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깊어진 계절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에 쓸쓸함도 깊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냥 아무 이유 없는 허전함일 게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의 물결?...
굳이 이유를 끌어댄다면 방역수칙 지키느라 좋아하는 여행 한번 제대로 못 떠나는 아쉬움이라고 해두자.
이제는 자주 갖던 모임들도 흐지부지, 친구들 얼굴 보는 일도 쉽지가 않아졌다.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 하고 지내다가 거의 반년만에 고향 친구들과 정말 힘들게 모임을 가졌는데
고맙게도 내가 사는 강동까지 찾아와서 점심 한 끼를 해주니 그저 친구들의 배려가 감지덕지....
정자에서 쫄깃쫄깃 활어회로 배를 채우며 몇 달만의 회동에 친구들은 앞다퉈 밀린 수다를 떨며 희희낙락
시간 가는 줄을 잊을 정도였다. ㅋㅋ~ 모두 많이들 말이 고팠나 보더라.
모임이 끝나고 친구들과 헤어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처럼만에 발품을 팔며 걷기로 했다.
나올 때는 옆지기가 태워줬는데 귀갓길엔 볼일이 있다기에 걸어가도 된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거든,
덕분에 혼자 해변길 걸으면서 늘 차만 타고 후다닥 지나치기만 해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정자에서 강동까지의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마음 놓고 감상할 수가 있어 정말 좋았다.
정자 회센터를 벗어나자 강동 신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이러니하게도 바닷가에 살면서도 여간해서 해변가로 나가 지지가 않았다. 매일 창문 너머로만 바다를
바라봤을 뿐, 오늘처럼 신발 안으로 자갈 알갱이가 들어오도록 파도를 가까이하면서 걸어보기는 몇 달
만이었다. 듣기 좋게 달그락 거리는 몽돌 밟히는 소리, 시원하게 철썩이는 파도 소리,
군무를 추는 갈매기 떼들.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서 삼삼오오 먹이를 쪼아대는 갈매기 무리,...
등대 주변으로 갈매기 떼가 군무를 추는데 그 풍경이 가히 장관이로다. 평소 갈매기가 그렇게 많다고
느끼지를 못했는데 아마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찾아올라치면 철새처럼 강동 바다를 찾아오는 모양,
그렇듯이 평소 내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 끼룩대는 갈매기 소리보다 깍깍 대는 까마귀 울음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그저 산이 가까워서인가 했을 뿐이다.
만추의 외로움 쯤은 언제였나 싶게 주름 깊어진 부스스한 얼굴 셀카를 찍으며
코로나 19의 불편도 까맣게 잊어먹었다.
단순해, 참 단순해, 나라는 인간 ㅋㅋ~~
그러니까 잘난 거 없이도 허허실실 불만 없이 좋다고 잘 사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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