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우산 2013. 6. 26. 16:15

 

 

      흐린 날의 풍경 / 김귀수


      바람도 없다
      끈적거리는 무더운 날씨
      구름이 햇살과 자주 숨박꼭질을 한다
      장맛비가 내릴 때도 되었지...


      요술항아리가 있다면 미리
      따끈한 한낮의 햇살 가득 채워놓았다가
      지루한 장마철에 화로의 숯불처럼
      습도 높은 방안에서 날마다 조금씩 꺼내보면 좋겠다


      마음에도 곰팡이를 피울 것 같아
      아무리 비를 좋아해도
      대책없이 지루한 장맛비는 아니지
      차라리 마른장마면 좋겠다


      석양이 구름속에 같혀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날
      젖은 바람이 부는 창가에 앉아있으면
      안개꽃 한다발 선물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하게 어스름 하루를 찻잔에 타서 마시며
      창가에 나란히 어깨 기대고 앉아
      낡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에 취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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