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올해는 휴가가 많이 길었다. 그래서 아예 느긋하게 마음들을 먹었던 모양이다.
며칠 어울려주다 울 꼰대들은 샛길로 빠질 요량이었지만 불발로 끝났다.일년에 한번 있는
가족 피서라 서실 자식들에게 눈치가 좀 보였거든... 할배 할매가 함께 한다고 손주들도
넘 좋아라하고... 피서철이되면 펜션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애들 말로는 괜찮은
곳은 미리 봄부터 예약을 해야겠단다. 경기가 어렵다 말들은해도 이럴때보면 전혀 못 느끼겠다.
남들 하는건 다 하고 살자는 주의들같다. 어쨌거나 한번 뿐인 인생이니까 각자 알아서 살겠지머...
그나마 막내가 인터넷 검색으로 펜션을 잡은 곳이 간절곶 너머 서생이었다 바다와는 좀 떨어져
있다하여 처음엔 그러려니 썩 내켜않던 지 오래비들도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고는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나 역시도... 잘 가꾸어진 세련된 시골 분위기가 물씬한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예 펜션 자체 노래방도 있었고 바다까지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지하수를 이용한 물놀이장도 있었다.
차라리 애들에겐 도로를 건널 위험도 없고 짠 바닷물을 씻어낼 귀찮음도 들어주기까지 하니까 차라리 더 좋기도 하겠더라.
펜션 위치가 지대가 좀 높은데 더우기 우리가 묵을 곳은 이층이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아주 좋았다.
우리 가족이 며칠 묵게 될 펜션 호실의 이름도 참하다. 해오름이래. ㅎㅎ 이쁘다.
조금 아쉬운 점은 방이 없고 그냥 욕실만 따로 있는 완전 오픈된 커다란 원룸이었다.
그나미 이것도 간신히 잡은 거라네.
하필 오늘이 병원 예약일이라 늦은 오후 진료를 마치고 애들과 좀 늦게 합류했다. 마을 경관과 서생 바다는 내일 밝은 날에 관광할 참이다.
슬슬 해거름에 가까워지는 시간, 우리가 도착하자 애들은 벌써 한바탕 물놀이를 마치고 젖은 몸으로 반갑게 마중을 했다.
역시나 제일 반겨주는 이는 귀요미 울 천사들. 까꿍!
둘째네는 멀리서 친구들이 찾아와 시간 맞추기가 좀 그렇다더니 큰애 혼자 싱크대 앞에서
야채 씼느라 분주하다 그래봤자 밖에 나오면 결론은 울 장남이 지지고 볶고 주방장은 도맡아 한다는 사실.
베란다로 나오라니까 벌레 들어온다며 방충망 안에서 빼곰히 내다보는 옆지기, 진짜 웃겨서 찰칵, ㅎㅎ
사진 한방 찍히고서야 슬며시 밖으로 납시었다네.
든든한 두 아들과 기념 촬영, 음~ 행복해라....
서생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말도 많은 고리 원자력도 우측으로 눈을 돌리니 한눈에 들어오더라.
펜션 마당 우측으로 돌아가면 있는 지하수 물놀이장, 뒷산과 어우러진 주변 숲이 더욱 분위기를 받쳐준다.
애들이 바베쿠장에서 먹거리 챙기는 동안 울 옆지긴 손녀들과 데이트 중,
할배 손잡고 밤길 산책하던 유림이 펜션과 멀어지자 식겁을하고 되돌아 온다.
할아버지랑 있는데도 겁만 많아서리. ㅎㅎ
일상 탈출로 넋놓고 술독에 빠진 주당들의 요란한 밤이 지나고 나는 애들이 깰가 슬며시 카메라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본격적으로 이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서생 아침 바다의 매력에 푹 빠져볼 참이다.
펜션에서 큰 도로에 이르기까지 소박한듯 세련되게 잘 가꾸어진 마을 안길의 풍경들.
언덕 안쪽은 펜션들이 위치하고 있었지만 바깥쪽은 잘 가꾸어진 개인 주택들이었다. 말하자면 전원주택...
큰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 입구엔 숲으로 우거진 작은 터널같은사잇길이 있다.
넝쿨로 뒤덮힌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듯 우람차다.
카메라를 들고가다 일 가시는 촌로를 만나니 왠지 송구스러워 나는 조신하게 인사를 건냈다.
서생면사무소, 원전유치 마을로 혜택이 있기는 한듯 면사무소 건물이 번듯하다. 조경으로 심어진 소나무들도 값나가게 생겼다.
조용한 마을길을 걸어서 서생 바다 가는길,
아직은 간밤의 고요가 나직히 스며있는듯 온통 마을이 숨을 죽였다.
어머나! 세상에 좀처럼 보기 힘든 우물도 만났다. 물론 사용은 않는듯...
담배표가 붙은 저것은 슈퍼도 아닌 그야말로 항수를 자아내는 점빵이여.
어머, 정겨운 거....
아기자기한 벽돌집과 슬레이트 집들을 지나 드뎌 마주친 서생 포구, 진짜 오밀조밀 아담하고 포근하고 정겨워라.
서생의 아침 바다는 그냥 소담스럽고 순수한 처녀의 숨결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울 옆지기는 오픈된 실내구조가 아들 내외랑 조카들이랑 다 함께 잠자리 하기엔 불편했던지 손님과의 약속을 핑계 대고
야심한 시간에도 귀가해서 편하게 집에서 잠을 자고 오는 부지른을 떨었다. 그려. 잘 했어용.
원래 내가 소화기 계통은 신통찮은 편이라서 나들이 외박시엔 꼭 까스명수를 챙기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다.
역시나 하루쯤 잘 넘기나 했더니 또 덜컥 속에서 꼬장을 부린다. 가스가 차올라 옆구리가 결리고 배가 빵빵 차올라 완전 짜증,
때아닌 밤거리 뜀박질을 해가며 난리 부르스를 췄다. 정말 이럴때마다 내가 미쳐...
병원으로 모셔야잖느냐는 며늘애의 걱정을 진정시키고는 배를 굶기기로하고 맛좋은 쇠고기 파티도 마다하고 오는
첫날부터 찜 해둔 조명 밝힌 정자릏 찾아가 큰 대자로 뻗어었다. 밤하늘에 아스라히 뜬 둥근달마저 정자 안을 기웃거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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