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사월 중순, 의사 선생님의 허락도 받았다.
이제 눈 걱정 말고 반주 한잔씩 해도 된단다. 그렇다면 당장 어디 가서 소주잔 들고 목 운동해볼 일이다.
헤서 미리 작정하고 안경 찾는 날에 맞추어 일정을 짜 놓았으니 그게 바로 막둥이가 추천해준 경주 맛집
가마솥 족발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불국사 왕벚꽃 구경도 하고, 일타쌍피, 당일치기 경주로 맛집 여행. ㅋㅋ~~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안경도 찾고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울산을 벗어나서 경주 불국사를 향하고 GO~GO~
보문로 가로수길 벚꽃은 졌지만 가지마다 새순이 파릇파릇 봄빛이 고왔다. 그려 이제 왕벚꽃 철이지....
불국사 왕벚꽃단지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주말 아닌 주중인데도 꽃구경 나들이 상춘객들 참 많기도 했다.
사월 중순, 갈수록 벚꽃의 개화시기가 빨라지는 느낌이다. 경주는 울산과의 일교차로 보통 벚꽃의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는 시간 차가 있었는데 언제부턴지 동시다발로 피는 것 같다. 언양 작천정 벚꽃 다지고 사월 말쯤에야 경주로
왕벚꽃 구경 가곤 했었는데.... 예전 생각하고 조금만 꾸물댔다간 자칫 불국사 왕벚꽃 구경마저 놓칠 뻔했다.
군락을 이룬 핑크빛 왕벚꽃 그늘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며 나는 완전 넋이 나가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황홀해서, 아무라도 마주치면 손잡고 얼싸안고 철부지 아이처럼 방방 뛰고 싶었다.
근데 웬걸 마스크 쓰고 혹시라도 민폐 될까 사람들과 거리 두기가 신경 쓰여서 연신 두리번 두리번,
에이그~ 코로나에 미친 세상 이를 어쩌누....
힘들게 마련한 시간, 집콕 방콕에서의 경주로의 일탈이다. 나보다 더 신바람이 난 울 옆지기.
물만난 고기처럼 폰카메라를 들이대는데 감당이 불감당, 연신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사진 많이 걸러냈는데도 정리하니 이 정도다. ( "이 양반아 자꾸 사진만 찍다 족발은 언제 먹니?
진짜 못 말리는 울 서방님일세. ㅋㅋ" )
그렇게 한동안을 더 꽃동산에서 희희낙락 옆지기와 사진 찍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에야
약간의 아쉬움을 간직한 체 드디어 불국사를 벗어나 경주로 향할 수가 있었다. 내비의 안내를 받고 도착한
경주 가마솥 족발, 소박한 간판이 걸려있고 해묵은 영업집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색 바랜 벽지 위에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이 낙서처럼 질서 없이 어지럽게 쓰여저 있다.
물론 우리도 한쪽 귀퉁이에 살짝 다녀가는 흔적을 남겨 놓았다.
뭐 늙어도 남들 하는 짓은 다 따라 해 보는 거지...
그렇게 얼마간 기다렸더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족발만이 아닌 보쌈+족발을 시켰다.
이왕 온 김에 두 가지 다 맛을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한데 먹어보니 둘 다 맛은 있었지만 족발이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갖고 갈 도시락으로 족발을 주문했다. 부모 생각해서 맛집 강추해준 기특한
우리 막둥이 싸다가 먹일라고... 나는 참 착한 엄마다. ㅋㅋ
아직도 남아있는 코끝의 왕벚꽃 향기를 지워내기라도 하듯이 나는 잠시 눈 건강을 위해 참았던
술잔을, 기쁘게, 빠쁘게 비우며 아주 기분이 우아하고 여유로웠다. 그런 나를 지켜보며 울 옆지기
늙은 마누라의 재롱이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안심하랜다. 이제 마음 놓고 술 한 병씩은 자주 사준다고,.
저런 멘트에 내가 정말 미처 부러, 그래도 과음은 안 해요. 그냥 한잔 술을 즐기는 애주가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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