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무렵부터 성화였다.
나이 드는 게 뭔 자랑이라고 호텔 빌려 밴드까지 초청 잔치를 벌이겠다며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들 다 초대하라고 성화였지만 민망스럽다고 코로나 시국에 크게 일 벌이지 말라고
여러 변 언질을 줬는데도 자식넘들이 기어이 일을 벌였다. 물론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그냥 집에서
가족끼리 하는 조촐한(?) 행사로 바뀌었지만 흐흐흐~~
드디어 1월 12일 토요일, 엄마는 방 안에서 꼼짝 말라더니 삼 남매가 뭉쳐서 소곤소곤 속닥속닥 거실에서
뭘 하는지 몇 시간을 수선스럽게 부산을 떨어대니 궁금증 폭발 직전, ㅋㅋ 울 옆지기 까지 어디론가로
사라지더니 세상에나 손수 원예 시장 가서 꽃바구니를 사 가지고 왔더라.
이 양반이 대체 무슨 일이고, 참 나~
그렇게 애들이 생일상 준비하는 동안 나는 수수년 만에
딸내미 부탁대로 한복으로 의상 착용 맵시를 내었더니 나를 본 옆지기가 함박웃음,
성화에 못 이겨 창가에서 바다를 배경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못 말리는 울 옆지기의 셀카 사랑.....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슬슬 해넘이가 시작될 무렵이 되니
막둥이가 드디어 방 탈출을 허락하네. 쪼르르 달려와 반기는 손녀들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와 보니 헐! 대박, 이거 뭐꼬? 순간 가슴 벅찬 감동의 물결이..... 언제 이렇게까지 준비를 했지?
하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삼 남매가 지엄마 칠순을 위해 참 많은 정성을 쏟았더라.
고맙고 기특한 내 아들딸~ 옛날 그때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산새 깊은 숲 속으로 지게에 얹혀
고려장 길 떠났을 나이인 것을, 나는 참 좋은 세상에 태어났도다.
오미크론 때문에 사랑하는 동생도 부르지 않았는데 막둥이는 단짝 친구까지 불러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조카도 달려와줬다. 어여쁜 질녀 혜지만 일 때문에 좀 늦게 합류
가족사진 함께 찍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바이러스 기운이 좀 수그러들면 사진관 가서 작정하고
멋지게 기념촬영을 하자며 울 장남이 내 등을 쓰담 쓰담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식들 곁을 지켜 서있으라 한다.
그 소리 듣고 옆지기가 손을 꼭 잡아주니 그냥 울컥 자칫 눈물 날뻔했네. 흐흫 장수로 기네스북에
한번 도전해봐? 막둥이 친구들이 준비해본 떡 케이크에서 초 하나를 당겼더니 돈이 줄줄이
딸려 나와 완전 서프라이즈~ 우와~ 맨날 맨날 오늘만 같아라. 생일만 같아라
나는 이렇게 복 많은 엄마가 되어 사는 날 내내 행복하겠다. 행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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