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말라면 더 가고 싶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었던 나이가 있었다.
잠시도 가만 못 있고 설쳐대고 매를 맞으면서도 집을 떠나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고
싶었던 시절, 대책 없이 어울려 떠들며 마냥 목소리 높고 웃음소리 호탕하던 시절,
아마도 그때는 청춘과 젊음이 주는 열정 때문이었을 게다. 근데 지금은? 허허 참.....
한마디로 만사가 그저 그렇다. 옆에서 누가 부추겨야 겨우 움직이고, 이렇게 저렇게
꼬드겨야 마지못해 하며 따라나서는, 몸도 마음도 기력이 빠져버린 마냥 헛헛한 나이,
오래되어 낡은 자동차처럼 사는 일이 늘 오르막길이 되어 자꾸 동력이 딸린다.
삶에의 애착을 잃어버렸다. 집순이가 되어 늘 나른하다. 그나마 소일거리라 관심을 가지고
자주 스케치 북을 펼쳤던 인물 드로잉도, 일상사를 카메라로 담아 블로그에 올리던 취미도,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며 컴퓨터 앞에 앉는 일에서 소원해진다. 구르지 않는 돌에 이끼가
낀다듯이 지금 나의 삶이, 몸과 마음이 정체되어 이끼 같은 곰팡이가 피고 있는 느낌이다.
가족과 친구들의 작은 염려들이 나의 양 겨드랑이를 부추겨 일으켜 세우고는 있지만 쉽게
어딘가는 남아있을 삶의 동력에 탄력이 쉬 붙지 않는다마는 장맛철 속에서도 가끔씩 끼어드는
햇살처럼 기어코 기력을 모아 오늘은 오래간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밀려있는 일상의 사진 스케치들이 산적해 있고 또 사이버 마실의 이웃들과 블로그
친구들의 근황도 궁금하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이버 공간의 인연들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짧게 더러는 길게 여전하게 이어지고 있는 나에게는 참 귀한 인연
들이었음을 문득 자각하게 된 것이다. 장맛비가 그치듯 병상을 털고 일어나듯 이제 그만
슬슬 삶의 무력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날마다 날마다 남은 여정에의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봐야겠다. 짜드라 쓰임도 없는 나이에 투정 같은 심사로 자꾸 주위에 민폐는
되지 말아야겠지?....
고래축제에 이어 또 유월의 수국축제 준비로 분주하던 건너마을 장생포를 연달아
다녀온 이모저모를 이제 정리해 본다. 옆지기의 성화로 다녀온 근거리 나들이었지만
사진으로 다시 돌아보니 집순이로 방콕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생기가 돈다. 돌이 구르듯
이 몸도 가끔 아니 어쩌면 잦은 집 밖 나들이로 웬만해선 무력감이라는 삶의 이끼가 함부로
끼지 않도록 심신을 바퀴 굴리듯 자주 굴려야겠다. 습한 날씨 탓에 아침부터 바다에 해무가
가득하더니 어느새 햇살에 홍해 가르듯 해무가 걷히었다. 폐 기관지 내시경과 심장초음파 후
다운된 기분에서 그만 벗어나야겠다. 이제 장마도 끝났으면 좋겠다.
6월의 어느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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