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아침을 여는 창밖에 탐스럽게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첫눈은 분명 아니다
두어번 스치는 가는 바람처럼 사리살짝 눈발이 뿌리고
간적이 있었다. 눈이 귀한 내 고장이기에 그래도 오늘
내리는 저 눈을 첫눈처럼 반기려 한다.
신기하여라. 까칠해저가는 감성을 헤집고 부지불식간에
부드러운 낭만의 설레임이 풋풋한 소녀가되어 눈날리는
집밖으로 달음질 한다.
탐스런 눈들이 바람의 손짓으로 나의 마음을 반겨 맞는다.
이 순간만은 날리는 눈발속에 천진하게 웃고 선 나이를
잊어버린 소녀이고도 싶어라. 거침없이 날리는 함박눈이
깊이를 더하며 겨울의 찬 대지위를 하얗게 하얗게 쌓이고 있었다.
유년의 고향에는 소복한 눈세상을 꼬마들이 뛰어 놀았다.
강아지도 뛰어 놀았다. 산천이 아름다운 설경으로 치장을 하고
나의 추억을 부르며 그리움들이 눈함께 날리며 흥겨웁고도
신비로운 춤사위를 펼친다.
카메라를 챙기고 베란다 창가에 섰다.
하얀 너울을 헤집고 아스름한 태화강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뽀얀 눈가루를 모자 쓴 나무들의 휘이는 가지들이 또한 아름다웠다.
잠시 함박눈의 춤사위에 취해 출근길의 아들도 잊었다.
장거리 운행하는 큰아이의 걱정도 잊었다.
만사 생각의 가지를 접어버린 무아지경 설경에 빠져버린 것이다.
빨간 우산을 쓰고 한 여인이 눈속을 헤집고 강을 건넌다.
까만 우산을 함께 쓰고 연인 한쌍이 눈속을 걷는다.
강가의 키큰 미루나무에 휘날리는 눈. 마른 풀잎 위에 솜옷처럼
포근한 눈. 뽀얀 눈가루에 가려진 삼호교를 건너면 미지의 세계로
이어질것 같다. 강건너 마을이 눈발속에 감실거리며 풍경을 만든다.
펑펑 주저없이 쏟아진 눈은 은백색 별천지를 열어 놓았다.
머지않은 시간에 찾아든 어둠속 설경은 가로등 조명 아래서 또다른
신비를 담고 겨울의 선물이되어 끝없는 설레임과 추억과 그리움의
종합세트로 오래 내 가슴 안에 머물렀다.
설레임이 주는 흥분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모양이더라.
중년의 감성을 부추기며 콧잔등 시큰한 낭만으로 나는 오늘
풍성한 눈내림으로 많이 행복할 수가 있었다.
첫순정처럼 내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준 오늘의 날씨는 그냥 행복이였다.
처연한 세월의 위로가 되어준 아! 행복한 눈 내린 하루..."
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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