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에 불어오는 바람. / 김귀수
평탄하게 잘 살은 인생이라 자위했는데
자몽한 눈빛으로 세상을 보니
꿈도 희망도 장밋빛 인생도 의지와는 다르게
꺾여진 일상의 가지로 말라 죽어있었다.
아~ 생각하니 나에게도 이런저런 꿈이 많았지.
돌아보니 여인의 인생은 잡초를 솎아내듯
삶의 이랑에 코박고 어푸러저 보무도 당당하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삶의 텃밭에 두엄지운 건
길들여짐의 칼끝 타의의 다져짐 속에
겸손과 미덕의 포장으로 가리워진
가두리속 순종과 적응의 미학이였다.
동적인 삶에의 부추김이 아쉬운 지난 삶의 후회가 아닌
분수의 지킴으로 내 꿈의 가지치기 종용이 적절했다면
세월이 흘러 꿈을 접은 추수 끝난 빈 들판이 이리도 황량했을까?
한때 엇나기도 하였던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젊음이
때로 담 걸린 어깨죽지처럼 세월의 강물을 역류하며
헛한 가슴에 숨 고르기를 닥달하는 마른기침을 부른다.
지금처럼의 삶이 아니였다고 이런저런 꿈들의 이룸이 가능했을까?
활동적인 신지식 커리우먼의 자질은 분명 아니였어도
시작도 없었기에 아득한 훗날되여 근거없는 가능성에 욕심을 얹어본다.
부족하여도 언제나 고슴도치 사랑으로 자식의 총명이
유일 하셨던 내 어머니의 한량없는 믿음과 칭찬은
사는 내내 자존심을 세워주는 인생 버팀목의 에너지였다.
꿈이 사윈 빈수레의 그림자를 석양에 묶어놓고 다이어리를 넘기면
하염없는 마음이 그려내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의 스케치
잃은 듯 하고도 가진 것 같아라, 가진듯 하고도 놓친 것만 같아라
날이 갈수록 어머니 당신의 일방적인 사랑이 몹씨도 그리워지는
나는 죽는 날까지 당신의 철부지 자식입니다.
일몰에 불어주는 바람에 흰머리가 나부끼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