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수평 선위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내미는 햇님의 얼굴에서 여유와 느긋함이 느껴진다.
하마 시월, 아마도 가을이 시작되었기 때문일 게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때로는 지치기도하고 숨이 차오르기도 하지마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다소곳 순응하며 사노라면 때 되면 끝이 없을 것 같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살갗 시린 혹한 추위도 결국은 지나간다. 우리네 삶 인생사도 이와 같으리....
또 또 사설이 길아진다. 늙으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웬걸
생각과는 다르게 주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서론이 길어진다.
말인즉슨 유난히 습도가 높아 견디기 힘들었던 올여름의
무더위에서도 이제는 해방이 되었다는 기쁜 소감을 이야기 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횡설수설 늙은이의 흰소리는 관리가 안되나벼, 흐흐흐~~
올여름도 예외없이 무더위가 성가신 날은 종종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 시원한
바다 풍경을 바라 보며 옆지기랑 라테와 커피 두 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을 더위를
식히고 오곤 했거든, 저렴하고 분위기 있게 피서를 할 수 있는 굿 아이디어~~
그도 그럴 것이 매번 같은 장소이면 싫증 날까 봐 맞춤처럼 새로운
분위기의 카페들이 속속 신축되어주더라는 것이다. 진짜 사람들
카페 좋아하나 보다. 생겨도 생겨도 용케도 꿀벌처럼
사람들이 찾아와서 북적댄다. 참 신기하다,
연달아 들이닥친 태풍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는 바다가
무섭기도 했다. 성난 삵쾡이 백 마리가 밤이 새도록 창문과 벽을
긁어대는 느낌이었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너울너울 춤을 추듯이 해안을
들이닥쳐 수십 미터 물보라를 일으킬 때는 절로 공포감이 밀려 오기도 했으니
그때 기분이면 바다에 대한 로망이나 낭만은 개뿔, 당장 짐싸서 뭍 깊숙한 곳으로
이사 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참 인간의 기억은 단순하고 편리하여서 다시금
평온을 찾은 망망대해의 푸른 수평선과 뭉개구름, 물새 떼들, 그림처럼 떠
있는 고깃배들과 해변을 거니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니 금세
외면할 수 없는 바다의 매력에 또 푹 빠지게 된다. 해서 이삿짐(?)을
또 푼다.구월 중에도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해안가를 늦더위가 잠시 머무는가
싶더니 벼들이 고개 숙이고 시월이 찾아오니 더위도 이제 염치가 없는 듯
꼬리를 내리려나보다. 복더위 때 뜨는 해는 햇살이 눈부신데 지금은
창문을 열고 마주하는 수평 선위의 아침 해가 은은하게 검붉은
빛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이렇게 임인년의 여름도 애증의
입맞춤을 하며 나는 또 작별을 한다. 아~ 가을이다.~~
9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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