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빗질하다 /김귀수
빛바랜 세월을 허공을 가로지른 외줄에 걸친다
바지랑대를 높이 세워라 햇살이 눈부시다.
철이 지나도록 걸친적 없는 옷가지처럼
장농속같은 마음 한켠에
쓸모없이 쟁여둔 가득한 옛것에의 잔상들...
하마 오래도 묵혀 둔 세월이라
아쉬움도 같은 것이
그리움도 같은 것이
이제와 누구가 한번쯤 훔쳐본다고 대수겠는가
늙노라니 한곳에만 묶어둘 마음이 없다.
말을 아끼는 속내가 공연히 혼자서 부산스럽다.
다른 이에겐 아무른 중요성도 없는 것을
식탐어린 아이의 밥그릇처럼 공연한 고집이었음에
이제쯤 쟁여둔 마음일랑 저자거리 장수처럼
묵나물 보따리로 펼쳐놓고 뒤적뒤적
먼지 쌓인 매케한 묵은 사연을 털어내도 좋겠다.
마음이 가벼워저도 좋겠다.
세상에 하나 뿐인 마음인줄 알았더니
인생에 하나 뿐인 추억인줄 알았더니
침묵의 마음이 비밀한 그리움이 아니었음에
긴 세월 이다지도 가슴이 헛헛하였구나
군내 나는 세월의 껍질을 이불의 홑청처럼 벗기고 나니
아~ 그렇게 가슴에 묻고 지낸 젊은 날의 이야기는
그리움을 빙자한 혼자만의 외로움이었다.
각질같은 세월의 앙금을 실소로 털어내며
여태 비밀한 마음의 빗장를 풀어 맑은 바람 한점 소통을 한다.
구름을 비껴 나리는 햇살은 줄기마다 눈부심이다.
갈 것은 가고 보낼 것은 보내야 한다.
아...유령의 그림자로도 성긴 추억의 잔상에
나의 세월을 갇혀 지냄이 싫어라
이제 나만을 사랑하며 살아감이 좋아라.
변하고 주책스러운 건 마음이였을뿐
삶은 여전하게 나의 보살핌에 목말라 있어
삶은 여전하게 내 인생의 주인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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