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생가지와 인접한 강진시 문학파 기념관에 둘려 아름다운 문학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나는 참 밥만 축내는 무지랭이로다 싶어 명치끝이 아릿해졌다.
언감생심 넘도 닮고픈 욕심의 마음이라서
시문학파의 정의.
기념관 건물,
기념관 관람실 안내
▼ 한 장으로 저장하기에는 가로 길이가 오버 돼 2번과 3번 사이에서 이등분으로 잘랐더니 아래위로 번호가 꼬였다. ㅋㅋ
희귀도서 코너.
시인의 전당.
대표 시/ 임께서 부르시면.
석정 신 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맆이
바람에 휘날려 흔들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대표 시 / 검은 밤
허보
검은 밤이 돌아와
염려없이 넘던 산을 거닐던 뜰을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더듬어 걸어갑니다
한 생각에 눌리었던 마음에
진정할 수 없는 무엇이 떠올라
적확한 표현의 길을 찾으려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더듬어 걸어갑니다
물론 기회를 잃어 약자된 모든 이에게
밤이여 아편 같은 잠을 주어서는 아니 됩니다.
산모의 괴로움을 맛보지 않고는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새벽은
영구히 오지 않을 것입니다
낮에 찾은 진리를 검은 밤이여
지워버리소서 우리를 반성케 하소서
우리를 미치게 하는 것은 회의가 아니라
돌과 같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인생에 데한 새로운 해석을 주소서.
대표 시 /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
현구 김현구
한숨에도 불려갈듯 보~하니 떠있는
은빛 아지랑이 깨어 흐른 머언 산둘레
구비 구비 놓인 길은 하얗게 빛납니다
님이여 강물이 몹씨도 퍼렇습니다
헤어진 섬들에 떨든 햇살도 사라지고
밤빛이 어슴어슴 돌우에 깔리여갑니다
훗훗달른 이 얼굴 식혀줄 바람도 없는 것을
님이여 가이없는 나의 마음을 알으십니까
대표 시 / 논개
수주 변영로
거룩한 분노( 憤怒 )는
종교(宗敎 )보다 깊고
불붙는 정열( 情熱 )은
사랑보다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石瘤)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魂 )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감낭콩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대표 시 /광복절 노래
위당 정인보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든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물레방아 / 이하윤
끝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바퀴에
한 잎씩 한 잎씩 이 내 추억을 걸면
물 속에 잠겼다 나왔다 돌 때
한없는 뭇 기억이 잎잎이 나붓네
바퀴는 돌고 돌며 소리치는데
마음 속은 지나간 옛날을 찾아가
눈물과 한숨을 자아내 주느니
나이 많은 방아지기 하얀 머리에
힘없는 시선은 무얼 찾는지_
확 속이다! 공잇소리 찧을적 마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내리네.
대표시 /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절대는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게으른 금빛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 곳이 꿈엔들 잊을리야.
잔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섰은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별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떠나가는 배 / 용아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물로야 보낼거나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몾 잊는 마음
좆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 영랑 김윤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덜어저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저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처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냐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한눈에 보는 현대시의 역사, (1910~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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