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일상 스케치( 사진 일기 !~~

느림의 미학

가을비 우산 2023. 1. 6. 05:44

 

살면서 나도 모르게  무심 중에  강박적인 의식과 행동으로 습관처럼
몸에 밴 게 있다. 매사를 급하게  빠르게 직진 서두르는 그것이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좀 늦으면 어떻고, 더디면 어떻고,
처지면 어떻고,  둘러간들 어떠리... 이 나이 되어 돌아보니 서두르느라
놓친 것들. 앞서려다 잃은 것들.  직진하다 못 본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시절, 그 시기,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라서  한번 놓쳐버리니 흘러가는
강물처럼 되돌아오지 않을 것들이, 내가 살아온 세월들 속에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아름다운데 살아보니 단 한 번의   인생은  너무 짧다.
그래도 늦었다고 느낄 때가 빠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지 않는가....


새해부터는, 매사 천천히  쉬어가며 살펴가며 둘러보며 느리게 더딘 걸음으로
삶의 길을 걸으려 한다. 새해가, 느리므로 보고 듣고 만나지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슴은 뛰는데,  십이간지 해석과는 반대개념이
되었다.  2023년은 깡충깡충 잘도 뛰어다니는 신묘년 토끼해이니 말이다.
ㅎㅎㅎ...

아직 개발 지역이라 집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나대지들이 많다.
그런데도 그 공터에 이렇게 예쁘게 꽃들이 자라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산책하듯 천천히  도보로  옷 수선집에 다녀오는 길에 만난 집 주변 풍경,
여태 가까운 길도 늘 차를 타고 지나치기만 했다..

 

 

이 억새숲도 마찬가지다.  바로 집주변에 이렇게 지천으로 가을의 정령처럼 
억새가 꽃이 펴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도 그저 교외로  멀리 나가야만 볼 수 
있는  멋진 가을 풍경이라 생각했으니 참 미련하고 답답한 중생이로다....

 

 

 

 

우리 아파트가 꽤 고층이다.  해서 바다 뷰가 좋다고만 생각하고 그런 관점으로만 바라봤는데
이런~~  가을 속 마을 길을 천천히 걷다보니 우뚝한 울 아파트를 배경하고 것도 하루가 저무는
해거름 녘에 하얗게 꽃들을 해풍에 하늘거리며 서로 몸을 기대어  바람결 따라 서걱거리는
억새숲을 보니 이야~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허 잠. 이 좋은 집 주변의 풍경들을 왜 여태 몰라봤지? 하는 반성의 마음이 절로 솟구치더라. 
그래, 그래, 이게 바로 느림의 미학이지, 역시나 차를 타고 직진만 하고 빠르게 움직였다면 절대로 
보고 느끼지 못했을, 몇 년을 살고 있으면서도  몰랐던 바로 내 집 주변의 숨어있는 비경이 아닌가 
말이다. 새해는 서두르지지 말고 좀 천천히 가자. 더디 걸으니 보이는 것들에게 나 진짜 반했다....

 

 

 

2022년의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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