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고 자란 유년의 추억 소복한 안태고향도, 장성하여 부모 슬하를 떠나
가정을 이루면서 태어난 내 아이들의 고향도, 개발과 발전이라는 시류의 흐름을
타고 이제는 모두가 기억 속으로 묻히고 사라져 간다.
낮은 담장 너머로 별거 아닌 음식도 서로 나눠먹던 푸근한 인심,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을 닿을 듯 스쳐 지날 때에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소한 옆집
안부로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던 그 정겨운 마을의 인심들이 그리운 것은 당연하다.
율동을 떠난 지는 오래지만 어쩌다 지나칠 일이 있을 때는 그래도 반가운 마음으로
쳐다보곤 했는데, 이제는 마을의 자취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율동을 찾아가 봤다.
일찌감치 보상을 받고 이주한 마을 지인들에게 들은 풍문대로 지금은 완전 다른 풍경,
남은 흔적이라고는 어물동 뒷산 군부대로 올라가는 산길뿐이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으휴 ~~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산길을 타고 옆지기랑 분위기를 잡으며 산 위로 오르니
개화가 시작된 벚꽃나무가, 개나리가, 새순이 파릇한 찔레넝쿨이 말없이 반겨준다.
새댁일 때 산소 간다고 자주 오르내리던 그 길이 몰랐던 약수터가 목을 축이게 하고,
벚꽃, 개나리가 마중을 하고, 진달래 군락지가 생겨서 상춘객을 부르니 세월 흘러
변하지 않는 게 무엇이 있을꼬? 옆지기도 나도 백발이 성성하구나...
예전에는 벚꽃 하면 언양 작천정과 불국사이더니, 이제는 흔하디 흔한 벚꽃이라
집만 나서면 여기저기 지천인 벚꽃들이다.
차라리 이제는 무거천 궁거랑 벚꽃과, 태화동 먹거리 벚꽃 가로수 길이 더 유명세를
타는 듯하다. 지구 온난화 탓인가 개화시기도 지역 간 차이도 별반 없이 동시다발로
피는 것 같다. 벚꽃이 만개하면 인파로 붐빌 듯하여 우리는 앞당겨서 두루 꽃구경을
한 셈이다. 봄비마저 촉촉하게 내리니 이 또한 느낌이 달랐다. 파전에 막걸리 생각이
조금(?) 큭큭큭~~
사실 옆지기랑 둘 다 안과 진료 가는 길이라 들뜬 마음일랑 자제하고 비 내리는
낭만 있는 봄 풍경 눈으로 담고 그만 발길을 돌렸다. 무거천엔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리는 궁거랑 벚꽃 축제가 준비 중이었다.
비 오는 어느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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