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솔솔 불어대는 시월의 끝날에
딱 일 년 하고 육 개월 만에 갖게 된 모임이었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달마다 갖던 모임인데 말이다....
그렇게 오래 단절됐다 다시 연락된 모임이지만 만나보니
친구들 못 본 그 사이에도 별 탈 없이 얼굴 아니 건강이 여전해서 너무 반갑더라.
어느새 육십을 지나고 70~80 세대들이 되었으니 살날이 얼마일까? 쌓인 이야기들이
한 보따리다. 큭큭큭.... 원래대로라면 저녁 모임이다. 그래도 조심스러운 시국이라 낮시간에 만났다.
밤에 모였으면 주거니 받거니 술잔 오가며 주기 오르면 어김없이 2차는 노래방을 가곤 했었다.
이제는 많이들 몸을 사리게 되었네. 진짜 건강에 신경 쓸 나이 아니 연세들이니까 큭큭~~
집 나간 며늘애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에다 고소한 전어회를 곁들인 맛난 점심들을 먹었지만
식사만 끝내고 헤어지려니 뭔가가 괜히 허전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해서 커피집을 찾는데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도 잘 보이지가 않는데 용케 대로변 건너에 진짜로 다방이라 적힌 상호가
눈에 들어와서 6~70년대 역전다방을 상상하며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찾아들어간 곳 지하 1층,
그야말로 옛날 향수 가득한 그런 다방이었다. 어쩌면 우리들 늙은 꼰대들 분위기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완전 대박~ 이곳에 아직도
이런 분위기의 다방이 있었을 줄이야....
차를 주문 받는 다방 마담, 아니 마담이라기보다는
이웃집 아줌마 같은 느낌이, 그래서 더욱 정겨운 모습....
산전수전 다 겪은 울 남친들 마담을 두고 아슬아슬한 19금 토크가 거침없다.
그래도 재치있게 받아주는 마담 아줌마? 허긴 이곳 한자리에서 물장사 15년이라네.
그런데 내가 이 근처 살 적에는 왜 한 번도
이 다방을 못 봤지?
생강차에 아메리카노, 갖가지 주문했지만 그중 으뜸은 역시
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 진짜 옛날식 다방이로세
알록달록 꽃무늬 찻잔까지 기가 막힌다.
울 친구들 모두 두어 시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옛 향수와 낭만에 흠뻑 취해 지난 젊음의 시간들을 반추하며
너무나도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11월에도 이 근처에서 모임을 하고
다시 한번 이 다방엘 와야겠다고 마음들을 먹었다.
무조건 신식이 좋을까? 좀 촌스럽고 불편해도
역시 아날로그가 우리 연대엔 딱이여....
10월의 마지막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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