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친구 부모님의 시골 본가를 올해도 가을의 길목에서 하룻밤 빌려 온 가족이 일박을 했다.
두어 해가 지나 다시 들렸으니 당근 더 업그레이드 환경을 잘 가꿔 놨더라.
시골 고향의 향수를 만끽하려는 지인들의 이 시골집을 이용하려는 문의가 쇄도? 한다고...
충분하게 그럴 것 같았다. 바로 대문앞에 넓다랗게 펼쳐진 가을이 익어가는 논밭들...
대문을 열면 바로 우측에 간이 골프장이 만들어져 있다.
이집의 주인양반이 참 낙천이라 남은 인생의 즐거움을 위한 많은 오락적인 투자를 집안에 많이 해 두었다.
담장옆 대추나무 한 그루, 풋대추가 조롱박이 졌다.
추석 차례상에 제수용으로 올리면 딱이겠더라.
초가을 햇살에 나른하게 담벼락에 기대인 백합...
담장아래 작은 연못가에 조신하게 몸을 사린 봉숭아.
며늘애가 장손녀 손톱에 봉숭아 물들여 준다며 비닐 봉지에 한웅큼. ㅋㅋㅋ
낯설지 않는 마당의 이런저런 풍경이 친정집에라도 온 듯, 고향집에라도 온 듯, 살갑고도 정겹다.
엄마! 하고 소리 지르면 금새라도 늙으신 노모가 닳은 고무신 잘잘 끌며 "에미 오나~" 하시며
화들짝 방문 열고 마중 나오실 것 같다. 아~~ 보고 싶어라 그리운 내 어머니...
지하수를 끌어 올려 마당 한 편에 만들어진 물놀이장. 울 유나는 싱글벙글 제일 신이 났는데
안타깝게도 까칠공주 둘째손녀 유림이가 감기로 영 시무룩하다.
막둥이는 지가 추천 섭외한 장소라며 아주 능력을 시위 도도하다. ㅋㅋㅋ
장손녀 유나는 튜브를 끼고 드디어 풀장에 입수...
폭염 무더위도 가고 구월 초, 아주 나는 물이 차기만한데 그래도 유나는 신이 났다.
애는 애여. 못 말려..
고모, 삼촌 조카가 서로 물벼락을 씌우더니 그만 항복을 외치고
타월을 두르고 밖으로 도망친 막둥이 ㅎㅎㅎ
개구장이 장남이 여벌 옷을 준비 안 했다고 몸서리 치는 지댁을 덥썩 울러 매고
풀장으로 들어가려하자 기겁을 하는 며늘애. 자식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무지 행복, 또 행복...
아빠 품에서 언니가 즐거이 노는 물놀이를 심드렁 바라보는 유림이.
마음은 무지 같이 뛰어놀고플 텐데...진짜로 유림이가 물놀이를 엄청 좋아하거든...
삼촌의 애정어린 꼬드김을 경청한 후...
살금살금 아빠 품에 안긴 체 물속으로 걸음을 옮겨 가더니.
결국은 울 유림이도 물속으로 꼬물꼬물 두 발을 담구었답니다.
유림아 막상 물속에 발 담그니 감기 기운도 깜박, 넘 좋지 그지? 그지?
웬만큼 물놀이도 했고 켄 맥주로 목가심도 했으니 평상에 돗자리 더 깔고 애들도 옷 갈아 입히고
삼겹살 파티로 슬슬 고기 구울 준비로 전환, 스타트...
맏며늘 책임 다 하느라 주방에서 바쁜 며늘애기...
넓은 주방 홀 한켠에 마련된 노래방 기기. 슬슬 해거름으로 하루 해가 기울어가고 조금 기분이 밝아진 유림이가
고모 품에서 음악 소리에 반응하며 손을 한껏 흔들며 천사의 미소를 쏟아내고 있다.
시골 환경에서 맞이하는 석양은 더욱 운취를 더하며 향수를 불러온다.
시골의 밤은 소리없이 깊어갔고 마이크를 놓지않고 동요를 불러대던 유나도 잠자리에 뉘였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고향풍경의 마을에서 팔월을 보내고 구월을 맞이하였다.
쓰러진 빈 소주병 속으로 팔월의 마지막 숨결이 새근새근 ...
2013 /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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