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습 / 김귀수
찾아오는 백발에 등떠밀려 인생을 뒤돌아보니
짝사랑이 비우고간 허황한 가슴안에는
노을빛 상념으로 주름지는 외로움이 가득...
귓등으로 흘려듣던 푸념같던 당신의 허무와 상실감이
어떻게 세월이 지난다고 내 것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품에서 자식떠나 깊어지는 마음의 괴리감은
어머니 당신 인생의 답습
둥지를 떠나갈 쓸쓸한 사랑에 우는
자식 향한 짝사랑의 가슴앓이였습니다.
생전에 당신 노년의 허무와 상실감을 알았다면은
지금의 심정으로 내가 그대 위함이 지극하였을까...
지금의 심정으로 내가 그대 보은함이 지극하였을까...
빚진 사랑이 등 굽고 허리 굽어
이제야 은혜롭습니다.
빚진 효심이 세월의 재를 넘고 산을 넘어
이제야 통한입니다
정수리 흘러내린 서리꽃 가르마길 따라
떨어지는 꽃잎처럼 날마다 세월은 지고
책망하지 않아도 자꾸만 회한의 눈물이 나요
이렇게 내리사랑으로 당신의 빚을 갚으며 살제
당신 생전의 허무와 상실감을 이제야 알아.
주어도 주어도 더 주고픈 돌아오지 않는 배고픈 사랑을 하며
한량없는 짝사랑에 그대 울던 곳에서 내가 웁니다.
세월의 외면속에서 사랑을 떠나보낸 빈 둥지에는
내 어머니 당신의 그림자만 짙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