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구월의 하순, 초등 동기생들이 함께 뭉쳤다. 여행지는 전라남도 조계산 선암사(仙巖寺).
천년 고찰 선암사는 산 깊숙이 자리잡은 사찰로 그 규모가 작지 않은 절이다. 봄에는 매화, 가울에는 단풍이, 그러면서
다양한 양식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하니 너른 경내를 찬찬이 둘러보며 가을 산사의 풍취를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암사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비포장길로 옮기는 발자국을 따라 폴폴 날리는 흙냄새를 맡으며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을 끼고 양 옆에 높게 드리워진 나무그늘 숲길을 여유있게 한 걸음씩 걷다가보면
신선한 숲향기와 산바람에 절로 심신이 정화가 된다.
십여 분정도 숲길을 따라가다보면 좌측으로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돌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보물 제400호로 지정된 승선교(昇仙橋)이다. 이름 그대로 천계에서 하강한 선녀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즐기고 하늘을 오르는 다리?
정감있는 그 옛날의 전설을 떠올리는 재미난 상상을 해 본다.
승선교를 끼고 잠시 몇걸음 옮기노라면 선암사 들기 전 강선루를 만나고 또 한모퉁이 돌아서면
국내 사찰중 유일하게 축조된 삼인당 연못이 보인다.
가을 햇살을 머금고 절정을 이룬 삼인당의 붉은 꽃무릇에 취한 울 친구들 기념 촬영하기 바쁘다.
그려, 남는 건 사진 뿐이여...
삼인당은 신라 경문왕 2년 (서기,862년) 도선국사가 축조한 장타원형 연못으로 안쪽 섬은 자리이타(自利利他)
바깥 연못은 자각각타(自覺覺他)로 불교의 대의를 표현하였으며 삼인당의 인(印)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으로 불교의 이상을 배경으로 표현한 것으로 선암사에만 있는 유일한 형태의 연못이다.
수줍은 쳐녀의 젖무덤처럼 봉긋하게 솟은 섬 윗부분을 꽃무릇이 붉디붉게 물들였다.
선암사 바로앞 길가에는 윤기 좌르르 흐르는 차밭도 있다
산사의 풍경 소리를 들으며 부처님 터전에서 다도를 즐기는 일이야말로 신선한 심신의 수양이 되기도 하리라.
여늬 사찰과는 좀 다르게 선암사 일주문은 양 옆으로 담장이 늘어져있어 마치 담벼락과 연결되어있는 형태가
대갓집 대문인 듯한 느낌을 준다. 또 특이한 것은 일주문을 나서면 보통 사찰과는 달리
사천왕상을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선암사의 장군봉이 호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천왕상까지
세워서 수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다
대웅전 앞에 위치하고있는 비슷한 양식을 갖춘 두개의 삼층석탑은 높이 4.7m로 보물 제395로 지정되어있다.
정교함이나 화려함은 없어도 무던한 그 모습이 대웅전 앞을 지키는 데에 잘 어우러지는 형상이라 느껴진다.
선암사의 대웅전은 화려하지 않으나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명불허전이라 천년고찰의 위세를 말해주듯 빛바랜 단청은 오랜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였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선암사 대웅전은 어간문이 없다. 앞문은 깨달음이 부처님과 같은 경지에 이르른 사람이나
드나들 수 있기에 일반 불자들은 모두 옆문으로 출입하게 되는데, 인간에게 있어 그만큼의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문을 만들지 않고 창문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울산서 동틀 무렵 일찍 서둘러 출발 도중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선암사를 둘러보다보니 배가 출출해진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는 서둘러 다음 목적지 여수로 이동 여수에 가서 점심을 먹을 참이다. 점심때가 좀 늦어지겠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원 참석을 못해 빠진 친구들 땜에 카메라앞에서 모여앉으니 어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내년엔 한 친구도 빠짐없이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
9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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