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김귀수
저무는 세월 끝에서
발길 어디로 가야 하나?
숨결 가쁘게 생각을 주저앉히면
황량한 들판에서 방황하는 나를 만난다
초원을 벗어난 지 이미 오래
뒤엉킨 시간들을 빗질을 하고
낡은 일기장을 넘기듯 세월을 넘기면
석양빛에 물드는 인생의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서러운 날도 많았네
힘겨운 날도 많았네
한줄기 바람결에 가벼이 소매 끝 눈물 훔치고
미움도 원망도 맺힌 마음 내려놓으니
세상만사가 소롯이 한 세상 머물다가는
내 인생 여정의 과정이었을 뿐
어느 누구 탓이랴....
돌아보니 이제는 애증의 세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마음을 적시는 상념의 눈물
흰머리 갈기처럼 날리어도
거친 손 가슴에 얹고
살포시 두 눈 감으면
사위어가는 내 삶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를....
석양빛에 물 들어가는 내 인생이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