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면 은빛갈대와 억새였는데 요즘은 못잖게 핑크 뮬리(서양갈대)가 대세다. 올해는 어쩌다보니
단풍 구경을 재대로 못하고 가을이 깊어버렸다. 미안적은지 울 옆지기 어디서 핑크뮬리 소식은 들었는지
정보를 입수, 울산 대공원으로 망설임없이 나들이를 나섰다. 멀잖은 곳이라 점심을 먹고 여유있게 집을 나섰더니
하마 햇살이 서쪽 하늘로 기웃둥 공원의 작은 동산이 숲 사이로 길게 그림자를 만들었다. 오후의 한가로운 햇살을
머금은 핑크뮬리 군락지는 마치 분홍 물감을 곱게 들인 목화솜처럼 포슬포슬 장관을 이루었다.
내가 얼굴이 화끈 민망해지는 풍경이다. 어딜가든 기초질서나 공중도덕의 의식이 상실된 몰지각한 사람들이 꼭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 저지선을 치고 포토존까지 설치되여 있었지만 굳이 저지선을 넘고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를
쳐서 그 이쁜 뮬리밭이 엉망으로 짓발힌 곳이 여기저기 흉한 모습으로 드러나 있었다. 선진국의 일등 시민의식은 언제
갖춰지려는지. 미꾸라지같은 인간들 때문에 그저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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