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깊어가는데 가을 바람은 쐬고싶은데 그렇다고 작정하고 짐 챙겨 먼길 떠나긴 번거롭고
그래서 그중 한가한 평일 화요일 간단히 먹거리 좀 챙겨서 밀양 얼음골로 케이블카를 타러 나섰다.
거리가 가까우니 이건 여행도 뭣도 아니여 .점심은 집에서 해결하고 오후 1시쯤 옆지기랑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 심심한데 더 늦기 전에 재약산 사자평 억새라도 보고올 참이다.
막상 와보니 장난이 아니였다. 평일인데도 뭔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이미 케이블카 승강장 주차장은 만차,
할수없이 호박소 가는 방향으로 한참 올라가다 길가에 간신히 주차를 했다.
얼음골 케이블카는 이번이 두 번째 탑승. 그러고보니 오늘 다시 오기까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케이블카는 50인승, 소요시간은 대략 10분에서 15분 사이. 케이블카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케이블카 승강장 주변에도
발 아래 천황산 산자락들도 모두 가을빛이 소복소복 물이 들고 있었다.
울 옆지긴 못 말려요, 복잡한 케이블카 속에서도 기어이 또 셀카 사진찍기,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 내려서 일단 등산로를 따라 길을 오르다 시원한 산바람을 마시며 다시 또 셀카 한장 찰칵!
등 뒤로 저만큼서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인다. 그나저나 오늘도 가다 서다 옆지기의 주문에 따라 몇 번의 사진 촬영이 있을지 모른다.
못 말리는 옆지기의 셀카봉 사진 찍기다.
은빛 갈기, 바람에 사각거리는 주황빛으로 들들은 억새잎들이 가을 산야의 단풍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어머나 세상에 어느새 가을빛이 이렇게 짙어졌구나. 절로 감탄사가 쏟아진다.
천황봉을 갈까? 재약산 사자평을 갈까? 두 곳을 두고 한참을 선택의 기로에서 헤매이다가 결국 사자평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그렇지만 케이블카의 마지막 하행 운행 시간과 맞추려면 지금 시간으론 사자평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이.
두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엘 올랐거든, 암튼 가는 데까지 가보자.
태풍 차바에 할퀴운 흔적들이 산길을 걷는 곳곳에서 느껴진다. 흙들이 실려나가 커다란 돌멩이들이 옮기는 발걸음마다 발끝에 차이고
오가는 산길을 적시는 물줄기들이 숲을 비집고 돌틈을 비집고 여기저기서 맑은 물이 샘쏟듯 한다.
나무로 이어진 억새숲 목재 징검다리도 태풍에 호되게 시달려 지반이 균형을 잃었는지 걸음 옮기기가 조심스러웠다,
목재 아래로는 흥건히 물이 고여 흐르고 걸음을 옮길때마다 나무들이 사정없이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낸다.
어쨌거나 부지른히 걸어서 재약산 하늘길 산들늪 쉼터에 다달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자평까지는 무리, 오늘은 여기가 최종 목적지가 되겠다.
사방이 확 트인 재약산 산들늪 평원이 억새숲으로 둘러쌓여 여물어가는 가을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시간이 빠르게 저물어가고... 주면에 사람들의 인기척이 없다. 우리가 올라오면서 거의가 내려가는 사람들을 길에서 만났었다.
사자평을 가려면 오전에 집을 나서야겠더라. 어물쩡거리다 하행하는 마자막 케이블카를 놓치면 큰일이다.
그래도 산에 오른 분위기는 제대로 잡을 일이다. 가져온 주전부리와 알콜음료를 꺼내는 울 옆지기.
ㅋㅋ 조금은 민망하지만 정산주 한잔씩 건배를...
조금씩 해가 기울어 갈즈음 천황봉 저쪽 봉우리부터 운애가 몰려들어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한다.
산에는 해가 빨리 떨어진다. 슬슬 자리를 거두고 하산을 해야겠다. 그나마 산속의 적막이 조금 덜 무서웠던건 용케 한 젊은이가
노모를 모시고 처와 아이를 데리고 우리 건너편에 늦게 도착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곧 마지막 하산 케이블카를 타려면
서둘러한다고 그들에게 귀띔을 하고 우리는 먼저 자리를 일어섰다.
상부 승강장이 안개속에 흐릿하다.
불안해서 더딘 내 걸음으로 뛰디싶이 예까지 서둘러왔다. 이제 겨우 안도의 숨이...
하행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승강장에서 안개 덮힌 산을 배경하고 마지막으로 또 사진 몇 컷을 남긴다.
좌우간에 옆지기 저 양반은 내를 모델로 사진 찍는게 그리 즐겁단다. 참말로 우야모 좋겠노?
지례 겁먹고 서둘러 산을 내려온 탓에 조금은 여유있게 마지막 아닌 바로 앞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안개속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호랑이 형상,
진짜 신기하더라. 화요일 오늘 하루 이렇게 가볍게 오후 시간을 투자 가을산을 올라 억새평원에서 맛나게 산바람 쏘이면서
옆지기랑 둘이 알콩달콩 가을을 담은 술 한 병을 비우고 내려왔다. 신선이 따로 있나 완전 기분 짱이었어...
10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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