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1박 2일 여행길, 다섯 시간 달려서 감악산 아래 주차장에 도착 차를 파킹 하니
조수석에 앉아 편히 온 나는 피로감에 기력이 축 쳐지는데 울 옆지기는 마냥 밝은 표정
분명 장시간의 운전으로 자기도 피곤할 터인데.... 여태 살아와도 참 알다가도 모를 저
양반의 감성. 건강하게 같이 늙어가면서 나랑 이리 함께 여행 다니는 게 그리 좋단다.
젊어서는 아내로서 내조했는데 늙고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옆지기의 외조를 받고 있는
셈이다. 부부간도 그저 오래 살고 볼일이다. ㅎㅎㅎ
전국에 출렁다리는 참 많다. 여러 곳 다녀보니 다리 형식이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현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니 모두가 새로운 감흥을 주는 신선한 풍경으로 각각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여튼 나 자신 하제가 부실하니 오르막 산길이나 계단길은 정말 도리도리다.
그래도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라고 사전 정보 검색으로 내 체력을 감안해서 선택한
곳이라고 애절(?)한 표정으로 꼬드기는 옆지기의 애교에 또 내가 넘어갔다마는 사실,
계단길을 걸어 감악산 출렁다리에 도착하기까지 숨을 헐떡이며 몇 번을 쉬었는지 모른다.
건강한 걸음걸이라면 일이십분이면 충분한 길을 나에게는 두배의 시간이 걸렸다. 에효~
암 커나 정상에 올라 쉼터에서 한 숨 고르며 둘러본 아담한 감악산 풍경에서 그나마 위안을
받았고, 출렁다리를 왕복하며 다시 한번 오색빛 가을 정취를 타고 불어오는 선선한 산바람에서
숨차던 그 순간도 잠시 잊고 힐링 속으로 풍덩 심신을 던졌다. 그려 세상만사 힘들지 않고
공으로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감악산 출렁다리를 보고 내려와도 아직 해가 남아있는 어중간한 시간 저녁 끼 때까지는 아직
이르다고 내친 김에 마장 호수 출렁다리도 보고 가자는 옆지기의 의견을 존중 곧장 차 머리를
돌렸다. 다행히 거리가 멀지는 않았거든~~ 울 옆지기, 여행길 코스는 거리 간의 시간을 계산 참
알뜰히도 챙기니 시간 낭비가 없다. 오구구~ 울 옆지기 기특하기도 하지요, ㅎㅎㅎ
마장 호수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 주변의 나무들이 붉은 단풍으로 불타는 느낌으로
초행길의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더라. 굿!~~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감악산 출렁다리
보다는 좀 더 관광지 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쟁의 상흔도 간직한 곳인 듯
고현산 전투현장 알림판도 세워 저 있고, 고현산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숲으로 명명된 이력판도
세워 저 있어 인상적이었다.
감악산이나 마장 호수를 에워싼 고현산이나 산새가 그렇게 험준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장호수 출렁다리는 감악산 출렁다리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다녀올 수가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건강하여 돈 있고 시간만 있다면 옆지기의 바람대로 남은 여정
다정하게 손잡고 발맞추며 전국 일주나 해보고 지고, ㅋㅋㅋ 야무진 바람이지만 까짓 거
꿈이라도 꿔보자. 뭐~
출렁다리 두 곳을 다 둘러도 저녁 먹기는 좀 이르네? 내친김에 GO~ GO~
하여 율곡 수목원도 들렸다. 마침 오늘 밤 묵을 숙소 가는 방향이라 더 망설일
이유가 없었거든, 하여튼 울 옆지기 나 지루하지 않게 일정 참 잘 짜 맞추었네.
아유 이뻐라~~
그렇게 찾아간 율곡수목원은 진짜 좀 큰 마을 공원처럼 아담하고 정겹게
꾸며놨지만 가을은 공평하게 찾아와 구석구석 조금의 소홀함 없이 수목원에도
가을이 아름답게 물이 들어 산책하듯 옆지기와 나란히 걸어보는데 세상 무슨 욕심이
더 필요하겠는가 싶어 이심전심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는 서로 마주 바라보며 아주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느낌, 그래 세상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소소한 삶의 행복 만들며 마음 비워가며 사는 거지~~ 이제 자식 걱정은
끝.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가정 다 이뤄 줬으니 앞으로의 인생과
삶과, 잘 살고 못 살고는 다 저들 몫이여, 가꾸며 노력한 만큼 잘들 살아가겠지,
나는 내 자식들을 믿거든, 지금처럼 열심히만 살아다오~~
옆지기야, 이제 우리만 챙기자, 서로만 챙기자, 가난해도 부족해도 평범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건강하게 다정하게 오래 오래요~~~
감악산 아래 식당에서 순두부로 점심을 때우는데 맛이 괜찮았어,
장시간 운전에 피곤했을 울 옆지기도 오물오물 순두부 한 뚝배기
순삭 했지요, ㅎㅎㅎ
감악산 출렁다리 가는 계단길, 앞서가는 옆지기는 숨이 차는 나를 기다려주며 그저
사진 찍고 또 찍고, 얄미워도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나 참~~
마장 호수 출렁다리도 오가며 옆지기 요청에 연신 폼 잡으며 사진 모델하느라
무지 바빴다이거 아무리 한 물 간 늙은이지만 모델료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ㅋㅋㅋ
나들이다 여행이다 바깥만 나오면 사진 찍자는 옆지기 성화 때문에 나 참 많이
피곤하지요, 요번 파주 여행길에도 사진 엄청 찍는다. 애써 찍은 사진이니 집에서
정리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옆지기 왈, 집에서 무료할까 봐 소일거리 만들어주는 거란다.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이 모든 정리도 일은 일이다. 허리 아프지, 다리 아프지, 눈 불편하지,
쉬엄쉬엄 놀아가며 어느 천년에 이 걸 다 정리? 하다 보니 ㅎㅎㅎ 집에 있으면 매번
일이 밀린다 밀려, 물론 이 짓마저 없으면 정말 심심하긴 할 것 같으니 무조건 이러는
옆지기를 투정하고 나무랄 수만도 없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어느새 이런 분위기를
은근 즐기고 있는 것 같거든... 이래서 백수가 쓸데없는 일로 과로사한다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현상이다. ㅎㅎㅎ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사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