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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각
가을비 우산
2013. 10. 15. 17:03
오빠생각 / 김귀수
둘째 오빠가 중풍으로 운신을 거둔지가 하마 삼년... 안산 요양병원으로 울산의 형제들이 함께 오빠의 병문안 가는 길이다. 가슴에 돌덩이 하나를 엊어 누른듯 명치끝이 압박으로 숨이 벅차다. 마음처럼 찾아보기가 쉽잖은 거리, 아침일찍 서둘러도 꼬박 하루의 시간을 다 빼앗겨야 한다. 날씨마저 가을비가 오락가락 달리는 차창 너머로 심란스럽다. 올케와 통화로 가끔 오빠의 병증을 안부로 듣기는 했지만 작년 조카의 결혼식 후 거의 일년여 만에 다시 오빠의 병문안을 간다. 그때만 해도 가족들의 병수발로 집에 계셨는데... 그사이 결혼한 조카는 혼수로 챙긴 아이를 출산 벌써 앉혀놓아도 넘어지지 않을 만큼 자랐고 집에서 간병중이였던 오빠만 병세가 악화 장애판정을 받고 결국 가족곁을 떠나 올봄에 요양시설로 옮겨 모셨다고... 수족은 굳고 말문은 닫았으나 의식은 분명하여 불쌍한 울오빠 처음 시설로 옮겼을 때는 그렇게 안절부절 고아원에 버려지는 아이처럼 집떠남을 싫어하여 가족들이 면회 후 헤여질 때는 불안해 하고 젖은 눈빛으로 발목을 잡아 매번 올케도 통곡하며 돌아섰대더라... 누구를 탓할 일도 원망할 일도 아닌 그냥 순리대로 받아들일 타고난 오빠 몫의 인생이련만 그런데도 나는 왜 하필 내 형제에게 이런 우환이? 싶어 세상이 그냥 원망스럽고 불만스럽던지... 한부모의 살을 빌고 뼈를 빌고 형이다 아우다 차례대로 태여났으면 한번 뿐인 이세상 평범하게 남들 사는 만큼만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고 살지. 형제자매 가끈하게 서로 챙길 우애따위 좀 부족해도 좋다. 어디서건 각자의 가정을 성실하게 책임지며 알콩달콩 잘 산다는 소식 들려주면 얼마나 좋아. 어디서건 온 가족이 오손도손 무병무탈 건강하게 잘 살아주면 얼마나 좋아. 낮게 내려앉은 하늘이 내 슬픔의 무게처럼 짓눌려오고 끊었다 이어졌다. 흩날리는 빗줄기가 형제위해 숨어우는 내 눈물 같았다. 요양원에 도착하니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 장질녀가 올케랑 어림잡은 시간타임에 맞추어 기다리고 있었다.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함이니 올케의 몰골이 엄청 초췌하게 늙어 보이고 신체 자체가 폭싹 사그라져 저학년 초등학생 덩치가 되어 있었다. 딱한 사람... 엄마 생전에 잠시 안산서 모시면서 고부간의 불협화음이 있어 크게 정을 품고픈 시누올케 사이는 아니지만 사후 세계에서도 지켜보실 부모님께 죄스러워 불효함을 더하지 않으려고 또 내 자식들 본보기를 위해서도 섭함을 삭이고 어쨌거나 남보기는 격의없이 친구처럼 참 잘 지내보이는 올케랑 나와의 관계다. 미우나 고우나 기약없는 중환자인 내 형제를 돌보는 감사한 사람이 아닌가, 그녀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이 병중인 내 오빠를 위한 울 형제들의 남은 배려요 최선인 셈이다. 병실 안을 들어서니 민머리로 밀어버린 두피에는 흰머리가 새순처럼 삐죽삐죽 고개를 내미는 완전 백세 할아버지가 된 오빠가 침대위에 멀뚱한 표정으로 송장처럼 누워 있었다. 아~~ 소용돌이치는 이 감정의 교차를 어이하리... 형제중 가장 잘 생기고 똑똑하고 효심 깊고 인품이 좋았던 부모님의 자랑이였던 울 오빠였는데 오늘날 어쩌다가 저런 모습이 되셨을꼬? 코에는 미음을 주입하는 호스가 꽂혀있고 목에는 가래를 긁어내는 호스가 박혀있었다. 정말 죽음의 복을 타고나서 저녁상 잘 물리고 자는 잠에 가야한다며 뼈있는 우스개 말씀을 주고받는 노인분들의 깊은 속내를 이제사 확연히 알것 같았다. 우측 수족은 거의 감각을 상실하였고 그나만 남은 좌측 손도 떨림이 심하여 간신히 들었다 놨다였다. 일년여만에 저처럼 더욱 증세가 나빠졌을 줄이야... 슬픔을 인내하고 눈물을 참는다는 것은 도저히 바보같은 짓이다. 나는 염치없이 휴지를 말아쥐고 눈물콧물을 쥐어짰다. 단풍잎처럼 작아진 오빠의 앙상한 왼손을 꼭 잡고서... 2인실 병실에서 유일하게 바라보이는 세상 풍경은 창문너머의 맞은편 건물에 가리워진 널판지만한 먼 하늘뿐이었다. 마냥 울 수도 그렇다고 편안하게 웃을 수만도 없는 이 기막힌 상황에 억장이 무너지고... 형제들이 왔다며 누군지 알겠냐며 이사람 저사람 가리키며 오빠의 얼굴에 웃음과 반가움의 표정을 만들어 주려는 올케의 노력이 부질없어 눈물겹고 안타까웠다. 멀뚱멀뚱 아는듯 모르는 듯 눈동자가 올케의 손짓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몇번 하더니 지친듯 굳게 두 눈을 감아버리는 오빠, 약하게 눈물 한 줄기가 볼을 타고 주루룩... 그런 환자를 두고 우리끼리 더이상 어떤 대화를 나누겠는가? 잦아지는 침묵의 시간들, 우리 형제들은 그렇게 말없이 허공으로 서로 시선을 피하며 속으로 모두 피울음을 쏟아야했다. 다시 울산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니 대책없이 오래 병실에 머물 일도 아니였다. 안타까운 염려의 마음들만 병실에다 켜켜이 쌓아두고 기어이 집밥을 대접하겠다는 올케의 성화에 못이겨 십여분 거리에 위치한 자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카내외가 와서 대충 점심상을 준비 해놓은 상태였다. 병간호에 지친 서런 마음을 못난 이 시누에게 한잔 술로 풀어내고픈지 혼자라도 자고가라 붙잡는 올케를 달래느라 한참 시름을 했네. 대신으로 밥반주삼아 둘이서 소주 두 병을 땄다. 나는 맥주 체질인데. 흑흑... 점심 먹으면서 대충 가정사를 들어보니 오빠는 희망없는 장기요양환자로 시설에 맡겼으니 결국 올케 혼자 집에 남는 처지, 그래서 벌써 집도 팔았다고? 수원에 사는 아들(조카)네와 합친단다. 이미 이사 날도 받아놓았더라 당연한 결과이지만 왠지 울 오빠만 버려지는 느낌은 무슨 심술이던지. 봐서 오빠도 안산에서 수원의 요양원으로 옮길 생각이라더만 그게 마음처럼 수흘하려나몰라. 그렇게 저렇게 병든 오빠만 가족과 떨어져 쓸쓸하게 야금야금 산사람과의 인연줄이 닳아지며 실날같은 생명이 시나브로 사위어가겠지. 정말 이제는 상을 당하고서야 다시 찾을 것 같은 오빠네다. 멀게 느껴지는 마음이... 그래도 사시는 날까진 순한 애기처럼 편안하게 요양생활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십시일반으로 성의껏 챙긴 봉투들을 올케에게 건네주고 하직하고 돌아서는데 내가 우는 건지 하늘이 우는 건지 날씨는 내내 우중충 가는 빗발이 오락가락이더라. 이제 나는 꿈자리만 뒤숭숭하여도 요양원에 계시는 울오빠 염려로 하루같이 가슴이 저릴 것이다. 떠날 것을 예견케하는 남은 삶의 하루하루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멀리 있는 동생의 가슴을 넘도 잔인하게 할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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