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결혼 전 성관계는 필수죠""
[주간동아]
요즘 젊은 남녀는 그때와 확실히 달라졌다. 맨 정신에도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성관계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남자든 여자든 피임에 관해 철저하며, 콘돔뿐 아니라 피임약도 꼭 챙긴다.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이며, 혼전순결을 지키는 이를 신기하게 여길 정도다.
음지에 있던 성인용품점이 최근 번화한 대로변으로 나온 것과 남녀가 거리낌 없이 그곳을
찾는 것도 이런 세태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2017년을 살아가는 20, 30대 남녀로부터 성의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혼전순결은 말도 안 되는얘기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 26세 남자 대학생
▼ 성관계 경험이 있나요. "첫 경험은 스무 살이 되던 해 대학입시를 마치고 입학을 기다리던 1월에 친구도, 애인도 아닌
소위'썸녀'와 했어요. 그 후 사귄 여자친구들과도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고요. 지금 사귀는 사람
은 없지만 연인과 관계에서 에로스적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생 살아야 하는 사람과
확인도 없이 결혼하면 오히려 불행할 것 같아요."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혼전순결은 저도, 주변 사람들도 가능하다고 보지 않아요.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대학생은 성인이니까 성관계 자체를 터부시하기보다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2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성관계 경험이 없는 친구는 못 본 것 같아요. 친한 사이끼리는 경험담을 말
하는 편인데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고민되는 부분을 상담하는 수준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변화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성교육을 가정에서 할 정도로 개방돼야 한다고 봐요. 부모도 자식이 대학생이 되면 성관계를
한다는 것을 대부분 알 거예요. 친구의 어머니는'아직은 할머니 되기 싫다. 피임 잘해라'고 우
스갯소리를 하신다고 해요. 사실 성교육을 친구들한테 받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건
문제가 좀 있죠. 나중에 제 자식에게는 성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피임도 올바른 방법으로 하라
고 가르칠 거예요."
"친구들과 성관계 경험 얘기하며 정보 얻어요."
- 29세 여자 직장인
▼ 첫 경험은 언제였나요. "대학생이 되고 스무 살 때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 했어요. 성인이 된 직후 사랑해서 관계를
가진 거라 딱 적절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성관계는 연인이든, 부부든 잘 맞아야 하기 때
문에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요. 또 자신이 어떤 식의 성관계를 좋아하는지 자신의
몸, 성감대 등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친구들과 성관계 이야기를 하는 편인가요.
"사실 20대 초반까지는 잘 안 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죠.'남친과 지난주에 좋았다''예전 남친은 흑역사였다' 등 느낌을 말하는 데서 시작해
'어떤 콘돔이 좋다더라''어떤 모텔이 좋다더라' 등 여러 정보를 나누기도 해요."
▼피임은 어떤 방법으로 하나요.
"콘돔을 가지고 다니지만 가급적 생리주기에 맞춰서 성관계를 해요. 저희는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남자친구가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서 11월쯤 정관수술을 받을 예정이에요. 피임약
을 먹을 때마다 몸이 안 좋아지는데 그걸 본 남자친구가'그냥 내가 수술을 받는 게 낫겠다'며
나서더라고요. 솔직히 좀 감동했어요. 또 성병검사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정
기적으로 성병검사를 받아왔거든요. 제가 성병검사를 요구하니까 남자친구가 비뇨기과에
가서 고가의 검사를 받고 왔더라고요. 서로 음성이 나온 걸 확인했고,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을 예정이에요."
"성격 차이로 이혼하는 부부는‘성(관계) 차이'때문 아닌가요?"
- 31세 여자 직장인
▼ 현재 사귀는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나요. "남자친구와 사귄 지 6년쯤 됐는데 둘 다 혼전순결주의자는 아니에요. 서로가 원할 때 성관
계를 하는 편이죠. 오히려 이런 걸 모르고 결혼했다 맞지 않아서 이혼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어요. 이혼 사유가 대부분'성격 차이'라지만 알고 보면'성관계로 인한 불화'가 많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결혼 전 해보고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은 어떤가요.
"제 주변에 경험 없는 친구는 없어요. 대부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눠요. 남자 동기들도 마찬가지로 유경험자가 많죠. 만약 어떤 남자가'처녀막이 있는 여자
하고만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제 쪽에서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피임은 어떤 방법으로 하나요.
"콘돔을 사용하죠. 기본적으로 아이를 가질 게 아니라면 피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봐요.
남자 중에는'질외사정을 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는데 너무 답답해요. 콘돔 사용
을 꺼리는 남자도 많고요. 여자 중에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부류가 아직까지 꽤 있는 것
같아 이런 부분에서 의식 개선이 필요할 듯해요."
"사후피임약은 여자 몸에 안 좋잖아요. 콘돔은 꼭 챙겨야죠."
- 28세 남자 직장인
"물론이에요.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는 편이죠. 대체로 여자친구보다 제가
주도하는 편인데, 여자친구가 승낙 의사를 분명히 할 때 가져요. 상대가 거절하면 그 의
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좀 더 진전된 관계를 원한다면 그런 면에서 연인 간 대
화를 많이 나눠야 한다고 봐요."
▼피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피임은 서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죠.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 중에서도 콘돔을 사용하는 걸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는 콘돔 대신 자기가 사후피임약을 먹겠다고
했죠. 그런데 몸에 좋지 않다는 후기가 많았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아서 제가 콘돔을 항상
챙겼어요."
▼성관계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성관계 이야기를 꺼리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고 생각
해요. 가까운 친구 사이, 연인 사이에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앞으로 더
개방적으로 바뀌어 결혼 전 성관계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사라졌으면 해요.
엄연히 성인인데 그런 면에서는 선택을 존중해줘야죠."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 2017.11.07. 16:04 수정 2017.11.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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