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일상 스케치( 사진 일기 !~~ 383

산다는 것~~

올해는 신년 초부터 밥맛을 잃었던 것 같다. 나이 한 살 더 하니 자연히 병치례가 잦아지는 여러 원인 중에서도 두통을 동반하는 지긋지긋한 어지럼증이 원인인가 싶기도.... 혈압약 복용한 지가 삼십 년 세월에 가까운데 어지러워서 신경과에 갔더니 혈압약을 먹지 말란다. 약을 끊으면 혈압은 올라가도 신경과 처방약을 먹으면 또 어지럼증은 가라앉는다. 그나저나 체중마저 줄어버리니 식구들의 걱정도 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대략 난감, 그렇게 밥맛을 잃은 탓에 정월달 내 생일 때를 시작하여 무더위가 지나가는 구월, 가을의 문턱에서 슬쩍 돌아보니 가족들의 걱정 속에서 입맛 찾아 밥맛 찾아 참 여기저기 외식도 많이 다녔다. 지금은 시나브로 입맛이 돌아오기는 했다마는 빠진 체중은 좀처럼 원위치를 않네. 흐흐흐 억지로 다이..

장생포 나들이

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었던 나이가 있었다. 잠시도 가만 못 있고 설쳐대고 매를 맞으면서도 집을 떠나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싶었던 시절, 대책 없이 어울려 떠들며 마냥 목소리 높고 웃음소리 호탕하던 시절, 아마도 그때는 청춘과 젊음이 주는 열정 때문이었을 게다. 근데 지금은? 허허 참..... 한마디로 만사가 그저 그렇다. 옆에서 누가 부추겨야 겨우 움직이고, 이렇게 저렇게 꼬드겨야 마지못해 하며 따라나서는, 몸도 마음도 기력이 빠져버린 마냥 헛헛한 나이, 오래되어 낡은 자동차처럼 사는 일이 늘 오르막길이 되어 자꾸 동력이 딸린다. 삶에의 애착을 잃어버렸다. 집순이가 되어 늘 나른하다. 그나마 소일거리라 관심을 가지고 자주 스케치 북을 펼쳤던 인물 드로잉도, 일상사를 카메라로..

고향의 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유년의 추억 소복한 안태고향도, 장성하여 부모 슬하를 떠나 가정을 이루면서 태어난 내 아이들의 고향도, 개발과 발전이라는 시류의 흐름을 타고 이제는 모두가 기억 속으로 묻히고 사라져 간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별거 아닌 음식도 서로 나눠먹던 푸근한 인심,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닿을 듯 스쳐 지날 때에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소한 옆집 안부로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던 그 정겨운 마을의 인심들이 그리운 것은 당연하다. 율동을 떠난 지는 오래지만 어쩌다 지나칠 일이 있을 때는 그래도 반가운 마음으로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마을의 자취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율동을 찾아가 봤다. 일찌감치 보상을 받고 이주한 마을 지인들에게 들은 풍문대로 지금은 완전 다른 풍경, 남은 흔..

결혼식 스토리

남형제가 둘이지만 다 먼저 엄마 곁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남은 건 우리 두 자매뿐.... 특히나 남동생 소생인 조카 남매는 갈라선 부모 탓에 조모 손에서 키워지다가. 그마저도 부모를 일찍 여의게 되니 고모인 나에게는 가슴으로 낳은 또 다른 자식이 되어 늘 아픈 손가락이더니 영혼이 되어서도 손주들을, 아들딸을 잘 지켜 주었는지 둘 다 착하고 건강하게 성인으로 잘 자라주어 어느새 질녀가 짝을 맞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상견례를 하는 날 얼마나 가슴이 울컥하든지.... 다행하게 결혼식 준비에도 조금도 마음 상함이 없도록 배려를 해주시는 어진 시댁을 만났으니 동생이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감사하며 기뻐했을까 싶어 함께 할 수 없는 동생이 야속하여 두고두고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못난 놈" 지 새끼조차 나몰라..

밀린 일기를 쓰며 봄을 맞이하다

계묘년 새해 차례를 모시고 고향집 가듯 서둘러서 주과포를 챙기고 찾아뵌 엄마의 산소, 추석 때 갈아놓은 꽃이 온통 색이 바래서 다시 사다 꽂았더니 산소 앞이 화사해졌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동생도 찾아와 줘서 한참을 돗자리 깔고 앉아 우리 자매는 자식들의 일상을 생전처럼 엄마 앞에서 설대목밑에 떠나보낸 오빠이야기, 봄 무렵 결혼시킬 당신의 손녀딸 이야기까지 주저리 주저리 고해바치며 우리 자매는 울다가 웃다가 진상을 떨었다. "얼마나 외로우면 아들 둘을 다 그렇게 빨리 데려갔냐고? 그래서 이제 당신 저승살이가 더 많이 행복해젔냐고?" 두 딸들의 눈물 섞인 하소연에 날씨마저 추위가 누그러지니 무덤 앞의 시간도 견딜만했다. 이 몸이 워낙 추위를 잘 타서 말이다. 부모 없는 손녀딸 고모들이 잘 챙겨서 결혼식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