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김귀수
11월의 늦가을 햇살이 안개비처럼
내 온몸을 깊숙히 스며드는데
졸리운 듯 두 눈을 감으면 눈두덩에
투시된 햇살에 오색 무지개가 물결처럼 아른거린다.
빛과 어둠의 교차속에 참으로 소리없이
시간은 빠르게도 내 곁을 스치고 가는구나 싶어
온갖 회한이
회오리 치는 감정의 파고가
급물살을 탄다.
왜 사람들은 아니 나는 모든 것에의
감정 표현이 정리가 한 타임 늦게 이루어지는 걸까?
구태하고 우유부단한 사고방식은
또 뭐란 말인가 .
무릇 사람이란 끊임없이 후회와 반성을 하면서도
늘 변함없는 자세로 잘 살고 있기에
참 경이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이제 또다시 흙먼지 휘날리는 외진 시골길 따라
코스모스 꽃은 지고 남은 단풍잎마저
쓸쓸히 바람에지는 늦은 가을에
너무도 소흘하게 저 세상으로 보내드린
어머님 생각에 그리움이 간절하여
심장이 짓이겨지고 생살이 찢겨져 나갈 듯한
불효의 아픔을 다시 느낀다.
그리운 어머니!
이제 다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뵐 수 없는 당신이기에
모가지가 아프도록 마른 눈물 흘립니다.
흙도 없는 비탈진 암벽 사이를
위태롭게 간신히 뿌리 내린 이름 없는 잡목과도 같이
너무 힘들고 지치고 잡초처럼 서럽고
외로운 일생을 살다 가셨기에
이자식은 더욱 가슴이 아리답니다.
이제는 세상일 모두 잊고
원앙이 노닐고 공작이 노닐고
연꽃이 만발한 극락 세계에서
그토록 지극하시던 불심을 의지한 체
부처님 곁에서 편히 쉬시고 계시겠지요.
바람 잘날 없는 자식 걱정에서도 벗어나고
지긋지긋하던 병마에서도 헤어나시고
평생을 주눅들게 했던 씨받이 부인이라는
여인네의 외로움과 한에서도 벗어나고.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생전에는 한번도 내색치 못했던 심중에 묻었던 은혜로움을
당신을 하직한지 일주기가 되는 지금에 와서야
이제라도 가슴 벅차게 고백합니다.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난게 행복이였고
당신이 내 어머니인게 자랑스러웠고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 주시고 그 모진 세월 끝까지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 하다는 것을.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생전에 철없던 이 자식을 용서하시고
제 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그 오랜 병환에도 병상 한 번 못 지켜 드리고
임종도 못한 체 혼자 쓸쓸히
눈 감으시게 한 것도 용서하소서.
사후에 효자는 집집마다 다 있다시던
생전의 어머님 말씀이 이제사 뼈에 사무칩니다.
그저 용서하소서.
이제 이자식이 쉰이 훌쩍 넘고
흰머리가 희끗희끗 반백의 나이가되니
만분지 일이나마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하게 짐작이나마 가는 듯 합니다.
제 슬하에 자식이 장성하여
이미 혼기가 찼것마는
역시 자식 노릇 못 하더니
부모 노릇 또한 못 하는가 봅니다.
부끄럽고도 죄스럽기만 합니다.
그리운 어머니는 가고 안 계셔도
세세년년 꽃피고 잎피고 계절은 변함 없것마는
이제 어머니 당신 무덤 앞에
산해진미 제물을 차려본들 그맛을 어찌 알며
가지가지 온갖 꽃들로 향기가 진동한들 그아름다움을 어찌 알리요.
애닲은 이심사를 어이 할거나
오면 온줄 알며 가면 간줄 알까
언제나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의연하게 묵묵히 살다 가신
당신의 일생을 존경합니다.
이제는 아무리 둘러 봐도 보이지 않고
목이 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당신이지만
그래도 내 가슴속에 언제나 살아 계시기에
하시라도 그리움에 목이 메이면
당신의 무덤가에 한아름 꽃을 안고 달려 가리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살다가 살다가 아무리 힘이 들어도
어머니 당신을 교훈삼아 용기를 내고
저 또한 제 자식을 위해 엄마의 몫을 열심히 살다가
언젠가는 당신이 쉬고 계신 극락세게로
줄줄이 남겨 놓은 자손들의 안부거리를
가슴 가득 품고 찾아가리다.
자랑스런 나의 어머니.
당신을 추모하는 기일을 맞이하여
불효한 이 자식의 간절한
사모의 정을 눈물함께 글월로 바칩니다.
극락 왕생 편히 쉬소서 ...
2006년 11월 23일, 불효 여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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