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여행 스케치

1박2일 기행문

가을비 우산 2022. 10. 29. 05:14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그럴싸한 핑계를 대더라도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의지와 의욕이 부족하고 게으른 탓일 뿐 지금의 나도 모든 삶의 패턴이 삭은 고무줄처럼 
늘어진 상태, 느낌이 감정을 자극하여 감동이 마음을 움직이기까지 내 오감도 나이와 함께 늙어 
매사가 굼뜨고 더디기만 하니 내 일상은 게으름이 극도에 다다르고 귀차니즘이 만연해있다.

매사가 행동보다는 세치 혓바닥 입에서만 논다. 기가 차고 서글픈 일이다.
이래서 세상에서 쓰일 모 없는 뒷방 늙은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겠지? 싶은 상실감에 자주 빠진다
그런데도 둘러보면 세상은 아름답고 누리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남은 여정은 
기약 없는데.... 그러다가 부지불식간 벌에라도 쏘인 듯 번쩍 정신이 들면서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직은 나도 살아 있는데~" 하면서 내 생활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줄 행동의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고 늙고 있는 노년에게 공공의 도움이나 특별한 처방이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니
각자가 알아서 도생해야하는 백세시대에 임하는 노년 즉 자신의 문제일 뿐이다. 흐흐흐~~
또 또 간단한 일인데도 입만 열었다 하면 사설이 길어진다. 아마도 내가 평소 말이 고픈가 보다. 
그렇기도 한 것이  옆지기도 막둥이도 출근하고 나면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거든,


전화가 와도 스팸광고 문자나 보험 가입에 대한 것뿐이다. 
그러다 가만 생각해보니  고인 물 같은 일상 탈출은 여행이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실천이 어렵지 않아 내게는  천군만마 옆지기가 있잖아"  체력이 
약해서 무조건 몸을 사렸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더 연장자들도 코로나 
시국에도 해외로 산으로 잘도 나다니고들 있던데 괜히 나만 다람쥐 
쳇바퀴였어, 이제쯤 다운된 기력에 살짝 윤활유를 붓고  어쩌면 소싯적의 남겨져있을
나의 열과 흥에 불씨를 한번 지펴보기로 했으니 그게 집 탈출 1박 2일 여행이었다.

이 계획 진짜 몇 년 만인가 옆지기와 상의하면서도 참 웃기더라. 이것이 뭐라고
이리 들떠 설레게 장황한 넋두리를, 허기사  먹방 투어다 카페 투어다 씨부려봐도 맨날 
당일치기 근거리에서만 뱅뱅 돌았거든, ㅋㅋㅋ 그래도 멀리는 못 가겠고  1박 2일 코스로 
근접도시 부산 해운대의 블루 라인 파크로 정했다.  앞으로의 잦은 실행을 염두에 둔    
체험의 장소라 해두자. 만반의 준비로 의료용 압박 스타킹까지 착용을 했다.
평소 걷는 게 많이 부실하거든...   


결론적으로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난 해운대 1박 2일 인생의 
수학여행길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대상포진으로 완전 녹초가 되었다는 말씀, 가사노동 
집안일이 조금만 힘에 부쳐도 염치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고질병, 일 년에 서너 차례나 된다.
예방접종도 필요 없더라, 완전 짜증 제대로다~~~

 

~~ 해운대의 예약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창밖을 보니 창밖 풍경 쩐다 쩔어, 와우~~

 

 

 

 

저녁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 밥집도 알아보고 먼저 내일 우리가 이용할
해변열차와 스카이 캡슐이 있는 블루 라인 파크로  현지답사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어라? 
초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네,  해운대도 우리를 반기나 보다. 일단 해운대를 본 느낌은 
오랜만에 찾은 탓에 많이 변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옆지기랑 손잡고 젊은 연인들처럼 오가는 인파들 속을 함께 휩쓸리니
마치 먼 나라 이국땅으로 여행을 떠나온 관광객이 된 듯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그 황홀한 
설렘을 감출 수가 없었다. 흠~ 집 떠나니 이리 좋을 수가 없다. 행복은 이러이 사소한 것에 
있는 것을 늘 먼 곳만 바라보며 그저 젊은 날만 반추하며 추억만 곱씹으며 늙고 있다는 
세월에만 망연자실 상실감에 빠저 있었다. 황혼을 보는 생각의 전환만 하면  아직 노년도 
충분히 즐겁고 신나게 누리고 살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거리들이 찾아보면 가까이에  
차고 넘친다는 사실이다.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이.....

해답은 하나 자기 관리다.  신체의 나이는 늦출 수 없지만 
마음의 나이는 얼마든지 관리에 따라 달라진다. 마음이 젊어지면 자연스럽게 몸도 젊어지는 
탄력을 실감한다. 늘 고수하던 익숙한 생활 반경을 용감하게 탈출 잠시지만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사실이 이렇게 다운된 내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그러려니 잊고만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여행 갑시다 당신의 병을 났게 해 줄게"요라는 
노랫말도 있는가 보다.

 

 

 

 

 

 

 

 

 

 

 

 

 

 

 

 

 

 

 

 

블루 라인 파크 답사를 마치고 도시의 빌딩 숲 위로 
조명이 별빛처럼 쏟아 저 내릴 즈음 호텔 인근의 백반집에 들러 반주를 곁들인 
맛있는 돌솥밥정식을 먹고는 당연히 2차로 노래방으로 향했다. 남의 시선 의식 않고 
목청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곳이 노래방 아닌가. 평소에도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를 불러 한잔 마시고는 노래방 가서 마음의 찌꺼기를 털어내곤 했었다. 

내 경험으로는 이 방법이 딱이었거든, 너무 진부한가? ㅎㅎㅎ
오늘 밤은 백점 내기에서 옆지기에게 밀렸다. 이 양반 오늘 노래 좀 되나 보네.
지는 사람이 뽀뽀해주기였는데  집 나오더니 참 체면도 팽개치고 노친네들이 쌍으로  
잘도 놀았다.  ㅋㅋㅋ

그렇게 원 없이 노래 시합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  
해운대의 밤 풍경은 참 낭만적이었고 그 순간만은 나이도 잊은 채 꽉 잡은 옆지기의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에서 애정을 듬뿍 느끼면서 여느 때와는 또 다른 깊은 행복감에 
푹 빠저었다. "자기야! 오래도록 내 삶과 함께해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건 내 마음의 속삭임이여~~~ 

 

 

 

 

 

간밤의 격앙된 분위기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기상을 했다. 
호텔에서 맞이하는 아침  로맨틱한 이 느낌은 뭐지? 더구나  이 호텔 조식은 
투숙객이 원하는 시간 때에 맞추어서 객실로 가져다 주니 얼마나 편하던지~~. 
고루 맛보자고 양식과 한식 두 가지를 다 시켰지요.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 마치 실버타운에 머무는 잘 나가는 노인 부부 같다면서 말이다.

 

 

 

 

 

체크 아웃하고 호텔을 나서니 상쾌한 아침의 기운이 심신에 하나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해운대 앞바다 풍경도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열고....  
열차 운행 시간에 맞춰서 블루 라인 파크에 도착했다 싶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좀 일러 
얼마간의 기다림 후에 스카이 캡슐부터 매표를 했다.

스카이 캡슐 종착지인 청사포역에 내려 송도로 가는 해변 열차를 타고 미포 역으로 되돌아올 작정,
마치 아이들이 놀이동산에 온듯한 기분으로 스카이 캡슐을 타고 청사포로 향하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직접 탑승해보면 그 기분 진짜 괜찮다. 캡슐이 선로 위를 덜컹 거릴때는 작은 스릴도 느껴지니 
한마디로 기분 짱~~ 어제, 오늘, 사진 참 많이도 찍었다.

 

 

 

 

 

 

 

 

 

 

 

 

 

다릿돌 전망대는 내리지 않고 해변열차를 타고 지나오는 길 열차 밖으로만 구경을 했다. 
종점을 오가는 6개의 역 중에서 가장 핫한 장소인듯 많은 젊은이들이 하차 전망대를 
찾는듯싶었다. 소망을 적은 작은 펫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연인들, 젊은이들의 소망이 대다수겠지...

다릿돌 전망대를 굳이 내려서 구경하기에는 나는 벌써 어제 미포 역에서 사전 답사로 
많이 걸었던 탓에 이미 종아리에 쥐가 내릴듯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서 더는 무리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 정도로도 해운대 여행은 나에겐 대만족이었고 앞으로도 1박2일이 
내 체력엔 딱 맞춤이다 싶었다.

 

 

 

 

1박, 하룻밤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완벽하게 즐거움을 선사해준 
해운대를 작별하고 돌아서는데 그만큼 또 아쉬운 마음에 가슴이 찡해졌지만 
집에 와 생각하니 역시 2박은 무리겠고 1박 2일이 내 체력엔 딱이겠더라. 집 떠나니
 이리 좋은데 몸상태에 너무 기죽어 살지 말아야 지하는 오기도 생겼다.. 아플 땐 아프고 
죽을 때 죽더라도 마음 내키면 언제 어디든 훌쩍 여장을 챙기고 집부터 떠나봐야겠다고 
말이다. 시간은 부족한데 우리나라 아름답고 가볼 곳이 너무 많다. 이리저리  머뭇거리다
내 인생 그냥 똥 된다 아이가....

 

 

 

이튿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집으로 직진하기엔 뭔가 또 아쉬우니 
낙동강 뷰가 좋다고 웹 사이트에 핫이슈로 뜬 양산 원동의 식물원 카페 아덴을 
들리기로 했다. 산뜻한 초가을 햇살이 숲 사이로 물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산길을 굽이돌아 
산언덕에 위치한 카페에 도착해보니 자가용이 아니면 쉽게  엄두도 못 낼 위치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니 참 좋은 세상이다 싶었다. 

이렇게 누리고 즐길 곳이 많아지는 아름다운 세상이니 
구차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하는 노인들의 황혼길이 어찌 서럽지가 않겠는가 말이다. 
나를 비롯 노인들이여 젊어서 청춘을 다 받쳐 열심히 살았으니 우리도 남은 인생 충분히 
대접받을 권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젊은이들에게 밀려나지 말고 소신껏 형편에 맞게 
소소하게라도 남은 여생 좀 즐기고 삽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쉽지는 않겠지만 답이라면 
자식이나 젊은이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길은 오직 자기 관리 자력갱생뿐 건강하자고요.
여보야~ 내 말 맞지?

 

 

 

 

 

 

 

 

 

 

 

 

 

 

 

 

~10월의 1박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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