달달한 맛이 참 좋았다."

밤초


재료
껍질 벗긴 밤 20개, 잣가루 1/2컵, 꿀 약간

만들기
1 껍질 벗긴 밤은 찜기에 넣고 푹 찐 다음 체에 내린다. 2 ①의 밤에 꿀을 넣어 고루 섞은 다음 밤 모양으로 빗는다. 3 잣가루를 넓은 접시에 펼쳐 담고 ②의 밤 머리 부분에 묻힌다.

수정과

재료
배 1개, 통계피 200g, 생강 50g, 통후추 12알, 흑설탕·황설탕 1컵씩, 잣 약간, 물 2L

만들기
1 통계피는 깨끗이 씻고 생강은 도톰하게 편썬다. 2 냄비에 물 1L를 붓고 ①의 통계피와 생강, 통후추를 넣어 끓이다 색이 진하게 우러나면 흑설탕과 황설탕을 넣고 끓인다. 3 ②의 국물을 그릇에 담고 냄비에 남은 물을 부어 끓인다. 4 ③의 냄비에 계피의 진한 색과 냄새가 우러나면 그릇에 담아두었던 국물을 냄비에 부어 함께 다시 끓인다. 5 ④가 진하게 우러나면 고운 면포에 국물만 걸러 차게 식힌다. 6 배는 껍질을 벗겨 씨 부분을 도려내고 12쪽으로 나눠 ⑤의 수정과에 담가 단맛을 우려낸 다음 컵에 담고 잣을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