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별 일 없나? /김귀수
친구야 별일 없나? 그동안 적조했네.
날씨도 흐릿하고 계절이 깊어지니
오늘따라 자네 생각 간절하이
청춘이 천년인줄 알았더니 살고 보니 잠깐일세.
서산에 지는 해야 밤이가면 다시 솟고
바람에 지는 잎도 봄이오면 새잎인데
생명의 꽃잎이야
한 번 지면 다시 오나
기적소리 한 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는 무정한게 세월이여
천년만년 살 줄 알고 정신없이 달려오니
너나 나나 검든머리 희끗희끗 거울보면 쓸쓸하이.
자식새끼 품 떠나고 너도 나도 짝을 여의고
하나 둘 홀로되면 그 외로움 어이 할래?
살아 온길 팍팍하니 우리 인생 추스려서
힘든 세월 잊어주고 남은 세월 반겨맞아
짬이나면 만사 잊고
취중 실언 주사도 부려 보고 남은 정열 불지펴서
낭만어린 로맨스도 만들거나?
아녀 아녀 웃자고 하는 말에 가슴까지 뛰네그려.
있는 인간 없는 인간 배웠네 못 배웠네
꼴값을 떨어 본들
이승길 하직 할 때 잘나고 못나고 귀천이 어디 있나
오는 봄엔 화전 놀이도 하여보고
내년 가을 돌아오면 관광놀이도 하여보세.
흘러가는 시간속에 등떠밀려 늙지 말고
배부른 갓난아이 잠결처럼 평화롭게
남은 인생 건강하게 즐겁게 살다 가세
사랑하는 친구야!
오늘 하루도 마음 편히 지네시게나.