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의 일기/김귀수
1~
밤마다 등촉을 대낮같이 밝히고 주검같은 긴~밤을
가슴속에 모셔들인 부처님전 읍 하고
무릎이 아프도록 백팔염주 세여가며 절하고 또 하고 ..
인간의 마음속에 현존하옵는 이세상 모든 신들이여
자비로운 손길로 집떠난 내아들을 돌아오게 하옵소서...
2~
동해안 바닷가를 눈물로 헤매이고
불영계곡 골골마다 아픈 한숨 뿌려놓고
칠흑 어둠속을 허무하게 돌아 올적에
너없이 지새울 이 밤의 무게로
마른입술 찢어지고 타는가슴 피빛으로 멍들어라
지나는 아이마다 모두가 너를 닮아 지나 온 길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너이 또래만 눈에 띠면 가슴이 내려앉고 또 내려앉고...
3~
정처없는 발길로 지향없이 너를찾아
모래사장 자갈밭을 미친듯이 헤매일때
발걸음은 더딘데 마음만 급하드라
애야 ...애야... 내 아들아...
목메인 외침은 무심한 밤바다에 흔적없이 잠식되고
무관한 어부들의 천연스런 어망 손질이 그리도 원망스럽드라
바람같은 네소식에 허둥대든 바래움이 또 다시 무산되고
슬픔의 골은 깊어만가니... 검붉은 엄마의 가슴에다 절을 짓고
너를 위한 염불함께 목탁을 두드린다
4
어디에 있느냐 아들아?...
엄마가 바람이면 너 머무는 곳에 소리없이 다가가서
가만히 머리카락 쓸어주며 두 뺨에다 뽀뽀라도 하련마는...
어디에 있느냐 아들아?...
엄마가 별이라면 너 머무는 곳에 소리없이 다가가서
나즈막히 귓가에다 소그소근 내사랑을 전해라도 주련마는...
어디에 있느냐 아들아?...
엄마가 달빛이면 너 잠든 곳에 소리없이 다가가서
이슬처럼 내려앉아 피곤한 네 몸 위를
부드럽게 감싸주련마는...
건강하게 잘 자란 둘째에게 이 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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