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짙어진 시월의 끝날에 홀연히 짐을 챙기고 일박이일로 옆지기랑 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 연화도를 다녀왔다. 연화도는 동서로 3.5km, 남북으로 1.5km가량의 작은 섬이지만
기암괴석과 함께 수려한 해안 풍광을 자랑하는 통영시 욕지면에 속해있는 섬으로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런 아름다운 지명을 가지게 된 유래로는 조선시대 연산군 제위
시절 숭유억불정책으로 많은 승려들이 핍박받자, 이를 피하고자 연화도사가 비구니 3명과
함께 연화봉에 암자를 지어 수도하면서 은신하였는데 세월이 흘러 연화도사의 유언에 따라
수장을 하자 그의 시신이 한 송이의 연꽃으로 승화했다는 슬픈 전설을 가지게 되었단다.
울산서 얼마나 서둘러 집을 나섰던지 통영에 도착 여객선에 승선을 하고나도 해가 동산 위에서 아침 기지개를 켜고 있더라.
자동차까지 함께 배에 실었다. 편한 섬 투어를 위한 나를 위한 옆지기의 살가운 배려, 굿!
모처럼 타게 된 여객선 갑판 위에서 한참을 들뜬 기분을 즐기다가 쌀쌀한 아침의 바닷바람에 쫓겨 선실 안으로
들어와 얼얼해진 몸을 녹이면서도 못 말리는 옆지기를 따라 또 셀카놀이 중이다.
통영항을 출발한지 약 한 시간 30분은 지난 듯 싶다. 드뎌 연화도 선착장이 보인다. 맑고 푸른 바닷물이
잔잔하게 해안을 다독거리는 소박하고 정감가는 연화도의 첫인상이였다.
오늘 일정은 출렁다리, 보덕암, 연화봉, 연화사, 이렇게 우선 먼 곳부터 차례로 훑어내려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제일 먼저 승용차를 타고 출렁다리를 향하여 출발, 그런데 출렁다리 아래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의
그 앞뒤 바다 풍경이 물이 맑고 넘 아름다웠다.
차를 뒤로 보이는 아랫마을에 주차해두고 출렁다리를 향하고 올라가는데
길이 꽤나 가파르다. 벌써 숨이 헐떡거려진다. 이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ㅋㅋ
.
또한 섬 산 위에 구름다리가 개설되여 연화도를 찾는 등산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가 된 출렁다리는
2011년 말 개통, 연화도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다리 총길이 44m로 험준한 협곡을 잇는 현수교 형식의 가교이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의 성난 파도를 내려다보노라면 감상하는 재미는 물론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진다.
출렁다리 구경을 마치고 보덕암으로 향한다. 2004년 11월 낙성식을 했다는 보덕암은 용머리 해안이 바라보이는
바닷가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있다. 또한 암자 좌측 해안쪽으로 내려가면 해수관음상이 용머리 해안쪽을 굽어보고 있다.
보덕암 도착, 봐도 봐도 신기한 용머리 바위, 드넓은 대양을 향하고 거세게 뛰쳐나가는 형상으로 느껴진다.
틈만나면 무턱대고 사진을 찍어대니 이럴 때엔 울 옆지기가 얄밉다, 모자를 썼다 벗으니 머리가 엉망이다.
사진을 찍으려거든 매무새를 바로잡아주던지, 에효...
연화도는 길가 여기저기 온통 수국이 흔하게 심아져 있었다. 제때에 오면 활짝 핀 수국이 정말 아름다울 거 같다.
해수관음상 있는 곳으로 내려 가는 길,
보덕암과 해수관음상을 뵙고 아미타 대불전이 있는 연화봉으로 올라간다. 연화봉 가는 산중턱에 사명대사와 연화도인들이
수도했다는 토굴이 있다.사명대사와 도인들은 역시나 국태민안과 중생들을 위한 새상의 유토피아를 발원했을까? 아니 했겠지?
그럼에도 작금의 시국은 개판 오분전(?) 인간들의 심성은 물질의 풍요와는 반대로 점점 피폐해져가는 듯 싶다. 오호통재라...
연화봉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발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와 용머리 해안 풍경이 가히 절경이다.
문득 마음이 맑아지며 인생살이 욕심들이 번뇌들이 잠시나마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섬 최고봉인 연화봉(212.2m)으로 연결된 산줄기를 타고 한 계단 한 계단 차곡차곡 걸어서 연화봉 정상에 오르니
한낮의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신 아미타대불과 전망대 쉼터로 보이는 팔각정자가 우리를 반겨 맞는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방으로 펼쳐진 망망대해가 일상의 삶에 찌들린 가슴을 뻥하고 뚤어준다.
이제 슬슬 배꼽시계가 밥 달라는 소리를 낸다. 흐미, 어느새 두시가 넘었다.
연화사를 둘러보고 간단하게라도 점심 요기라도 하고 통영으로 나갈 여객선을 타려면 서둘러야겠다
바쁘다. 여보야 어서 내려가자 연화사로...
연화봉 아래에 위치한 연화사는 1988년 8월에 쌍계사 조실스님이신 오고산 스님께서 창건한 사찰로써
약 4,297m²(1,300여 평)의 대지 위에 연건평 396.69m²(120평)의 사찰로 대웅전, 3각9층석탑,
요사채 2동, 진신사리비, 연화사창건비 등이 있다
회덧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떼웠다. 저녁엔 맛난 거로 잘 먹어야지.
통영행 여객선을 기다리며 또 부지른히 셀카 촬영, 뭔지는 모르지만 어디라도 함께 다니며 우린 그냥 좋다.
인생 별 거 있나. 그저 속 없이 자꾸 웃다보니 다 좋은 거다 싶은 거지. ㅎㅎ
드뎌 통영항에 도착, 시내에 들려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 짐을 푸니 벌써 해거름,
하루해가 진다.
숙소 창밖을 보며 일몰 감상 중. 요걸 또 언제 울 옆지기가 찰칵, 암튼 못 말려...
하루 종일 해풍 쏘이며 섬 투어로 뒤집어 쓴 먼지를 샤워로 말끔히 씻어내고 어둑해진 밤거리로 걸죽한 저녁만찬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이 것 저 것 고민할 필요가 있나. 통영하면 싱싱한 생선회나 거하게 한상 주문하면 딱이지.
끼니때 넘기면 못 견디는 성격인데 점심도 늦으막하게, 것도 어설프게 떼우고도 잘 참는다 했더니 역시나 울 옆지기 많이 힘들었나보네.
매운탕 한냄비 비우고도 기어이 우리가 회 떠 먹은 돔까지 마저 넣고 끓여 알뜰히 먹어치우더라. 대박!
여행 신풀이로 콘도 나이트까지 가서 한바탕 스텝을 밟고 옆지기랑 나란히 손잡고 상큼하게 밤바람 맞으며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미 밤이 꽤나 깊어져 바다 위로 내려앉은 시가지의 조명이 별빛처럼 아름답고 눈부시다. 그렇게 통영의 밤은 우리의 인생처럼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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