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휴가 기간이 길다 보니 자동으로 출근날 새벽밥을 않아도 되는 나에게도 일상의 여유로움이 생겼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한 바캉스는 맛배기로 끝을 내고 절친 몇을 초대 밀양으로 날랐다. 우리 일행을 모실
스폰스는 당근 울 옆지기, 이런 말도 있잖은가, 마누라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한다고, ㅋㅋ
밀양 가서 연꽃 군락지를 둘러보고는 위양지 저수지를 거쳐서 청도에 있는 또 다른 친구를 찾아갈
계획이다. 자녀들은 울산에 있지만 고향이 청도라 지금 혼자서 청도로 내려가 논과 밭을 벗 삼아 산 지가 벌써
여러 해인데 한번 다녀가라는 인삿말을 여러 번 들었는데 참 이제서야 함께 어룰렸던 친구들과 의견 일치를
보고 오늘에야 시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우리가 찾아 간다는 전화만 받고도 넘도 좋아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진작 찾아가 보지 못한 것이 참 많이 미안했다.
밀양에 도착하니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내 꾸루무리하던 날씨가 군불이라도 지피듯이 바짝 달아오른 태양의 열기를 받은
지열에 온몸이 화끈화끈 사람을 아예 구워삶는 지경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날따라 36도였다나 어쨌다나 허 참... 연꽃의
만개 시기는 좀 지난 듯 싶었고 연꽃보다는 무성하게 우거진 연잎들만 짙은 녹색으로 끝없이 펼쳐 저 있었다.
연잎 줄기를 헤집고 들여다보니 의의로 논고동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번식을
시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신기해하며 넘어질 듯 허리를 굽히고 사진 담기에 바쁘다.
연꽃 옆에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가을꽃 아닌가?
연꽃단지 사잇길에 위치한 작은 쉼터, 여자들끼리 연밭에서 웃고 떠드는 사이
잠시 안 보인다 했더니, 울 옆지기 그새 시원한 팥빙수를 시켜놓고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이다.
음~~센쓰쟁이...
날씨가 하도 더우니 연꽃단지 전체를 다 둘러본다는 게 엄두가 안 나더라.
해서 넝쿨터널까지만 둘러보고 요기는 그만 하직하기로 했다.
물론 연꽃단지 바로 이웃엔 밀양 연극촌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냥 패스다.
날씨가 워낙 가뭄이 심해선지 터널을 에워산 넝쿨들도 잎사귀가 듬성듬성 운치가 들한 느낌이였지만
그나마 햇살이 조금은 덜해서 친구들이랑 박넝쿨 터널 안에선 사진을 많이 찍었다.
밀양 위양지.(위양, / 양민을 위한다는 뜻을 지닌) 임금이 백성들을 위헤 만들었다는 위양지 저수지는 시골스런 풍경과
소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숲 우거진 저수지 둘레길을 한 바퀴 산책하는 코스가 넘 좋은 곳이다.물이 많을 때는
정말 운치있는 아름다운 저수지인데 모두가 초행이라는 친구들을 일부러 데려왔는데 칠팔뤌 날이 넘 가물어 저수지가
물이 줄어 물에서 냄새마저 나더라. 오월에는 이팝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붉은 꽃망울이 탐스러운 배롱나무와 전설을
머금은 듯한 노목들의 그림자가 수면 위에 드리워저 환상을 이루는데 그놈이 가뭄 탓에 그 신비로운 위양지의 진면목을 친구들
에게 볼여줄 수가 없어 못내 아쉬웠다. 저수지 안 완재정으로 건너가는 다리, 그 옛날에는 배를 타고 드나들었다고...
안동 권씨 문중의 재실 완재정에서 친구들과 잠시 휴식 중...
그러다보니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나고 있는데 마침 청도 친구가 전화가 왔다. 어디쯤이냐 묻는데 점심 먹을 데 찾으러 간다니까
배가 고파 안 죽을만하면 점심 먹지 말고 곧바로 자기집으로 오란다. 예까지 찾아준 고마운 마음에 점심은 자기가 쏘겠다네,
그 좋지. 친구 집 가는 도중에 큰 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생활용품 좀 챙겼다. 처음 방문인데 빈손으로 갈 수야 있나. 네비로
주소를 찍고 인적 드문 한적한 도로를 한참을 달려 도착한 친구 집. 흐미 마을관 다소 떨어진 외진 곳에 달랑 컨테이너 하나
상상에 맡길 일이다. 친구 자식들이 식겁할만도했다. 우리 일행이 보이자 밀집모자를 벗어들고 수건을 흔들며 도로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던 친구, 얼마나 사람이 그리웠으면 저렇게까지 반길까 싶었다. 절박한 형편은 아닌 친구인데 사서 고생을
하고 있구나 싶기도 했다.. 깊은 속사정이야 다 알순 없지만 암튼 이렇게 하기까지 구구절절 사연도 길었고 할 이야기도 많아
보였다. 살고있는 환경을 둘러보며 찾아간 우리들은 참담한 심정이였지만 그냥 건강이나 잘 챙기란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키우고 있는 닭을 잡겠다는걸 극구 사양하고 친구를 데리고 외식을 나섰는데 식당이 있는 곳까지 나오는데도 차를
타고도 한참을 나와야했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밥값은 반드시 지가 낸다며 흥분돼 있었지만 옆지기가 몰래 계산까지 했더라.
고마워. 울 옆지기님...
낮술에 취한 친구 아니 우리들 모두, ㅎㅎ 아수워하는 친구의 만류로 별수 없이 또 노래방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두어군데
둘러서 겨우 한곳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소박한 청도 어느 한 지역의 노래주점이었다. 이번 만큼은 지가 계산한다더니 친구가 아는
청도의 지인을 불렀는디 칠순 넘은 노신사 (영감), ㅋㅋ 우리 나이는 생각 않고 조금은 황당했다고나할까... 어쨌거나 잘 참고 여자들
뒤치다꺼리 잘 거둬준 옆지기 덕에 오랜만에 청도 친구를 만나 사는 이야기 들어주며 회포도 풀고 또 함께 간 친구들 데리고 밀양과
청도를 돌며 휴가 마무리 끝내주게 잘했다. 역시 늙으니 자식들보다 친구들이 편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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