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알레르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봄이면 황사, 꽃가루,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기 때문. 비슷한 듯 다른 알레르기 질환, 어떻게 구분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진료 인원을 분석한 결과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의 약 40%가 3~4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봄철에 갑자기 커지는 일교차 때문. 겨우내 낮은 기온에만 적응되어 있던 우리 몸은 봄이 되면 수시로 바뀌는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체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피부와 근육의 에너지가 고갈돼 면역세포의 기능이 약해진데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황사·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알레르기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것. 알레르기 질환은 뚜렷한 치료법이 없고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원인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므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이를 괴롭히는 ‘알레르기 질환’의 정체 |
우리의 몸은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이물질이 침투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면역반응이 지나치면 도리어 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알레르기’라고 한다. 즉 알레르기란 사소한 물질에 우리 몸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가령 꽃가루가 콧속에 들어왔을 때 머릿속에서 ‘독가스가 들어온다!’고 경보를 울려 이를 씻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일으키는 것.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가장 흔한 알레르겐으로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담배 연기 등을 꼽을 수 있다.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아토피 피부염 이 네 가지가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이다. 대체로 유전적 영향이 강하며 각각 한 가지씩 나타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가 발생하기도 한다.
| 대표 알레르기 질환 공부하기 |
1. 알레르기성 천식
여러 가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기도를 자극해 갑자기 기침이 심해지며 호흡이 곤란해지는 병이다. 이유 없이 오래가는 발작적 기침, 호흡 시 쌕쌕거리고 그르렁거리는 소리(천명), 호흡곤란 등을 보일 때는 알레르기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3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일반 기침과는 달리 한 번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의 경우 가슴이 답답하거나 운동 후에 숨쉬기가 힘들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소아천식의 경우 발작적으로 일어났다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3~4세 전후로 조금씩 호전되다가 성장과정에서 약 60%의 자연치유율을 보인다. 마른기침이 오래 지속될 때는 병원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 후두염이나 인후염을 비롯한 만성 기관지염으로 번지지 않도록 예방한다. 천식에 가장 위험한 것은 호흡곤란이므로 평소 알레르기성 천식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심해지지 않는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잠잘 때 호흡을 힘겨워한다면 상반신을 최대한 높게 해 재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알레르기성 비염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꽃가루나 황사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직접 접촉했을 때 발병한다. 특정한 계절에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1년 내내 발병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나뉜다. 대체로 5세 미만 아이들에게 발병하며 나이가 들면서 감염 빈도가 점차 줄어든다. 재채기, 계속 흘러내리는 맑은 콧물, 코 막힘이 대표 증상. 그 밖에도 심한 가려움증으로 눈과 코를 문지르기도 하고, 특히 찬 공기에 노출되었을 때 기침이나 콧물이 심해진다. 아이가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코맹맹이 소리를 낼 때, 냄새를 잘 못 맡을 때는 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콧물이 많이 날 때는 생리식염수로 콧속을 헹궈내면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중이염, 편도염, 폐렴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해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PLUS TIP | 알레르기 질환과 감기, 어떻게 구분할까?
열이 나고 목이 아픈 경우, 기침을 하면서 목이 쉬고 눈이 충혈되거나 임파선이 부어오른 경우 감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감기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성 질환으로 면역 기능의 문제로 발병하며 대체로 열을 동반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콧물을 흘림과 동시에 재채기와 기침을 하는데,
한 번에 재채기를 10번 이상 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연속적이다.
감기와는 기저가 달라서 발열은 없다.
3. 알레르기성 결막염
꽃가루나 황사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원인이 되어 눈꺼풀과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 아이가 자꾸 눈을 비비고 눈물을 흘린다면 결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몹시 거북하고 간지러우며 결막이 붉게 충혈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심해지면 눈곱이 많이 끼고 눈에 통증이 나타나며 결막과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분비물이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이가 가려워할 때 찬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거나 흐르는 찬물에 눈을 씻어내면 가려움증이 완화된다. 자주 재발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안약을 투여해 재발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넣는 충혈제거약이나 항히스타민제 안약을 사용할 수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의 경우 대부분 증상은 안약만으로도 호전되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녹내장이나 백내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처방을 받는 게 좋다.
4. 아토피 피부염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만성 피부염의 일종으로 알레르기성 습진이라고도 불린다. 어린이 10명 중 1명꼴로 경험하는 가장 흔한 피부질환으로 환자의 80%가 5세 이하에서 나타난다. 독특한 피부 증상을 보이며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병이므로 전문의의 도움이 필수다. 뿌리를 뽑을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잘 관리하면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가려움. 초기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좁쌀 같은 작은 돌기가 생기는데 가려워 긁으면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심해지면 진물이 나고 딱지도 앉는다. 피부의 각질층이 파괴되어 보습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 세균 침투가 쉽게 이루어져 발열과 발적, 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주름이 많아지거나 피부가 쭈글쭈글 변하는 경우도 있다. 모직 섬유나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은 습진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순면으로 된 옷을 입히고, 열, 추위, 건조한 공기 등은 피할 것. 옷에 세제가 남아있는 경우 피부를 자극하므로 세탁할 때 충분히 헹궈준다.
아토피 아이 피부 관리법
●피부에 수분 공급하기 - 수분을 충분히 머금은 피부는 덜 가려우니 매일 목욕시키되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땀이 나면 가려움이 심해지므로 실내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하고, 천연 비누나 아토피 전용 제품을 사용한다. 물기를 닦을 때는 가볍게 두드리고 피부를 문지르는 것은 삼갈 것. 보습제는 하루 2~3회 이상 덧바르는데
특히 목욕 후에는 수분이 마르기 전에 발라준다.
●식단 관리하기 -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 대부분이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 흔히 달걀, 우유, 밀가루 등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이마다 다를 수 있고
성장에 필요한 식품이므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테로이드 연고 제대로 사용하기 - 아토피 피부염은 초기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증상을 잡을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한 용량을 하루 2~3번 규칙적으로 발라줄 것. 보습제 사용 전에 발라주는 것이 좋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모가 많은데
의사의 처방하에 적정량 사용한다면 탁월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알레르기 철벽 수비하는 생활수칙 7 |
알레르기 질환은 원인물질의 접촉을 피하는 ‘회피요법’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꽃가루나 미세먼지 등을 피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병원에서 증상에 따른 치료를 받더라도 그때뿐 한 번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호전됐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악화되는 것이 알레르기 증상이다. 그러니 아이가 건강하게 봄을 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자.
1. 외출 후 귀가하면 청결과 보습에 각별히 신경 쓴다
봄철에는 황사나 꽃가루 등 유해물질이 증가해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데 예측 농도에 따라 행동 요령이 달라지므로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꽃가루경보나 오존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황사가 불어올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갈 것.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마스크와 모자를 꼭 착용하고, 피부가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외출했다가 귀가할 때는 현관에 들어가기 전 옷의 먼지를 털고, 집에 들어가면 먼저 양치질과 샤워를 해서 각종 먼지를 씻어낼 것. 또한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틈틈이 발라주자.
2.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한다
다양한 오염물질이 섞인 바깥 공기에 비해 실내 공기가 더 깨끗하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바깥 공기보다 오염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봄철에는 대기 중의 미세먼지가 평소의 3~10배까지 증가하므로 수시로 기상 정보를 살펴 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는 창문을 꼭 닫아두는 것이 좋다. 평소에 자주 환기하되 창문을 열어둘 수 없는 날에는 공기청정기 등을 활용할 것. 환기할 때는 실내의 모든 창문은 물론 옷장, 가구, 서랍 등도 열어두는 것이 좋다.
3. 침구류를 청결하게 관리한다
알레르기 질환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는 집먼지진드기로 침구류에서 주로 서식한다. 덮는 이불과 베개는 햇빛에 말리거나 55℃ 이상의 뜨거운 물에
10분 이상 세탁할 것. 세탁이 어려운 경우 특수 커버를 씌워 관리하는 것이 좋다. 카펫이나 천 소파 등은 치우고 집 안 구석구석을 물걸레로 꼼꼼히 닦는다. 실내 온도 26℃, 습도 70~80% 환경에서 가장 번식력이 뛰어나니 집 안의 온도를 높지 않게 유지한다.
4. 반려동물은 가급적 멀리한다
동물의 털 역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 중 하나이므로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하는 것이 좋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은 가급적이면 집 밖에 두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철저한 청결 관리가 필수다.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을 깨끗이 없앨 수 있도록 카펫을 치우고 청소하기 쉬운 나무 바닥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목욕은 최소 5일에 한 번 이상 해주고 털이 집 안에 날리지 않도록 매일 빗질을 해주거나 짧게 깎을 것.
반려동물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5. 손을 잘 씻는다
손은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매개체인 만큼 손 씻기는 가장 기본적인 위생 수칙이다. 특히 황사철에는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피부를 긁고 문지르는 행동으로 결막염과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외출 후 귀가하면 비누나 항균 손 세정제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고, 외부에서 손 씻기가 어려울 때에는 물티슈나 손 소독 젤을 활용할 것. 실제로 손 씻기는 수인성 감염병의 약 70%, 호흡기질환의 약 25%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평소에 손을 청결히 관리해 면역력을 높이는 습관을 기르자.
6. 물을 충분히 마신다
갑자기 늘어난 활동량으로 인해 약해진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잠은 하루에 9시간 이상 충분히 재우고, 물을 수시로 먹여 호흡기 점막이 마르지 않게 돌볼 것. 특히 환절기에는 신진대사가 촉진돼 비타민 C 소모량이 늘어나므로
사과나 귤 같은 과일을 많이 먹이는 것이 좋다.
7. 체온 유지에 신경 쓴다
하루 동안 온도차가 10℃ 이상 나는 봄 환절기에는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기상 정보를 미리 확인해 입고 나갈 옷을 챙기는 것은 기본. 두꺼운 외투 하나를 입는 것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는 편이 좋고, 따뜻한 차를 수시로 마시면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