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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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날려버린 추억 만들기의 흔적

가을비 우산 2015. 10. 21. 14:00

한방에 날려버린 추억 만들기의 흔적 ( 가을 단풍놀이)

 

오늘의 일정 /새만금 방조제~변산반도 국립공원 채석강~내소사~곰소항(젓갈)

 

찌는 폭염속 팔월부터 가을 단풍 나들이의 일정을 잡고 그 후 두 달여 만에 이루어진 남녀 초등

동기생 일부만으로 결성된 계원들의 변산반도 가을 나들이다. 시간 지나 10월 당월에 이르니

수학여행 준비하는 학생의 마음이 되어 설레고 또 설레고...애착이 많은 회장은 18명 전원 동참의

문자를 몇 번씩이나 보내왔다. 그만큼 연례 행사로 쭈욱 챙겨 온 단풍 나들이라서 계원 전원이

한마음으로 열일 재치고 즐겨 참석하는 모임이다. 그럼에도 나는 하필 불행하게도 피부과 진료를

받는 중이라 몰골 상태가 불량했지만 나의 불참 양해에도 불구 빗발치는 회원들의 애정 담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환부에 반창고를 붙이는 응급 처치를 하고서야 기어이 참석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어야 했다. 그래도 그것은 아주 행복한 무리수인 셈이다. 고마운 친구들  내 빼고 가도 되는데...

 

드디어 단풍이 비단결 가을 햇살 아래 곱게도 물이 들어가는 시월의 중순이 넘어서는 주말(18일)

당일을 맞이하고 아침이 밝아오는 이른 시간 한 명만 빠진 17명 전원을 태우고 관광버스가 6시30분

기다려 온 변산반도 국립공원 가을 나들이길을 향해 울산땅을 흥에 겨워 힘차게 출발을 했다.

흰머리 듬성듬성 겉모습은 해가 다르게 늙고있는 우리들이지만 오늘 만큼은 깊은 주름도

활짝 펴지게 하는 천진무구 해맑은 소년,소녀의 동안 얼굴들이 되어 그냥 함박 웃음들이었다.

늘 진영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넘 붐비더라싶어 이번에는 좀 이르지만 양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러나 양산 역시도 철이 철이니만큼 제법 분비는 편이었다.

 

우리 모임의 먹거리 담당은 항상 정해저있다. 총무 외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 노동

협찬이라고 해야 되나? 봉사 정신이 투철한 총무 포함  네분 ( 정, 오, 김, 최,) 여사님들의

헌신이  항상 고마운 일이다. 이번에도 보소. 이건 간단한 야외 찬들이 아니라 거의 한식 뷔페

수준이다. 육회까지 준비를 했더라.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감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울 회원들은 감동을 하고 전원 물개 박수를 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다시

버스에 올라 목표지를 향해 출발을 하고, 이 모임의 최고 개구장이인 내가 가만 있을 수 없음이라

네분 여사님들께 상으로 쇠주 한 잔씩을 권해 올리니 부상으로 백 허그로 볼에 입맞춤까지 해줬지요.

 

내 치명적인 애교 담긴  술잔 권유를 감히 거절할 장사는 아마 없을 걸, 원래 관광 나들이란 내숭,

체면, 이딴 거는 버스 짐칸 위에 쳐박아두고 적당히 망가지게 마시고  흥이 올라 분위기에 취해

점잖고도 예쁘게 스트레스 풀다 가는 벱이제, 그런 후 일상으로 복귀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게 생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면 되지야. 안 그라요, 관광 쪼께 다녀 보신 분들?...ㅋㅋ

 

새만금 간척지에 다달으니 한나절이 지난다. 변산반도 가는 길이 멀기는 하더라.

동에서 서를 가로지르는 동서 대륙 횡단인 셈이다. 몇해만에 다시 찾은 새만금 간척지 변함이 

없었다. 돈을 퍼다부은 간척사업의 결과물 치곤 후속사업 개발의 추진이 부진한 건 아닌지?

바다에서 떼어저 거대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바다 호수가 된 새만금호는 바다 본래의 모습이

그리워 향수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여태도 황량한 벌판으로 쓰일모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 간척지에 하루빨리 투자 개발의 깃발이 거침없이 나부끼는 날들을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그렇게 새만금 홍보관을 둘러 보고 다시 변산반도 채석강을 향해 출발 채석강을 서둘러 둘러보고는

격포항  근처에서 서해 갯벌 내음 깊숙하게 배인 조개 구이를 먹으러 식당으로 고! 고! 사실

뱃구리도 출출해질 시간이었다. 벌써 1시가 넘었더라고. 근디 채석강은 강이 아니라 층암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였다.

 

뒷간 갔다오니 기사분이 이미 예약해놓은 식당이라 세팅된 식탁에 성질 급한 친구들  좋은 자리

다 꿰차고 앉아 반주 곁들인 점심 식사에 출출해진 뱃구리 채우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맨 가장자리

그래도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어쩌다보니 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친구와 겸상이 되었네. 기사분도 함께.

친절한 기사분은 조개를 구워 주고 친구랑은 술잔 기울이고, "조옿다. 야, 친구야 잔 세기 귀찮다

맥주잔에 따르고 알아서 마시자? " 이렇게 간큰 짓을... 오메 분위기가 사람 잡네.

그래도 눈꼴 씨잖게 알아서 참하게 마셨지요. 낮술에 취하면 애미,애비도 몰라 본다더만 다행히 나는

양친이 다 안 계시는구먼, ㅎㅎ 그렇게 점심 시간이 끝나고,

 

익어가는 가을의 햇살이 농익은 여인의 입술빛처럼 단풍 드는 나뭇잎 위로 관능적인 유혹의

한낮도 한참 지나고 관광버스속  신바람나는 디스코 멜로디의 흥겨움도 잠시 잊었다. 참회하는

중생의 발걸음으로 조신하게 한발 한발 찾아든 곳 내소사, 백제에 세워진 고찰로  일주문 근처의

할아버지당산 느티나무의 수령은 700 년이요 내소사 안의 1000 년된 할머니당산  느티나무가 또

있으니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내소사는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500m 거리의

전나무 숲길이 유명할 뿐더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 정도로 가을이면 오색단풍길로

손꼽히는 명소란다. 사찰은 완만한 산자락 아래 아담하게 경내를 이루었고 오랜 세월 부동의 자세로

스쳐가는 만중생의 기도를 어미의 마음으로 억겁의 높이로 탑을 쌓으며 자비로 품으로 안았으니

찾아가는 산사마다 닮은 듯  또 전혀 아닌 그곳의 부처를 새로이 만나 뵙고 다시금 눈부신 가피의

축복을 내 부족한 마음 그릇에 눈치껏 들어서 담아 오는 것이다.

 

곧  김장철이 다가올 터. 주부 백단의 살림꾼들이니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우루루

곰소항  젓갈시장에 몰려갔다. 나만 빼고, 그럭저럭 금세 하루해가 가네, 가는 길에 적당히 배고파지면

휴게소에 잠시 멈추고 제첩국으로 저녁까지 먹고 나면 아마도 울산도착 후 귀가 시간은 11시가 넘을 듯...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산사의 부처는 마음에 담고 관광의 흥겨움은 몸으로 담고 가을 단풍의 아름다운

풍광은 추억으로 남기겠다고 그토록 열정을 쏟아 가는 곳마다 시진을 찍고 친구들을 모델로 카메라

갖고 온 유세도 웬만큼 떨었는데 "오, 마이 갓!"  집에와서 확인하니 메모리 카드가 빠져있었다. 이런

반전이... 밧데리 충전만 신경 쓰고 여름휴가 사진 올리고 유에스비에 메모리 카드 꽂아 놓은 걸 깜박

아주 그냥 깜박 한 거였어, 이건 황당이 아니라 허망 그 자체였다.

평소 꼼꼼하고 세심한 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인데 세상에 우째 이런 이런 일이....

할말도 없고 그냥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게 옳겠다. 변산반도, 채석강, 내소사, 곰소, 그토록 즐거웠던

가을 나들이 하루의 행복이, 기쁨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와장창 무너저내렸다.

 

아1 이렇게 작은 실수를 슬슬 만들어 내면서  내 인생도 정신적 기능이 둔해지고 시니브로 폭싹 늙어가는

구나를 오싹하게  느낀 셈이다. 문득 버스 안에서 곰소항에서 사온 젓갈을 안주하고 쇠주 한잔 들이켰던

짭쪼롬하고 자극적이든 젓갈맛의 강함이 갑자기 혀끝을  자극해 왔다. 이래서 늙은이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말들을 하는구나 싶고 기분 더럽게 찝찝하고 씁쓸했다, 어쟀거나 결론은 올 가을 나들이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의 흔적을 한방에 날려버린 나의 어처구니에는  스스로도 염치가 없었다.

울멈마가 그런 실수를? 당신이 그런 실수를? 하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연민 담은 가족의 실소에 나도 덩달아

실소하며 장단을 맞추었을 뿐이다. 확실하게 카메라 꼼꼼히 챙기고 실수를 만회하러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가을을 만나러 개인적으로 후년에 다시 또 가 봐?..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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