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향기

젊어도 보았네 늙어도 보았네

엄마라는 나무에 자식이라는 꽃을 피워 그 향기가..."

여행 스케치

팬션의 일박 이일

가을비 우산 2014. 8. 24. 16:10

 

별르고 별르서 온 가족이 모였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째 올해는 팔월의 늦장마 기운으로

맛갈나는 피서놀이로의 실감은 느낄 수가 없었다. 비가 잦아 계곡물은 풍성한데 웬걸 물은 식겁하게 차갑지

햇살은 귀하고 숲은 깊어 산기운은 오싹하게 서늘하지 흐미! 이 늙은이는 아예 물속엔 들어 갈 엄두가 안 나드만...

그런데도  둘째네랑 큰 손녀 유나는 입술이 퍼래가지고도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났더라 났어. 

 

물가에 차려진 주안상! 물 좋고 산 좋고 캬! 쥑인다. 아니 마시고 어쩌리.

 

둘째 유림이는 물에 한번 엉덩이가 젖더니 식겁을 하고 고모품에 폭 안겨

삼촌 친구의 장난도 거덜떠도 안 본다. 

 

요것 봐라 내외종 간에 술잔 들고 권커니자커니 하더니 내가 카메라 들이대자

징그럽게 귀여운 척 포즈를 잡고 난리다 참나...

 

한두 달 사이에 무려 10kg나 넘게 체중이 빠져버린 울 둘째가 홀쭉해진 얼굴을 하고 형하고 재담 중인데

그걸 안쓰럽게 지켜보는 작은 애, 지 남자니까 당근 제일 염려가 되겠지.

물놀이 마치고 귀가하면 서둘러 병원 진찰을 받아보라고 채근질 중이다.

별 이상이 없어야 될텐데...

울 집안 익살꾼 분위기 메이크 막둥이 그저 표정이 장난끼가 대롱대롱이다. ㅋㅋ

 

듬직한 울 장남 한캔 하는 동생을 익살스럽게 바라본다.

아마 속내로는 술잔일랑 적당히 사양했으면 할거다.

갑자기 넘 살이 빠졌거덩.

술잔 좀 하는 식구들만 카메라 렌즈에 담겼네

역시 남들 하는 짓은 다해야 시선을 받는다니까.

어느듯 해도 늬엿늬엿, 슬슬 자리를 이동 펜션 일박의 피크 삼겹살 파티를 위해

화덕에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하는 장남. 유림이는 아빠 뒤에서 엄마에게 또 무슨 훈계를 듣는지

다소곳 시선을 내려깔았다.

천하의 순둥이 울 큰 자부,

언제 또 유림이는 숙모캉 손부딛히며 속닥속닥 편을 먹었지?

요즘은 세월 참 좋다, 시숙캉 제수캉도 허물이 없다니까.

나때에는 무조건 시숙하고는 그저 조심스럽고 어렵기만 했는데...

화덕에 불 지피며 장남 내외 도란도란  정담 중!

 

 

장작에 불은 붙었고 고기 구울 세팅 하는 동안 차남은 친구랑 여유있게 젖은 몸 말리는데 

태평한 친구 녀석은 아예 잠이 들었네.

 

 

 

 

끼 늦는 건 못 참는 성미 급한 저 양반은 고기 굽는 그새를 못참고 야채로 쌈 싸 먹으며

혼자 배꾸리 채우기 바쁘다 못말려. 정말...

 

 

 

 

 

 

 

 

 

고기 굽는 삼촌 손 꼭잡고 맛있게 빨리 구워달라 애교부리는 유림이.

이제사 구운 삼겹살로 본격적인 쌈을 싸는데 온 식구들 알아서 입맛 다시기 바쁘다.

숲속의 여름밤은 깊어가는데 장소에 따라서 이렇게 고기 맛이 다를 수가 있나. 환상이다 환상!

 

 

유나야 얼른 자리로 앉아. 함매가 쌈 싸줄게.

안 챙겨서 삐쳤구나 양볼이 뽀류퉁하네.

 

 

 

 

 

 

 

 

 

 

 

 

 

 

 

 

 

 

 

 

 

완전 밤이 깊었다.  바람도 자고 어둠도 자고, 애들은 자라, 노땅도 자라,

술 의지 약한 사람부터 하나둘 빠지고 마지막 새벽 시간까지 버틴 사람은

조카 남매랑 둘째 친구와 나. 이렇게 넷이었다. 흐미 징한거...

 

작은 방에는 둘째네가 자고 문간방에는 조카랑 둘째 친구가 자고 거실에는

장남 식구들과 나머지 가족들이 혼숙을 했네, 두어시간 자고 또 벌떡 일어나 애들 깰까

먼저 살짝 밖으로 빠져 나왔다. 와! 진짜 산속의 이른 아침 공기는 달더라 달아. 천막밑 간밤의

어질러놓은 술자리 말끔히 정리를 하고나니 부시시 큰자부가 먼저 일어나 나왔다.역시 맏며느리라

다르네 달라.  해가 동산에 우뚝 솟아 잔디 마당에 햇살이 들어차니 바로 거실 앞  울타리 숲까지 새들이

날아와 지지배배 어찌나  청아하게 울어대던지 마치 무릉도원의 신선이 된 느낌이더라.

산속 펜션에서 심신을 자연으로 힐링을 하고나서 울산으로 돌아와 각자 저네 집에서 샤워 후 의복을 갈아입고

시네 맛집에서 저녁 만찬을 위해 다시 모였다. 새우 구이와 해물탕으로 두둑하게 배를 채웠다.글쎄 이자슥들.

그래도 뭐이 또 헛헛한지 2차로 한우 식육식당을 간단다. 아무래도 울 노친네들은 힘이 부쳐 극구 사양을 하고

작은 손녀 유림이만 데리고 먼저 귀가를 해버렸다. 이래야 울 큰 자부도 어른 눈치도 아이 성가심도없이 다문

몇 시간이라도 안심하고 여유를 즐길 수가 있는 것이여....

 

 

 

2014 /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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