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제가 둘이지만 다 먼저 엄마 곁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남은 건 우리 두 자매뿐.... 특히나 남동생 소생인 조카 남매는 갈라선
부모 탓에 조모 손에서 키워지다가. 그마저도 부모를 일찍 여의게 되니
고모인 나에게는 가슴으로 낳은 또 다른 자식이 되어 늘 아픈 손가락이더니
영혼이 되어서도 손주들을, 아들딸을 잘 지켜 주었는지 둘 다 착하고
건강하게 성인으로 잘 자라주어 어느새 질녀가 짝을 맞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상견례를 하는 날 얼마나 가슴이 울컥하든지....
다행하게 결혼식 준비에도 조금도 마음 상함이 없도록 배려를 해주시는
어진 시댁을 만났으니 동생이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감사하며 기뻐했을까
싶어 함께 할 수 없는 동생이 야속하여 두고두고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못난 놈" 지 새끼조차 나몰라라 팽개칠 정도로 마음의 병이 깊었으면서도
끝내 혼자 앓다가 멋대로 생사를 결정짓고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날 줄이야.....
이처럼 세월이 흘렀는데도 지금도 슬픔과 아픔으로 가슴이 짓이겨지는 듯하다.
원래 동생은 붙임성 있고 사교성이 좋아 집안(문중) 대소사 모임은 물론
지인들 속에서도 늘 감초역활이었는데 이제 그 빈자리가 오래다 보니 잊힌
인물이 되어 결혼식에 집안 어른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으면 아빠의 부재로
조카 남매가 받을 그 상실감이 염려되어 나는 일찍부터 이를 대비 문중 모임을
추진 총무 일을 맡아하면서 조카들의 존재를 늘 상기시켜 주었다.
안산에 뚝 떨어져 경황없이 살며 오랜 병상 생활을 하던 오빠도 마찬가지다.
객지에서 고혼이 되어 마지막 떠나는 길이 행여 외로울까 봐 그렇듯이 언젠가는
부모없이 쓸쓸히 치르게 될 조카남매의 결혼 때문에도 조카들이 문중 대소사에 관심을
갖도록 꾸준하게 마음을 섰고 웬만하면 알게 모르게 문중 경조사에 고모들이 봉투에
조카들 이름을 적어 내기도 했으니 오빠의 부음을 알리거나 내 질녀 결혼식에 청첩장을
보내는 짓이 그렇게 부담스럽고 생뚱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일찌감치 청첩장을 보냈지만 결혼식 날짜가 임박했을 때는 집안 친족들께
다시 한번 내 마음을 담은 초청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나의 행위를 당연시
하며 흥쾌히 받아준 종친들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이 모두가 생전에 보여준 오빠나
동생이 남기고 간 따뜻한 삶의 흔적 인성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청 메일 전문~"
"생각하면 늘 가슴 따뜻해지는 우리 종친님들 매화가 봄을 알리는
생동의 계절 앞에서 2월 18일 토요일 2시 30분 동생 정해딸 혜지
결혼식에 친족들을 모시고 저에게는 감회가 남다른 이 결혼식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감히 초청드리오니 바쁘시더라도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 질녀 혜지의 결혼식을 사랑으로 같이 축복해
주십사 진정을 담아 앙망 드립니다.
예식 후에는 자리를 옮겨 조촐하지만 음주 가무가 있는 축하의
뒤풀이로 감사의 술 한잔 보답 드리겠습니다."
서울서, 포항서, 부산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질녀 결혼식에 많이
참석해 주신 문중 하객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든지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어려서 뵌 기억으로 다들 기억이 가물가물 누가 누군지
촌수도 모를 문중 어른들의 대거 참석에 당연히 조카 남매도 깜놀이지.....
예식이 끝나고 식사 시간에 일일이 친족 어른들께 인사를 시키며 오빠 상
끝내고 또 하나 큰일 치뤄냈구나 싶은 안도감으로 심호흡이 다 나오더라.
결혼식 진행도 예전관 많이 달랐다.
신랑 신부 입장 전에 축하 무대가 한바탕 벌어졌고 신랑도 춤을 추면서 입장을 하고 주례도 없었고
대신 신랑 아버지가 예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직접 예식 단상에 올라 감사 인사를 올렸다.
폐백도 생략 얼마나 편하든지 진짜 오롯이 신랑 신부를 위한 축하 자리였다.
주책없이 계속 눈물만 훔쳤지, 이건 이성으로는 감당 안 되는 눈물....
분명 딸의 결혼식을 저세상에서 지켜보았을 동생이 차마 안쓰러워서 작은 선물로
예쁘게 신부 단장을 하고 혼주와 기념 촬영하는 사진을 합성하여 이렇게라도
동생의 영혼을 위로해 본다.
생각할수록 이 기쁨을 함께 할 수 없는 동생의 부재가 이렇게 절실한데
신부인 내 질녀는 비록 웃고 있어도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양가 혼주들과의 기념 촬영 사진도 합성하여 동생의 영혼을 위로해 본다.
예식 끝나고 한복으로 환복 내 새끼들과 v자 손모양 만들고 셀카 촬영인 예쁜 신부
우리 질녀. 몰디브로 일주일 신혼여행 다녀와서 새 질서 큰상 차려 후하게 대접하고 이바지 음식과
신행반찬도 갖추어 시댁으로 보냈으니 이제는 시부모 사랑 듬뿍 받고 부부간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아들딸 순푼순풍 낳고 건강하고 무탈하게 행복하게 잘 살기만 바랄뿐이다.
못다 받은 부모 사랑 대신하여 시부모와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면서 말이다
~ "답례인사 전문"~
사랑하는 종친님들 질녀 혜지 결혼식에 모두 기꺼이 참석 진심 담은 축복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그 은햬로움에 조카 웅경을 대신하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마 조카남매도 아버지의 빈자리가 주었을 그간의 허전함을 조금은 위안받는
계기가 되었으라 생각합니다. 동생 정해도 저 세상에서 분명 종친들을 향해 고마움의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특히 종친들의 따뜻한 관심에 힘입어 조카 남매도
마음의 온도를 높히고 앞으로는 세상을 인생을 더욱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가는 동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고모로서 곁에서
김 씨 집안의 자손임을 잊지 않도록 잘 건사하겠습니다. 종친들
모두 모두 가내 두로 평안하시고 무병무탈 건강하십시오.
~봄, 2월 중 무지 좋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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