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간절기가 되면 제일 먼저 미나리 삼겹살을 먹으러 간다
매화꽃 개화시기인 2월이 봄기운 느끼기도 좋고 미나리가 연하고 향도 짙고 먹기
딱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질녀 결혼식도 있고 해서 그 시기가 조금 늦춰진 셈,
예전 같으면 삼겹살 미나리 먹겠다고 표충사 쪽이나 청도로 멀리까지 찾아갔지만 지금은
지척에도 흔하게 미나리 삼겹살 판매를 하는 곳이 많으니 굳이 먼 곳까지 발품 팔일이야
없어졌지만 그래도 올봄은 집안의 큰일로 심신이 지쳤다고 울 옆지기 인심 크게 한번
썼으니 ㅋㅋ~~ 그런 연유로 봄 나들이 삼아 밀양 트윈 터널이란 곳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청도 한재로 미나리(삼겹살)를 먹으러 가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재 미나리 먹으러
다녀온 지도 십 년은 족히 넘은 것 같았다. 참 세월 금방이다. 그만큼 이 몸도 늙었겠지요?
우와~ 미나리 먹으러 현지에 도착하니 이건 뭐 평일인데도 미나리 먹으러 온 사람들로
집집이 북새통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 간신히 돌고 돌아 흑돼지 삼겹살 판매한다는
어느 집으로 들어가 보니 좋게 말하면 오래된 시골집 분위기고 펌하해 말하면 너무 군때가
묻고 시설이 낡아 보였다. 어째 다른 집 보다 좀 들 붐빈다 했다. 같잖게 위생에 좀 유별난 성격인
나는 화장실과 세면대를 보고는 고개가 절레절레 실소가 나오는 지경이었지만 솥뚜껑 흑돼지
구이 한번 먹자고 모든 불만을 간신히 참아냈다. 어쨌거나 소주로 입가심하고 그 유명한 청도
한재 미나리 한 줌 된장에 듬뿍 찍어 우걱우걱 먹다 보니 금세 기분이 전환이 되었다. 참 나~~~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더니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표현이렸다. 계산하고 나올 때는 미나리를
다섯 단이나 샀다. 애들도 주고 동생도 주고.... 다른 손님들도 무지 사가더만, 역시 이곳 미나리는
알아줘야 된다. 얼마나 수요가 많았으면 도로변 따라 온 들 전체가 미나리 하우스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일일이 전화해서 애들이랑 동생 미나리 각각 챙겨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 근처에 도착 아직도 술기운 알딸딸한데 속도 달랠 겸
바다 뷰 좋은 커피집 들러 달달하게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옆지기랑 도란도란
환담 나누며 산뜻한 봄나들이가 안겨준 행복 한아름에 환하게 마주 웃었다.
행복 값은 복잡하지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손이 닿는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줄 모르고 늘 복잡하게 셈하느라 매일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삼월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