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야유회.
해마다 오월경이면 초등학교 동기 야유회가 있다. 5월 26일 어김없이 올해도 관광버스에
반가운 얼굴들을 소복히 싣고 예년보다는 조금 늦춰진 날짜에 목적지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정하고
육순이 넘은 친구들이 기쁜 마음으로 한데 뭉치고 사추기?의 봄소풍을 다녀왔다.
다만 우리는 백세 시대의 건강한 주역이고 싶을 뿐 이날까지도 사회의 역군으로 자식으로 부모로
또 남편과 아내로 아낌없이 희생하며 청춘을 다 바쳤으니 이제 노년의 남은 여정을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가끔씩은 일상사 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원없이 웃고 즐기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힐링이 따로 없음이로다.
머리는 반백이 되었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니 어찌 어릴적 동무들과의 이런 모임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다만 아쉬움이라면 개인사로 더러 동참하지 못한 친구들이 마음에 걸리고 서운할 뿐이다.
내년에는 빠짐없이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단골로 이 많은 친구들의 먹거리를 챙기며 수고가 많은
영순아, 점숙아, 순금아, 외출아, 고맙다 사랑한다. 너들은 복 받을껴...
초반이니 모두가 내숭을 떨며 얌전히들 자리를 지키고 앉았네.
아마도 술배가 고플껴...
자, 대충 추진 임원진들의 인사와 격려, 회비 각출도 마쳤으니
슬슬 분위기 살리려 순금이가 안주 챙기네. 이제 다 죽었다. ㅋㅋㅋ
영순이 눈 동그래졌다 . 빨리들 십팔번 한 곡씩 장전하고 술잔 받으셔...
야들은 둘이 뭔 밀담이여, 넘 다정한거 아녀?
정말 반가운 친구들이야. 정수도 물론이지만 분생이 친구의 참석이 진짜 반가웠어.
해임이랑 외출이는 노래 선곡에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네 심각해.
일찌감치 흥을 돋우러 바지른히 통로를 종횡무진하는 정희의 늘씬한 뒤태? ㅎㅎㅎ
한 모금의 술기운 없이도 완전 신이 많은 말희. 새누리당이여? 빨간모자가 이뻐. ㅎㅎㅎ
앉아 있는 진태 이 친구도 사진빨 쥑이네.
출가한 딸내미들 손주 돌보미로 기가 다 빠진 귀순이,
오늘은 만사 잊고 스트레스 확 풀고 가여..
동기 부부 커플 영자씨, 노래 살리고 살리고...
성환아 너 오늘 왜 유독 카메라를 피하고 몸을 사리냐?
해서 영상도 삐쳐서 흐릿하잖여... 얼굴도 불그래 노래만 잘 함서, ㅎㅎㅎ
감정 좋고 표정 좋고, 흥수 노래 잘 하네. 구성지게 넘어간다 넘어 가.
이제 다들 분위기가 좀 잡히네.
알아서 척척 박수도 치고 자진 납세. 통로로 뛰쳐나와 막춤도 추잖어.
뒷좌석이 VIP석이라고라고요?
에끼, 언넝 잔들 비우고 용관아, 규익아, 진태야, 창길아.
판 벌려놨을때 퍼뜩 춤판에 동참들이나 하셔라.
드뎌 지리산 노고단 주차장에 도착을 하고 각자 나눠준 도시락 주먹밥을 배낭에 챙기고 모두다 정상을 향해 돌격?
아니아니 출발하자구요, ㅋㅋㅋ 지리산 하면 육이오의 빨치산이 생각 나서리...
혹시나 어눌한 산행으로 친구들에게 민폐가 될까 일찌감치 노고단 정상 등반은 포기,
귀순이랑 정수랑 창길이랑 또 나랑, 이렇게 부실한 꼴통들만 아구지게 먹거리만 챙겨서는
철쭉나무가 화사한 산 아래 숲속에 돗자리를 깔았다. 이 정도가 우리 수준에 딱이였어. 술 잔을 나누며 웃고 떠들고 ...
산을 내려오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닮은 잎을 잡고 산호자다 아니다 입씨름이였지만
제대로 이름을 아는 넘이 없으니 결과가 없다는 거지.
비록 정상 도전은 포기했지만 등반 후 하산하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노고단 산정을 주차장에서 아스라히 올려다보며 미련과 아쉬움으로 먼거리 촬영으로 카메라에
지리산 풍경을 담았다. 주 초쯤 예고된 비를 암시하듯 운애가 오락가락하는 지리산의 오월은
여기서도 충분히 멋스런 아름다움으로 지리산의 명불허전을 인정시켜주었다.
너들은 왜 이러니? 산신령이 이놈 하시겠다.
넘 친해지긴 딱 위험한 우리는 점잖은 초등학교 동무들이여. ㅋㅋㅋ
요것들이 공기 좋고 산 좋은 지리산의 철쭉이라네.
꽃의 색깔이 빛깔이 넘도 선명하고 고와라.
등반을 마치고 하산한 친구들과 합세, 잘 익은 수박을 썰어놓고 갈증을 달래는 중,
왼손으로도 수박 쪼개던 영순이의 칼솜씨는 대박이였어.
이렇게 지리산 노고단을 뒤로하고는 바로 울산으로 출발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아쉬워
구례 화엄사로 시간의 여백을 채우려 신명나게 출발, 화엄사 도착전까지 신명나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 몸과 마음을 다시 던져버렸다.
화엄사 앞의 상가, 올말졸망 다유기 화분들이 앙증맞다.
내 동네라면 한두 개쯤 확 사버리고픈 유혹이 일더라.
장난기가 발동, 카메라를 들이대자 엉거주춤 또 몸을 사리는 성환이.
야! 고만 웃겨라.
아무래도 오늘 우리들 친구속의 주인공은 이 친구들이야. 월매나 보기가 좋은감,
동기간의 결혼이니 이렇게 다정하게 말썽없이 동기 모임에 척척 즐겁게 참석도 하고.
앞으로도 항상 동부인으로 꼭꼭 참석하렴, 행복해 보이고 넘 보기가 좋아. 진짜 보기 좋아 좋아.
이런 풍경으로 오늘의 야유회는 관광버스 안 조명속에서 화끈하게 마무리 지었다.
삼칠회 동기들아, 건강 잘 챙겨서 여전한 모습으로 다음 회동에도 반갑게 다시 만나자.
2013 /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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