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인손 / 김귀수
생명꽃은 지고는 다시 피우지를 못함이니
모태의 젖무덤은 함몰하고
갈비뼈 마디마다 회한의 이랑이 파인다.
세월앞에 고개를 숙이면
어느새 정수리는 화전민의 비탈밭처럼
붉은 두피를 들어내고 엉성한 모발 올올마다
서리꽃을 피웠다.
생전에 가슴에다 절을 짓고 부처님께
자손공덕 발원으로 무릎뼈가 닳으시더니
윤달에 지어 드린 죽음의 옷으로도 삶이 고행이시던
내 어머니의 장수는 잡지를 못하였구나.
스스로 박복하다 팔자소관에 돌을 얹어 무거운 등짐이더니
당신은 기댈 언덕이요 자식의 등불이였더라
떠나시니 하마 빈자리에 폭풍이 불어
어느 형제자매의 삶인들 가정인들 수흘하든고..
겨우 환갑 지나 오라비는 풍으로 자리보존하고 누웠고
하나뿐인 남동생은 백년해로 부부연도 동강 내고
천수를 못다하고 제 명두고 가더라.
삶의 욕심은 계란 같고 발원공덕은 바위 같아라.
나도야 애먼 팔자타령에 세월이 멍울만 진다
조상의 그림자는 살풀이 춤을 추고
자손의 그림자는 무릎을 꿇었다.
우리 형제는 정녕 어머니의 공덕으로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음인고...
청각은 죽어 눈으로 들으려 하고
시각은 죽어 소리로 만지려 한다.
회한의 지팡이를 짚고
그리움의 문턱에서 제풀에 주저앉으면
희미한 굴절속에 투영되는 어머니의 함몰된 웃믐 조각들...
이빨 빠진 사기대접 안에
물에 담긴 당신의 털니가 보인다.
생전의 장구한 발원에도 염원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어머니 당신의 터는 정녕 윤회고의 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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