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신년 초부터 밥맛을 잃었던 것 같다. 나이 한 살 더 하니 자연히 병치례가 잦아지는
여러 원인 중에서도 두통을 동반하는 지긋지긋한 어지럼증이 원인인가 싶기도....
혈압약 복용한 지가 삼십 년 세월에 가까운데 어지러워서 신경과에 갔더니 혈압약을 먹지 말란다.
약을 끊으면 혈압은 올라가도 신경과 처방약을 먹으면 또 어지럼증은 가라앉는다.
그나저나 체중마저 줄어버리니 식구들의 걱정도 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대략 난감,
그렇게 밥맛을 잃은 탓에 정월달 내 생일 때를 시작하여 무더위가 지나가는 구월, 가을의 문턱에서
슬쩍 돌아보니 가족들의 걱정 속에서 입맛 찾아 밥맛 찾아 참 여기저기 외식도 많이 다녔다.
지금은 시나브로 입맛이 돌아오기는 했다마는 빠진 체중은 좀처럼 원위치를 않네. 흐흐흐
억지로 다이어트를 한셈이지만 건강검진 결과엔 체중 미달이었다. 참 나....
걱정해 주는 친구들의 전화까지 자주 받다 보니 내 몸 하나 관리 못해서 여기저기에 민폐다 싶어
지금은 게으른 집콕 생활을 조금씩은 탈피 일주일에 두어 차례는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을 한다.
가끔은 대중교통을 이용도 하고, 처음엔 노선도 모르고 버스 이용이 서툴렀는데 이젠 많이 익숙
해졌다. 아무리 쓰일 데 없는 무료한 노년인생이지만 건강관리만이라도 잘해서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만큼 남은 세월의 물살이 빠르다.
돌아서면 또 하루가 가니 말이다. 아~
"비 내리는 구월의 첫 금요일, 둘째가 강추한 홍장어집을 다녀왔다.
진짜 민물 장어보다 더 맛나더라."
언젠가부터 가을이 아닌 여름철에 전어회를 먹게 되었다.
먹어보니 가을 전어보다 씨알은 잔 듯싶어도 뼈가 부드러워 뼈째회로 먹기 딱이다.
역시나 올여름도 팔월의 끝에서 옆지기랑 서둘러 삼호 회센터를 찾아 구수한 전어회 맛에
푹 빠졌다 왔다. 비록 우리가 바닷가에 살고 있지만 전어회만은 바다가 아닌 시가지에 있는
삼호 그 횟집이 훨씬 맛깔스럽게 잘해준다. 정말 오랜만에 아는 동생이 근무하는 단골 노래방에도
들렸더니 주인언니가 연세가 있어 노래방을 그만 한대나? 오래 일했는데 졸지에 일자릴 잃게 된
동생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금방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할 텐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무더위 속 금요일 저녁에 옆지기 손잡고 우중의 데이트를 나섰다.
말만 들어도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는 명촌의 포장마차, ㅋㅋㅋ
그렇지만 천막 포장마차가 아닌 현대식 건물의 퓨전 포장마차다. 다행히 지붕은 양철이라 귀
기울이면 굵은 빗방울이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출입문 쪽 유리창
밖에는 불빛을 머금은 빗줄기가 한층 분위기를 더해주며 바람 따라 흐느적 거린다.
이 맛에 비 오는 날엔 술이 더 당기는 지도....
장마 전 끈적한 무더위가 살갗을 질척거린다. 집에 있기가 그냥 짜증스러운 날씨, 그래서
몇 번 벼르다 말곤 했는데 오늘은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횟간을 먹으러 나섰다. 일반 식육점에선
좀처럼 싱싱한 횟간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그냥 뒹굴뒹굴 하든 부스스한 모습으로 손가락 빗으로 머리를 슥슥 훑어 넘기고는
횟간 먹을 생각에 입맛 다시며 쪼르르 옆지기를 따라나섰다. 젊은 남녀 셋이 장사를 하는
모양인데 이 집 횟간 괜찮네. 달동 이 골목이 둘러보니 거의 젊은 층들이 노는 구역인 듯,
덕분에 마음만은 우리도 젊은이 기분 팍팍 내며 신나고 즐겁게 이 구역 밤의 한 구석에 꼽사리
끼어 잘 먹고 잘놀다 왔다.
이때가 나른한 봄날이었지 아마? 유독 밥심이 딸려 비실거리는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방 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나를 기어이 꼬드겨서 점심을 먹이겠다며 옆지기가 데려간 곳이 순두부집이었다.
맑은 순두부찌개에 비지장이 그나마 내내 쓴맛 나는 입안을 밥숟가락이 드나들게 해 주었다.
흐흐흐~ 것도 어쩌면 옆지기가 내게 보여준 사랑의 힘이었을걸....
5월 어버이날에 온 가족이 모여 옆지기가 특별히 신경 써서 미리 예약해 놓은 횟집을 찾았다.
이 집은 횟감의 육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여 시간 타임을 놓치면 손님으로 발 들이기 쉽지가
않다. 식구가 많아 별채에 우리 가족만 따로 상차림이 준비 돼 있어 더욱 분위기가 편안하고
좋았다. 컨디션 저하로 붓기가 가시지 않는 부스스한 몰골이었지만 귀여운 손녀딸들을 보니
생기가 돌고 한결 마음이 밝아졌다.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것들~~
한참만의 가족 외식에 옆지기는 사진 찍느라고 그냥 신바람, 참 못 말리는 사람.
코로나 탓에 쭈욱 건너뛰었던 총동창회가 4년 만에 열린 것 같다. 몇 년만 더하면 백 년이 되는
정도로 우리 모교는 역사가 깊다. 코로나 전에는 그야말로 노장 중의 노장 대 선배분들도 더러
참석하셨는데 이번에 보니 안 보이는 선배들도 많았다. 노인들의 시간은 3~4년이 주는 세월에도
변화가 컸나 보다.
우리 기수 모임에서 야유회를 떠나는 것도 4년 만이다. 역시나 나이의 무게가 컸던지 대다수의
친구들이 불참을 했다. 체력이 달려 장거리가 부담스럽다는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우리 나이들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어 허망한 생각이 들더라. 참석한 친구들도 내년에도
야유회를 함께 떠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기도, 에효....
봄철 간절기의 입맛 돋워준다며 옆지기가 데려간 식육식당. 집 근처라 가깝기도 하지만 고기가
좋아 가끔 찾는 곳이다. 저녁 외식을 하러 나온 손님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비싼 소고기가 구미에 당기지가 않는다. 한 점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안달인
옆지기 때문에 꾸역꾸역 먹기는 했다 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생각해
주는 옆지기의 사랑이 복에 겨운 염치 모르는 나는 그저 밉상 할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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