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 김귀수
남김없이 다 주었기로
너는 헐 벗었으니
냉동 시린 손끝으로 할퀴는
겨울 북풍은 칼날 같으리...
참음이 모질어 상고대로 눈물이 얼었다.
짐승의 소리로 바람은 겨우내
네 몸을 흔들며 밤낮으로 울어되겠지
달동네 오두막집 연탄불이 사위는 새벽
성애 낀 창문이 경기를 한다
그러나 잊었는가 겨울은 봄이 멀지 않음을...
제 몸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가을은 떠나는 순간까지도
쓸쓸한 아름다움으로
낙엽 떨군 가지마다 봄을 향한
희망의 씨눈을 남겨 놓았다
너의 발등 소복한 나뭇잎들의 따뜻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