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일상 스케치( 사진 일기 !~~

김장하는 날

가을비 우산 2021. 12. 14. 13:05

해마다 12월이면 김장이

우리 집의 큰 행사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김장을 안 할까 싶다

했더니 며늘애들이 울상이 되어 차례로 전화질이었다.  온 가족 다 모이지 말고

차례로 가서 나눠서 김장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욘석들 저들이 직접 담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꼭 이 시엄마가 담아주는 것만 먹겠다니 나 죽으면 어쩔셈인지 벌써부터 슬슬 걱정이라니까...

게다가 올해는 작년보다 김치를 더 많이  하라고 미리부터 성화를 대니 힘들어도 거절은 못하고

이 늙은이 자식들 김장해주다 몸살만 뒈지게 하고 말일이다. 에혀~~

미리 담근 동치미에, 배추 60여 포기, 총각김치, 무 섞박지에 배추 백김치까지,

늙은이 혼자서 발 동동 굴러가며 며칠을 김장 준비했는데 요것들 파김치는 안하냐고 묻는다.

아~ 열 뻗쳐, 흐흐흐.... 스무 근 김장 양념 후리고나니 울 옆지기까지 허리야 팔이야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김장하는데 백만 원 한 장이 날아갔다. 참 돈 쓸 거 없네.  중국집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고무장갑으로 완전무장 김장을 시작하는데 특히나 둘째 손녀 유림이가

얼마나 다부지게 배추를 버무리는지 고모, 숙모, 모두 다

기특해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과정은 힘이 들어도 또 이렇게 자식들이

부모 집에 함께 모여 왁자지껄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흐뭇한 행복감에 푹 빠져든다.  이런 것이

부모의 마음이요 내리사랑이 아닌가 싶다.  백 살이 되어도 정신만 말짱하다면

김장하는 몸수고쯤은 기꺼이 이겨낼 것 같다.  김치 많이 담그라고

부탁할 때는 언제고 많아진 배추 다 버무리느라 애들이 하니같이

"아이고 허리 팔다리야 " 하면서 앓는 소리들이었다. ㅋㅋ~~

나는 속으로 "욘석들 욕 좀 봐라" 하고 내심 쾌재를 불렀다

김장,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고요....

 

 

 

 

 

그렇지만 당근과 채찍이 함께여야 묘미지, 

대충 김장이 마무리돼가는 걸 보고 푸짐하게 삼겹살과  

앞다리살로 수육을 삶기 시작했다. 울 장손은 장거리 일 가서 못 온다 하고 

둘째는 퇴근하고 온다더니 김장이 끝날 무렵 알맞게 현관문을 들어섰다. 

며늘애들이 각자 김치통 가득가득 알아서 챙기고 나서 드디어 시원한 

맥주 곁들인 상차림 앞에 둘러앉아 구수한 수육,  김장김치 보쌈으로 

한입 베어 무니 고생한 하루가 꿀맛처럼 소화가 된다. 남은 

수육 도시락 챙겨서 자식들 떠나보내고 나니 남은 김장 

뒷설거지에 기가 질리더라. 암 커나 내 새끼들 

김장하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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