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여 아듀! 굿바이~~~
안그래도 잔인한 달로 낙인 찍힌 사월은 코로나19 때문에 진짜 잔인하게 느끼며 봄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방콕, 즉 집돌이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웬만하면 하고 은근 기대했던 석가탄신일 사월초파일 연등법회까지 취소 연기되니 그야말로 황금 연휴가 무색하게
김이 확 샜다. 내가 나름으로 불심이 깊다고 자처하는 대를 잇는 불자이거든..... 초파일날 아침, 일찍 불경을 털어놓고 온 집안을 성스
럽게 정화를 시키며 내 식으로 불경책을 펼쳐놓고 천수경을 읊으며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는 의식을 치뤘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젔다.
그나저나 짧지않은 연휴를 무의미하게 그냥 보낼 수는 없잖은가? 우리 집앞 몽돌 해변으로 줄을 이어 차들이 밀려 들어와 텐트를 치고
난리가 났다. 덩달아 좀이 쑤시네, 해서 옆지기랑 의기투합, 모처럼 몸단장하고 경주로 간단한 여행길에 나섰다. 감포 ,구룡포 포항을
아우르는 해안길 드라이브를 거쳐 경주 보문단지에 도착하기 까지 거치는 곳곳마다 그저 사람들로 인산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이
무색, 와 진짜~~~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지.... 장미의 계절이라서인가?
나에게는 오월은 봄이 저물고 여름이 시작 되는 계절의 분기점..... 보문호숫가,
잎새의 녹색빛은 짙어지고 경주의 겹벚꽃도 조금씩 꽃잎이 떨어지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누라 사진 찍어주는 재미로 세상 신이 난 울 옆지기, 거기에 성이 안찼나 나대로 셀카까지, ㅋㅋ
바람은 산들. 햇살은 쨍쨍, 호수 주면길을 산책하며 실컷 사진을 찍고 놀다보니 어느새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랐다.
우리가 노인인걸 깜빡(?) 오가는 주변 사람들이 거의가 젊은이들이였다. 산책은 이쯤서 끝내고 호텔 안의 커피숍을 찾아들었는데
알고보니 북카페였다. 일석이조, 마음 놓고 휴식하며 책들도 좀 볼 일이다.
봄의 뜨락에서 만난 경주의 가을 단풍(?) 지금이 봄이여? 가을이여?
어쨌거나 단풍잎 빛깔 참 곱기도 하다.
주변엔 둘러보니 사람들이 아무도 안 보이네. 성화에 못 이기는 척, 뽀뽀를 했네,
늙을수록 우리 넘 주책맞은거 아녀?
어느새 해거름, 땅거미가 지네...
사월과는 시원섭섭한 이별의 악수를 하고, 오월과는 진하게 설레이는 입맞춤을 하며 코로나19의 압박감도 잠시 잊고 몸도 마음도
날개를 달고 아주 가벼운 느낌으로 계절의 향기에 듬뿍 취한 하루였다.
가끔씩 찾는 음식집엘 들렸다. 대박~ 꽤 큰 홀 안이 손님으로 시끌벅적이었다. 경기 안 좋다는 말도 빈말(?)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되는 집은 된다니까.... 간신히 손님이 막 자리를 비운 식탁에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았다.
강동 밤바다가 열린 창문 너머에서 운치있게 철썩거리고 있었다. 배 터지게 회 먹은 지도 얼마 안 됬으니 오늘은 우린 간단하게 주문합시다.
"여기요,소주 한 병에 회덧밥 둘이요~"
인생 , 뭐 별거 있나. 옆지기랑 건강하게 해로하며 가끔씩 단골집에 마주 앉아 술 한 잔에 사랑의 건배사를 담고 서로의 삶을 자축해주는 것
잘나도 내 사람, 못나도 내사람, 이 것이 진정 소소하고 확실한 일상의 행복,
고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나는 날마다 사는 게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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