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자년의 봄
/ 김귀수
정녕 삼사월 봄이려니
꽃을 베고 봄동산에 누웠으나
세상은 향기도 색도 지워버린 빛 바랜 흑백의 사진
세월은 수상하고
길 헤매이는 군상들의 뒤엉킨 발자욱 소리만
세상의 파고는 높고 등대의 불은 켜질줄을 모르는가?
세상이 지쳐간다
삶이 메말라간다
누군가 세차게 어깨를 흔들어 이제쯤 악몽에서 깨워줬으면
아~ 어느 하세월...
농부여 우리라도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말자
언제든 선뜻 박차고 일어나
먼지 앉은 헛간의 농기구 챙겨들고
전답의 흙 일구고 이랑 내고 파종할 준비를 하자
당찬 다짐에 명치끝 아리고
움 돋는 새순 위로 햇살의 미소 해맑은데
버들가지 연못속에 그림자 드리우고
오늘도 바람의 희롱에 쓸쓸하니 시름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