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박이일 여행의 둘째 날, 첫배를 타기 위해 신새벽부터 서둘러 숙소를 떠나 삼사십 분쯤 달려 도착한 가오치 선착장,
주말 아닌 평일인데도 조금 쌀쌀해진 날씨에 허연 입김을 내뿜으며 벌써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있었다.
모두다 대단한 열정들이다.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 상도일주로 1580-13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행정관할상으로 통영시에 속하는 사량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약 1.5KM의 거리를 두고 윗섬과 아래섬, 수우도의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윗섬 상도는 등산과 물놀이를 즐기는 관광객이, 아랫섬 하도는 낚시하기 좋은 장소로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승선하러 서둘러 아침길 나선 여행객들은 쌀쌀한 아침 해풍에 얼얼해진 몸들을
녹이는 듯 온돌 객실 바닥에 등짝을 붙이고 편안히들 누웠다.
선착장을 떠나 사량도에 도착하기까지는 반시간 좀더 걸린 것 같았다. 해안으로 깊숙히 들어서자 해무 속으로 상하도 두 개의 섬을 잇는
샤랑도 대교(연육교)가 멋스러운 자태를 들어냈다. 수수한 섬 아낙의 그즈넉한 자태처럼 그냥 참 아름답다...
드뎌 저멀리 모습을 들어내는 사량도 (3 개의 유인도와 8 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
한려해상국립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사랑도는 전국인기 명산 25위에 선정되어있을 정도이니
바다 위에 우뚝 눈앞으로 펼쳐진 광경을 직접 보니 가히 바위산과 바다조망이 명불허전이로세.
사랑도 진촌 선착장에 하선 근처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하체가 부실(?)한 울 내외는
식당 주인장에게 옥녀봉 구름다리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까지 안내를 받아 신나게 출발했지만 결과는
길을 잘못 들어 가장 먼길을 돌아 끝내는 옥녀봉과 구름다리는 발 한발 딛어보지 못하고 먼 발치서 짝사랑
눈길만 보내고왔다는 황당한 말씀... ㅠ ㅠ
꽤나 산길 깊게까지 올라와 차를 주차하고 옥녀봉을 향하고 출발했지만 성자암 가는 길목까지도 얼마나 가파르던지
지팡이 하나 주워들고 뒷걸음질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올라갈 정도로 너무 힘이 들었다. 매사에 그렇게 꼼꼼하게
챙기는 울 옆지기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다 있더라. 내가 걷는 걸 넘 힘들어하니 길 잘못 든 자기 탓이라며
안절부절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이라니...
겨우겨우 기다싶이해서 성자암 앞에 다다르니 늙은 고목나무가 숨차하는 나를 먼저 반긴다.
건너 편에는 꽃 지고 잎이 진 배롱나무 한 그루가 가을 햇살아래 처연스럽다.
암자 앞 작은 여못에는 나붓이 내려앉은 나비처럼 물 밖으로 수련 잎사귀들이 오밀조밀 얼굴들을 내밀고 있다.
사찰 안으로는 들어가진 않았지만 돌담에 둘러쌓인 자그마한 암자의 풍경은 산속의 고요를 머금고
세상 밖과는 전혀 무관한 듯 지극히 평화로워 보였다.
힘들어하는 내 눈치를 보며 잠시 휴식 중인 울 옆지기. ㅋㅋ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했거늘 이놈의 옥녀봉은 가도가도 보이지가 않고 다리만 후들들.
함께 탔던 그 많은 사람들도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우리 둘만 바보처럼 먼길을 둘러둘러 오르고 있는 모양,
전문 산악인들이 택하는 코스인 듯 싶더라. 아이고! 나 죽겠네...
가마봉 중간 지점에서 하염없이 쉬고있다. 얼마나 지쳤던지 땅 속으로 꺼져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시간 반은 걸린 듯 싶었다. 간신히 옥녀봉이 건너다보이는 산 능선에 올라섰다. 계단을 올라서니 앞뒤로 깎아지른 절벽,
요기가 가마봉? 달바위? 사방으로 전망은 확 트였지만 철책을 의지 산아래를 둘러보니 현기증이 나더라. 나는 한마다로
떡실신 지경, 옥녀봉 출렁다리가 아니라 황금다리라도 더는 못 가겠다.
멀리로나마 옥녀봉 출렁다리를 뒷배경하고 기념촬영 하는 거로 만족하고 아쉬움을 안고 하산길로 돌아섰다.
오매오매. 나 오늘 산 탄다고 너무너무 힘 들었어여...
방심하고 코스 잘못 선택했다가 혼줄이 난 오늘, 요 지팡이가 효자노릇 단단히 했구만,
주차해놓은 곳까지도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의지 뒷걸음질로 살금살금 내려왔다. 그리고는 마치 백두산에라도 등반하고 내려온 듯
만세를 불렀다. 아고! 이제 살았네 하고, 내 모습이지만 웃겨 죽겠다. ㅋㅋ
좀 어이는 없지만 그래도 오르지 못한 옥녀봉 출렁다리는 옥동 마을로 내려와서야 속 시원하게 줌 렌즈로
카메라에 담아올 수 있었다. 바위봉과 바위봉이 연결된 구름다리, 참 볼수록 경이롭고 장관이긴 했다.
상도에서 산을 탄다고 갖은 고생을 했으니 사량대교를 건너서 이제 편안하게 해안도로를 일주 드라이브하러 하도를 간다.
그렇지. 이런 코스가 우리 스타일, 체질에 딱 맞춤이거든,
사량대교를 건너와서 덕동인가 하는 마을에서 건너다본 상하도를 이어놓은 사량대교의 모습,
두 섬의 주민들 왕래가 얼마나 편해졌을까. 섬 주민은 아니지만 괜히 내가 다 기분이 좋네.
야~ 요놈들봐라. 차가 와도 별 두려움도 없이 흑염소 가족들이 도로 위를 거닐며 아주 한가하다.
사량도 하도는 낚시하기 좋은 장소로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좋다더니 그 소문이 사실인 듯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니
바다 위에 낚시 하우스(?)같은 수상집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었다. 조기를 어떻게 들어가남? 작은 통통선 타고?...
우와! 재미지겠다.
고생은 뒈지게 했지만 마주보는 두 개의 섬 사량도 (상도/지리망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 승용차, 자전거의 해안일주와
낚시하기 좋은 하도까지 남해 섬 투어 정말 멋지게 하고 돌아간다. 역시 가을 나들이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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