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예후는 좋은데 흐느적흐느적 봄비가 심난함을 더해주는 사월의 어느 하루다.
무료함이 극치를 달린다. 늙은이라 무턱대고 사방천지를 그냥 해대고 다닐 수도 없고....
감기 걸린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내 꼴이 처량해선지 옆지기가 커피 한잔 사주겠다며 외출하잔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후다닥 옷가지 챙겨 입고 선그라스 장착, 집을 나서서
찾아간 곳이 주전 당사 언덕의 카페~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이 카페는 남목 고갯길 꽃구경 다녀오며 눈여겨봐 뒀던 곳이다.
창박으로 보이는 풍경이 늙은이들의 데이트를 반겨주듯 아주 그냥 분위기 멋지게 띄워주네.
오락가락 부드러운 해풍을 타고 흩날리는 빗줄기가
유리창문을 타고 간지럽게 흘러내리고....
역시 세상은 젊은이들의 세상인가 싶은 생각이.... 실내를 둘러봐야 둘씩 셋씩 찻잔을 앞에 놓고
하하호호 이야기 삼매경인 사람들이 모두가 파릇파릇 젊은이들이다.
암 커나 나는 속으로 "우리가 제일 잘 나가" 하면서
옆지기랑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며 무진장 즐거웠지요~~
일상적인 볼일이 아닌 외출에는 항상 옆지기의 폰 카메라 앞에서 모델이 되어야 한다.
가끔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옆지기의 과도한 촬영 요구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저 민망할 때도 있다. 늙은 마누라가 뭐 그리 좋다고(?)
제 눈에 안경도 어느 정도여야지, ㅋㅋ
그러면서도 이런 행복한 투정을 하는 나의 삶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속되기를
옆지기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해본다.
이렇게 빗속의 데이트로 사월 속의 어느 하루를 옆지기랑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또 만들고 왔다.
인생은 즐거워, 욕심만 버린다면 그럭저럭 재미나게 살아볼 만한 세상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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