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아는 지인들은 그렇게 건강 체질도 아니면서 산책하기 딱 좋은 곳에 살면서 아침저녁
왜 운동을 않느냐는 질문들을 곧잘 한다. 맞는 말이다. 태화강을 끼고 도로 아래위로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자전거길과 나란히 방어진쪽에서부터 언양까지 이어질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태화강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는 십리대밭공원과 범서 선바위에 이르기까지가 절정인
아름다운 트레킹코스의 중간지점 즘에 내가 사는 마을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면 얄미운 말이 되나?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요기는 강변길이 아닌 우리 집 뒤 신작로, 봄이면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매일 이길 위의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나, 헐~~
태화강 하류에서 바람이 거슬러 올라오면 잡쪼름한 바다 내음이 느껴지고 반대로 상류쪽에서
바람이 내려오면 영남 알프스인 신불산과 가지산의 신선한 산바람이 들꽃의 향기와 숲의 향기를
머금고 아침저녁 산책길 나선 사람들의 심신을 말끔하게 정화해준다. 계절에 따라 산하는 서정
적인 다양한 풍경들과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진 자연의 소리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산책 나온 뭇사람들의 눈과 귀를 쉼 없이 즐겁게 해주니 누구인들 심신이 건강해지는 태화
강변 산책과 신작로 숲길 걷기를 감히 마다하겠는가다.
새 정부 들어서선 공무가 무지 바쁜지 가지치기를 않아
도로변 울타리가 웃자라 단정치가 않다. 설마 행정구역
밀당으로 구청끼리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니겠지?
도보든 자전거든 전국 어디든 요즘은 트레킹이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이지 어지간해서는 아니 의식적일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엎어지면 코앞인
태화강 강변길 산책에 잘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보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도 아니다.
계모임이나 어떤 약속이 없으면, 일부러 옆지기와 멀거나 가깝거나 여행이나 나들이로 집
밖을 나서지 않으면 거의가 방콕이다. 친구들은 왼종일 집안에서 지루하지 않느냐지만 습관이
되서 전혀 그런 걸 못 느끼고 살고 있거든. 사실은 모임에 가면 거의 분위기를 리드할 정도의
적극적인 성격인데도 참 아이러니라하겠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나만의 근거있는 이유는 있다. 남들은 잘 이해를 않겠지만 집 밖을
나서면 주변의 경치보다는 내가 지나치는 길에 함부러 버려진 쓰레기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걸 보면 온몸이 가려울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다른 이들처럼 그냥 무심히 지나치면 될 텐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쓰레기 투기를 한 정체불명의 인물을 향해 예쁜(?) 내 입에서 육두문자가 절러
나온다. 친구들은 나더러 결벽증이라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먼지 알러지가 생길 만큼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한 그 정도(?) ㅋㅋ, 그래서 집에 혼자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다. 괜히 쓸고, 닦고, 정리하고,
그래 봤자 남의 집들보다 더 광이 나는 살림살이도 아닌데 말이다. 원체 자랄 때부터도 좀 그랬다.
우리 애들도 가끔은 이런 내 습관을 좀 고쳐보라고 걱정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며늘애가 시엄마가
저들 집에 다니러 올까 긴장을 한다고 울 아들놈들이 농담처럼 귀띔을 해준 적도 있다. 어~ 이게
아닌데 본질이 옆으로 새고 있네 ㅎㅎ, 각설하고 그런저런 핑계로 산책을 잘 안 나가던 내가 요즘 일욜
빼고 매일 가족들 출근 후엔 태화강위 신작로 가로수길로 산책을 나가고 있는데 말이 산책이지 완전
쓰레기랑 담배꽁초 줍기다. 길 위에 떨어진 담배꽁초, 비닐봉지. 음료수병, 쓰고 버린 물티슈뭉치 등
갖가지 쓰레기들이 눈에 띄어 도저히 느긋하게 숲 내음 맡으면서 아침 산책을 즐길 수가 없다.
교묘하게 빈병, 페트병 등 음식물 쓰레기들을 잡초나 수풀 속에 숨겨놓은 열미운 인간들까지. 아이고
내가 미쳐미쳐 의사 말 듣지 말걸, 가벼운 운동이고 지랄이고 내 성질머리로 뒤늦게 무슨 바람이 불어
아침마다 무슨 생고생이래, 건강은 커녕 이러다 되려 병이 생길 지경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양식 수준은
완전 밑바닥, 이정도로 공중도덕 부재의 양심 없고 개념 없는 인간들이 이렇게도 많을 줄이야.
깨끗한 입으로 잘 쳐드시고 왜 쓰레기들은 자기 집으로 모셔가서 버리지 않고 차창 밖으로 휙, 길바닥에
휙, 그래도 남의 시선은 의식이 되는지 숲속에다 울타리 너머에다 잘도 숨겨놓는다. 차라리 보이는 곳에
버려라, 나같은 오지랖 넓은 여편네든 청소부든 수거하고 줍기라도 수월하게. 이렇게 나는 매일 산책 나간
답시고 아침에 집을 나서서는 한 시간 동안 집 뒤 신작로 숲길을 걸으며 땀을 뻘뻘 흘려가며 쓰레기를 줍는다.
어떤 이는 날더러 공공근로자이냐고 묻더라, 어이상실,,, 혹간 좋은 일 한다고 감사 인사를 건내는 이도 있긴
하더라만 대다수 쓰레기 줍는 나를 유별나다는 시선들이다. 외출복 차려입고 나들잇길 나서지 않는 이상 집 뒤
산책로만 나가도 쓰레기만 눈에 들어오면 그걸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내가 비정상인가 아니면 내 집만 깨끗하면
된다 식으로 자연환경을 더럽히며 길이고 골목이고 산이고 들이고 구분 없이 함부로 알게 모르게 마구 쓰레기
숨기고 버리는 개념 없는 수준 낮은 낯짝 두꺼운 인간들이 비정상인가? 공공장소 어딜 가던 이런 양식 없는 인간
들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 양식 수준은 아직 수준 미달, 수준 이상으로 성숙하기까진 한참 멀었나 보다.
담배꽁초 쓰레기도 모자라 어느 날은 신작로에서 강가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나뭇가지가 너무 우거져
통행이 불편해 보여 하루는 화초 커터가위를 갖고 나가 그거 가지치기 하느라 장갑을 꼈는데도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졌다. 오지랍 널은 짓 하지 말라고 가족들은 역정까지 내면서 당장 산책이고 운동이고 다
그만 두란다. 것도 이상한 것이 구청에서는 우리가 낸 세금 다 어디 쓰기에 좀처럼 청소하러 나오는걸
본 적이 없다. 이젠 진짜 힘들고 슬슬 지친다. 일어났다 굽혔다 쓰레기 줍는 일을 한 시간씩 날마다 반복하다
보니 어떤 날은 현기증까지 나더라. 구체적으로 현장 촬영을 해서 구청에다 민원을 넣던지 해야겠다. 날
마다 이건 할 짓이 못 된다. 시키지도 않는 생고생이 넘 힘들다. 아이구 내 팔자야, 산이고 들이고 어딜
나가도 눈에 띄는 쓰레기들 때문에 집 나가면 분위기 잡치는 나 어쩌면 좋아. 정말 대책 없이 오지랖 넓은
비정상의 주책바가지 여편네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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