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코로나 19라는 출구 없는 긴 터널에 갇혀 살고 있다.
해가 바뀌어도 출구의 방향이 가늠되지가 않는 이 갑갑함....
든든한 내 아들들도 귀여운 손녀들도 마음 놓고 왕래를 하지 못한다.
대화는 끊기고 줄구장창 영화만 다운받아 보고 또 보다 보니 머리마저 띵해진다.
점점 갑갑함이 쌓이고 정신도 육신도 날로 무력 해저 간다
해서 더 빨리 늙고 있다는 이 씁쓸한 기분 어찌할 거나.....
그랬는데 여느 날고 다름없이 막둥이 출근하고 버릇처럼 창문 밖을 내다보다 깜놀~
오 마이 갓! 눈이다, 간밤에 눈이 내렸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얇은 홑이불처럼 살포시 대지를 덮은
하얀 설경에 금세 나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몇 년 만에 보는 눈이여? 뽀드득 눈길 걸으러 달려 나가야지,
마음이 급해지고.....
아직 개발 중인 지역이라 순환 도로가 아닌 차들의 왕래가 드문 한산한 보조 간선 도로는 하얗게 눈이 덮인 체
어서 와하고 내가 발자국 남겨주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했다.
내가 만약 강아지였다면 저 눈 덮인 도로 위를 마구 뒹굴면서 팽이채처럼 꼬리를 떨어 저라 흔들었을 게다.
정말 울산에서는 눈 보기가 쉽지가 않거든.... 이 설경 도대체 몇 년 만이야? 기억조차 까마득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길 건너로 구름을 비집고 수평선 위로 아침이 수줍게 여명을 밝히는 중~
아마 해님도 깜짝 놀라겠지, 어머나 눈이잖아 하고, 아~ 너무 좋아! 왜 이리 기분이 상쾌하지?
뽀드득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마을 소공원에 다다르니 그냥 동심으로 돌아가
눈 굴려 눈사람이라도 만들고 싶어 진다. 눈싸움도 하고 싶고....
누가 뭐래도 오늘만은 어른의 탈을 벗어던지고 철 모르는 작은 아이이고 싶어라.
먼저 눈길에 발도장 남기고 싶어 얼마나 서둘러 나왔으면 안경도 안 쓰고 나왔네. 핡 핡 핡
사진도 한 장 찍어여겠는데 옆지기 두고 나왔더니 아쉽다. 뭐 별 수 있나. 셀카밖에...
가뜩 해안가라 바람이 찬데 눈까지 내렸으니 마스크를 벗으니 얼굴에 닿는 찬기운에 코끝이 다 아리더라.
바이러스란 넘 때문에 사는 것이 완전 죽상이었는데 간밤에 모르게 살짝 설경을 선물하고 간 자연의 배려심에
감동이 뭉클... 그렇게 식전 댓바람에 한바탕 법석을 떨었으니 아침을 먹고는 옆지기랑 다시 눈 구경을 나섰는데
정말 깜짝 이벤트였나 봐, 정자 고갯길에 찾아갔더니 그저 눈이 내렸구나 하는 가벼운 흔적뿐 우리처럼 허탕 친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지 유턴한 차바퀴 흔적들만 여기저기, 아유 김샜네. 그나마 바로 바닷가라서 울 아파트 주변엔
고만큼이라도 눈이 쌓였었나 봐.... 어깨가 축 처져 돌아오는 길에 그래도 아쉬워서 집 근처 언덕길에 차를 잠시 세우고
옆지기의 모델이 되어 사진 몇 장, ㅋㅋ 추워 죽겠는데 못 말려 울 낭군님~ 어쨌거나 저쨌거나 수년만에 요렇게라도
눈길 걸어보며 눈 덮인 겨울 풍경 레알 감상했다 이 말이지롱, 몰래 찾아온 반가운 손님 같은 신축년의 첫 눈, 굿!
-2021년 1월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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