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여행길의 첫날, 하루가 완전히 저물고 칠흑 어둠이 도심을 뒤덮고 회색 건물들이
하나둘씩 조명을 밝히자 살아 숨 쉬는 밤거리로 탈바꿈하는 활기찬 거리거리~~
그래서 우리도 숙소에 짐을 풀고는 곧장 맛집으로 검색 예약해둔 식당을 찾아 허리끈
풀고 신나고 즐거운 식사를 했다. 세 곳이나 돌아다닌 낮의 피로감도 금세 가셔지는 정말
입맛 돋우는 저녁식사였다. 백세주 한 병을 비우며 건너다 보이는 낯선 도시의 밤 풍경에서
낮과는 또 다른 감정의 유입, 진짜 타지로 여행을 떠나왔다는 실감을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유로운 식사가 끝나자 울 옆지기 밤 분위기 살려줄 딱 좋은 진짜 멋진 곳으로 데려간다며
또 나를 채근질이다. 해서 차를 타고 어둠을 뚫고 이동하고 보니 이름하여 파주 프로방스였네,
ㅎㅎㅎ 주차하는 동안 눈에 들어온 풍경은 뭐 별로(? )했는데 막상 내려서 프로방스 불빛
속으로 한 걸음씩 깊숙이 들어가 보니 마치 동화 속 나라로 들어온 착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 잘 꾸며져 있어 반전이었고 청도에도 프로방스가 있는데 거기하고는 완전 다른
콘셉트의 프로방스였다. 하늘의 별들이 마치 파주 프로방스에 다 내려앉은 듯싶었다.
주말이 아닌 주 중이라 그런가 사람들은 아예 없는 것 같았고 우리 둘이서만 신이 나서
프로방스 빛 속을 늙은 요정이 되어 천진난만(?) 하게 사방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흐미
즐거운 것~~~ 이런 때 보면 우리도 육신만 늙었지 마음이나 노는 짓 거리는 여늬
애들이랑 하나도 다를 게 없겠더라. ㅋㅋ 더욱이 보는 이들이 없으니 정말 아이처럼
해맑게 빛 속을 누비고 다녔다. 오늘 일정 중 파주 프로방스가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아~ 오늘 밤 꿈속에선 동화 속의 공주가 되어 이웃나라 왕자(옆지기)를 기다려야지~~
내 식성은 육식보다는 체식 체질이라 어쩌다 한 번씩 찾게 되는 고깃집인데 이런 내 입맛을
생각해서 정성으로 찾아낸 맛집 식육식당이라며 적극 권유하는 옆지기 말대로 진짜 이 집
고기 맛 제대로더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였다. 사장님이 추천해준
눈꽃살 모둠, 진짜 눈꽃살이었나 봐.
울산에서도 나름 맛있다는 식육식당 다 먹어봤는데 이 정도는 아니였거든. 사장님 왈,
고기 등급도 투 플러스 이상만 쓴다나.... 울산 소하고 서울 소 하고는 육질이 근본적으로
다른가(?) 하고 고개를 갸웃둥 하기도 했네. ㅎㅎㅎ울산 촌놈 경기도 윗 지방 와서 고기 맛
제대로 알아버렸어....
엄선해서 챙겨준 맛있는 고기까지 먹었으니 날씨야 좀 싸늘했지만 보답으로 나는 또
열정을 다해서 프로방스 빛 속의 늙은 요정이 되어 옆지기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오늘 저녁만은 내가, 아니 우리가 프로방스 빛 축제의 주인공이었다.
나는 아낌없이 옆지기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뽕뽕 날렸다. 아~ 살맛 나는 세상,
오늘 저녁의 이 느낌, 이 기분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