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집안 동생이 거리두기 해제가 되었다고 관광버스 타고
여행 가자며 연락이 왔다. 허리가 아픈 중에도 복대를 하고서라도 동참하겠다고
흔쾌히 승낙을 해버렸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통제받는 생활에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회비 5만 원에 간식과 하루 세끼를 책임진다니 몸만 가면 되는 일이었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퍼플섬
즉 보라색 섬 마을, 울산서 왕복 10 시간 길, 쉽지 않은 도전인 셈이지만 수년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여행길이라 살짝 설레기는 하더라... 5월 15일 일요일 5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방어진을 출발지로 하여
북구, 중구, 남구를 두루 거치며 중간중간에서 일행들을 태우면서 무거동 고속도로를 진입하니 탑승
인원 42명, 우리 일행인 4명 말고는 다 초면. ㅋㅋ, 우리는 오늘 하루 객원으로 인원 채우기로
투입된 사람들이다. 60 중반과 80 사이의 연령대들이니 그야말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경로관광, 처음엔 초면들이라 조금 쑥스러웠지만 가는 도중 마이크 들고
노래방 코스로 십팔번 한곡조씩 부르며 흥이 오르니 금세 한식구로 분위기에
동화돼버린다. 그래도 오랜 방역 생활로 관광버스 문화도 어느 정도는 차분해져서 음주가무가
그렇게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시종일관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우선 나부터도 온종일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꼼짝도 않했거든. 왕년엔 소주 한 잔 마시고 하루해가 짧다고 광란의 관광버스 춤으로 한가닥
했었는데 참 세월 무상이네. 울산을 떠난 지 3~4시간이 지났을까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1004 대교,
실물 영접하니 그저 입이 쩍, 인천대교에 맞먹는 신안의 1004 대교를 지나며 좌우로 바다를 보니
수면에 떠 있는 섬들이 동해바다 풍경과는 딴판의 분위기다. 수심 깊고 물빛 푸른 동해와는 달리
갯벌이 많은 서해안이라 그런지 바다가 뿌옇게 물빛이 흐렸다. 호남 땅 깊숙이 들어서니 버스
안을 울리는 관광 메들리에 귀청이 따가운데 관광 떠나온 실감은 나더라.
인좌면에서 박지도, 반월도,
두개의 섬들이 보라색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는
신안의 퍼플섬, 오월의 햇살을 품은 보라색 섬 풍경들이 몽한적인 느낌으로 신비로웠다.
바람은 좀 거칠었지만.... 인좌면 매표소, 보라색 의상을 착용하면 입장이 무료라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준비를 해오기도 했던데 나는 경로우대 무료입장이라고 그냥 무심히 생각했는데 왠걸 안내는
경로우대라면서 5,000원 입장료를 받네. 말은 상품권 교환이지만 내돈 5,000원 내고 상품권과
맞바꾸었으니 결국 유료 입장이다. 도대체 이건 무슨 계산법이지? 그 상품권은 섬 내에서
소비하는 조건, 외부 반출이면 어느 곳에서도 무용지물 쓸데없는 종이짝이다. 참 장사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섬 주민들을 돕기 위한 소비 의도는 좋다지만 노인들을
상대로 상품권 강매(?), 조금은 빈정이 상했다.....
인좌면 주차장에 타고 간 관광버스를 주차시킨 후 그 옆에서
단체로 준비해온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섬 한 바퀴를 도는데 약 한 시간여가
소비되더라. 내 바로 아래 동생도 함께 갔는데 지나 내나 불편한 몸이라 우리 자매는 일행을
쫓아가느라 종종걸음으로 뒤쫓기에 바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5,000원 상품권에 현금을 보태 다시마를
구입 오후 세시가 지날 즈음 퍼플 섬을 떠나오며 생각하니 나름 즐거운 관광이었다 싶었다.
섬진강 휴게소에 들러 단체로 재첩국도 싸고, 진주 휴게소에 들러 남은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며 아침나절엔 서먹했던 일행들이 어느새 많이 가까워진
분위기였지만 그야말로 정들자 이별, 출발할 때의 역순으로 사람들은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인사와 함께 차례로 하차를 하고 내 차례가 되어 버스에서 내렸을 때는 밤 10시가
다 되었다, 왕복 10시간의 장거리 힘들긴 했지만 딱 맞춰서 마중 나와 기다리는 옆지기를
보자 몇 년 만에 보는 듯한 격한 반가움이....ㅋㅋㅋ 관광버스 타고 관광 다녀오며
오늘처럼 음악에 반응하지 않고 점잖게 자리에 앉아만 있기는
또 처음이야. 몸도 마음도 늙기는 늙었나 보다.
오늘은 단체관광이라 어쩔 수 없이 오가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퍼플섬을 구석구석 여유롭게 둘러볼 수는 없었다.
퍼플 섬의 야간 풍경까지 감상하려면 아무래도 1박 정도는 돼야지 싶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음 기회를 노리며 매표소 가판대에 꽂혀있는
팸플릿을 챙겨 와 볼거리들을 정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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